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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한솔 vs 무림

'ESG' 다양성과 외길의 격돌

[ESG]⑥'폐기물·하수처리까지' 다양성의 한솔, '출발도 끝도 종이' 집중의 무림

허인혜 기자  2023-12-08 16:35:3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ESG 흐름 속 제지업계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환경(E)이다. 평가는 엇갈린다. 페이퍼리스 시대가 도래하며 시장 축소가 전망됐지만 종이 빨대와 포장지 등 지류가 플라스틱 대체 상품으로 떠오르며 수혜를 보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국내 제지양강이 1950년대부터 시장에 적응해 온 베테랑이라는 점이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왔던 제지업계는 각자의 스타일대로 난계를 타파하고 있다. 한솔그룹의 무기는 다양성이고 무림의 무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종이다. 가장 앞에 선 수장은 한솔그룹과 무림그룹의 3세들이다.

◇ESG 전략에서도 드러나는 '스타일의 차이'

한솔그룹과 무림그룹은 ESG 전략에서도 스타일의 차이가 보인다. 한솔그룹은 인수합병(M&A)과 계열사 분리로 규모를 넓혀온 곳이다. 1991년 삼성가에서 독립 후 10년사이 6개 사업부문을 분사시킬 만큼 한 기업에는 하나의 전문 분야를 두는 기업구조를 원했다. 그만큼 계열사가 다채롭다.

2000년 국내 기업 순위 11위에 안착할 만큼 컸던 힘도 발빠른 인수합병과 계열사 확장 덕이었다. 이후 잠시 주춤했던 순위를 다시 대기업까지 끌어올린 것도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이어진 기업매수의 영향이다. 이엔페이퍼, 대한페이퍼텍, 신텍, 솔라시아, 넥스지 등을 산하에 뒀다.

반면 무림그룹은 자체적인 생산 순환구조 구축에 힘썼다. 그 과정에서 M&A를 활용하기는 했지만 다양한 사업군을 모색하기보다 제지와 펄프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무림SP와 무림페이퍼, 무림P&P라는 3곳의 제지 기업은 이렇게 탄생했다.

ESG전략도 그룹의 스타일과 닮았다. 한솔그룹은 친환경 사업을 영위 중인 기업을 사들여 영토를 확장해 왔다. 한솔에코패키징(전 성우엔비테크) 인수가 대표적이다. 현재는 재합병돼 한솔제지 환경사업부문으로 재편된 한솔EME는 한솔그룹이 2001년 일찌감치 환경 사업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공장 보전 및 엔지니어링 사업부문을 분사시켜 만든 곳이다.

무림도 다른 영토를 구축하기는 했지만 제지·펄프 3사가 그 어떤 계열사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환경 전략도 자연히 세 곳이 구심점이다. 친환경 전략도 세 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친환경으로 생산하거나, 친환경 제지 제품 자체를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한솔, 폐기물·신재생에너지·신소재…폭 넓은 환경 사업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같은 제지회사인 데도 다른 점이 여럿 눈에 띈다. 대표적인 부분이 정관상 사업목적 현황이다. 무림페이퍼는 사업목적 대부분이 펄프제조와 판매, 지류 제조와 판매, 무역업, 해외산림자원 개발사업 등 제지업과 맞닿아 있다. 엔지니어링이나 인터넷 등 일부 다른 영역도 있지만 모두 '미영위'로 기재돼 있다. 가능성만 열어뒀다는 이야기다.
한솔제지의 테라바스를 적용한 신세계푸드 케이크 종이 패키지. 사진=한솔그룹

한솔제지는 무림페이퍼의 약 두배에 달하는 사업들을 기재해 뒀다. 사업영위 여부에도 모두 동그라미를 쳤다. 펄프와 조림, 지류뿐 아니라 환경사업, 해외건설업, 폐기물관련 사업, 지하수정화업, 토양정화업, 관리대행기관, 신재생에너지사업, 바이오 가스, 가축분뇨 등 환경 관련 사업이 빼곡히 적혔다.

실제 한솔제지는 합병한 EME를 통해 제지플랜트와 폐기물, 하수슬러지 소각플랜트, 폐열회수 시스템 등 발전플랜트, 수처리 플랜트 등 환경 관련 사업을 확장해 왔다. 생산과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인 스팀과 전력, 용수도 효율화했다.

플라스틱 대용 흐름은 신소재 전략으로 대응 중이다. 신소재 개발을 이끄는 건 한솔그룹의 조성민 부사장이다. 최근까지 친환경사업담당 상무를 맡아 그룹의 친환경 전략을 이끌어 왔다. 재활용 가능 포장재 프로테고와 수용성 코팅액 사용 종이 용기 테라바스, 천연나노 신소재 듀라클 등이 출시됐다.

◇'일편단심' 무림, 친환경 '네오' 시리즈에 초점

무림그룹과 교촌치킨, KCC, 산업은행. 교차점이 없어 보이는 네 곳을 묶은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다른 기업과의 합종연횡은 무림그룹의 친환경 사업 특징이다. 무림P&P가 원재료인 펄프 제조사로 활용도가 높았다.

10월 교촌치킨과 친환경 펄프몰드 치킨박스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KCC와 신소재 나노셀룰로오스를 적용한 친환경 수성페인트를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산업은행과는 2700억원 규모의 KDB탄소스프레드 지원 프로그램 업무협약을 맺었다. 친환경·고효율 보일러 발전설비를 도입해 펄프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원료를 재순환 시키는 공정을 구축한다는 게 골자다.
무림그룹의 네오포레 완충제. CJ대한통운과 협업했다. 사진=무림그룹

협업이 이뤄지려면 제품 상용화가 가시화됐어야 한다. 무림그룹은 일찌감치 대표 제품군을 친환경 상품으로 채워뒀다. 무림그룹의 이도균 사장은 친환경 제품 개발을 넘어 수익창출 단계까지 진입했다. 친환경 제품을 신규 사업 차원이 아니라 그룹의 주요 역점 사업으로 낙점하며 속도가 빨랐다.

취임 직후 론칭한 친환경 종이 브랜드 '네오포레'가 자리를 잡았다. 분해가 빠른 종이컵과 종이빨대 등이 제품으로 출시돼 있다. 2021년 CJ대한통운과 협업한 네오포레 완충제도 이 사장이 개발을 주도했다. 일명 '뽁뽁이(버블랩)' 대신 종이 완충제를 사용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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