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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등기이사 점검

사위만 등기임원, 정용진·정유경은 미등기

[신세계]⑨문성욱 외 총수일가 전원 미등기, 최대주주 등극 이후에도 변화 없어

원충희 기자  2024-01-29 07:23:35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오너가 있는 64개 기업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을 발표한다. 이사회 중심 경영문화를 뿌리내리고 오너가의 책임경영 측면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올해 처음으로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 상승 전환했다. 공정위의 바람이 조금씩 이뤄지는 것일까. THE CFO는 주요 그룹별 오너가의 등기이사 등재 현황과 실상을 살펴봤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을 비롯해 정재은 명예회장, 정용진 이마트 총괄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가운데 등기이사가 한명도 없다. 총수일가 구성원 중 사위인 문성욱 대표가 유일한 등기이사인데 이마저도 신세계톰보이 등 비주력 계열사다.

정용진·정유경 남매는 이 회장으로부터 최대주주 지분을 물려받은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2013년 신세계와 이마트의 사내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은 후 다시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았으며 정 사장은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정용진 부회장 2013년 사임 후 계속 미등기 상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50개 계열사 가운데 총수일가 구성원의 등기이사 등재는 1명뿐이다. 그 주인공은 총수 이명희 회장의 사위인 문성욱 대표다.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와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신세계톰보이는 연매출 1000억원의 여성복 브랜드 자회사이며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그룹 소속 벤처캐피탈 업체다.

문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직을 미등기로 갖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코리아에서 근무하던 그는 2001년 정유경 신세계 사장과 결혼한 뒤 2004년부터 신세계 기획담당 부장을 시작으로 상무, 본부장 등을 거쳐 부사장과 계열사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와 달리 정 사장은 신세계에 미등기 이사로, 정 사장의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에 미등기 임원직만 갖고 있다. 총수인 이명희 회장과 그의 남편 정재은 명예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 양사에 미등기 이사다. 총수일가가 경영에 크게 관여하고 있음에도 사위 외에는 등기임원이 없다.

정 부회장의 경우 2013년 신세계와 이마트의 사내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은 후 다시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았으며 정 총괄사장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당시 신세계 베이커리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정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데다 이마트의 노조설립 방해의혹으로 서울지방노동청의 수색을 받으면서 사법리스크가 감돌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 오너가가 경영상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정위가 매년 총수일가 등기이사 등재 현황을 발표하는 것은 오너가 구성원들이 미등기 임원으로 권한을 행사하되 책임을 피하고 고연봉을 받아가는 행태의 자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정유경 사장, 등기에 한번도 오른 적 없어

사실 등기이사와 미등기 이사는 회사 내 지위와 업무 영역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법률상 책임의 무게가 상당히 달라진다. 등기임원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등에 밀접하게 관여한다. 때문에 이사회에서 내려진 주요 결정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경우 등기이사들은 회사와 연대책임을 진다.

국내 재벌기업들의 책임경영을 얘기할 때 등기이사 여부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다. 총수일가가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경영 전면에 나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대로 전문경영인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미등기 임원으로 법적인 책임을 피하려는 행보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정용진·정유경 남매는 2020년 9월 신세계와 이마트 각각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명실상부 경영승계의 9부 능선에 이르렀다. 이 회장은 정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를, 정 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했다. 이 회장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은 각각 18.22%에서 10.00%로 낮아진 반면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0.33%에서 18.55%로, 정 사장은 기존 신세계 지분 10.34%에서 18.56%로 높아져 남매 둘 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증여세가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도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납부 중이다. 당시 지분 증여의 명분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각 회사 '책임경영'이었다. 그 후 신세계그룹 안팎에선 정 부회장, 정 사장이 등기임원에 선임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거론돼 왔으나 3년이 지난 현재에도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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