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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허리띠 조인 포스코스틸리온, 순현금 시대 열었다

부채비율 49.2%까지 낮아져…수요 부진에 '현금 중시 기조' 유지 전망

이호준 기자  2024-02-05 07:59:44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초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을 팀장으로 하는 철강 부문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가 지속되는 등 악화하는 시황과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긴급 조치였다.

당시 TF가 내놓은 대책은 '현금 중시 경영'으로 요약된다. 다가올 경기 침체에서 자금 상황이 문제되지 않도록 부채 감축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해두는 것이다. 포스코뿐 아니라 철강 계열 자회사와 관련 외국 법인도 모두 참여하기로 했다.

도금·컬러강판 전문 계열사 포스코스틸리온 역시 이 기조를 충실히 따랐다. 이 회사는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영업이익 271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19% 감소했으나 이 기간 순차입금은 30억원에서 -383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해 순현금 상태가 됐다.

(단위:백만원)

순현금은 전체 차입금을 일시에 상환해도 현금이 남는 무차입 상태다.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자 허리띠를 한껏 졸라매는 전략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회사는 2020년까지 별도 총차입금을 1000억~1200억원 수준에서 유지했다. 그런데 2021년 857억원, 2022년에는 754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300억원까지 차입 규모를 축소했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빚을 최소화한 셈이다.

특히 포스코스틸리온은 운전자본도 2022년 2160억원에서 2023년 1954억원으로 206억원가량 줄였다. 운전자본이란 기업이 사업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 재료비 등을 말한다. 현금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인 운전자본을 통제하며 자금 운용에 숨통을 틔웠다.

자연히 재무건전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스틸리온의 부채비율은 2020년까지 110~120%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부채비율은 49.2%로 전년(60.5%) 대비 11%가량 낮아졌다. 원래도 건전했던 재무 체력은 더욱 튼튼해졌다.

포스코스틸리온 관계자는 "시황 회복 지연, 제품 판매 가격 하락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다만 운전자금 축소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했다.


현재 포스코그룹의 비즈니스 모델은 포스코가 원료사, 포스코스틸리온이 가공업체인 구조다. 구체적으론 포스코스틸리온이 포스코로부터 풀하드를 매입해 자동차와 건자재 등에 쓰이는 아연도금강판, 알루미늄아연도금강판, 알루미늄강판을 생산한다.

올해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원료 시황 회복 전망이 불투명해 제품가격 인상이 자유롭지 않은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당분간 제품 수요 개선도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개선될 시장 환경을 이용해 다시 자금 조달에 나서기보다는 현금창출력 감소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현금 보유량을 챙기는 안정적 재무전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올해도 '현금 중시 기조'에 무게가 쏠린다.

물론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지출'도 있다. 바로 저탄소 체제 전환을 위한 설비 투자다. 이 회사는 2022년 106만t 수준이던 미세먼지(NOx) 배출량을 올해 말 76만t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현재 질소산화물(NOx) 배출저감장치에 대한 신설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인 건자재·가전 수요 위축으로 일단 상반기까지도 저마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이에 따른 기대감으로 시장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포항 포스코스틸리온 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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