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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BCG컨설팅 진단

'속앓이' 다롄공장, 무슨 선택해도 '부작용 크다'

가동률 50%, 누적적자 5조 예상…최대 관건 업그이드비용 해결방안

이상원 기자  2024-03-18 11:07:28

편집자주

SK하이닉스가 중국 사업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미·중 갈등 장기화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데다 올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불어날대로 불어난 차입금으로 추가적인 자금 투입도 어렵다. 그렇다고 손해를 감수하고 철수를 결정하기도 힘들다. 여전히 미·중 양국 눈치를 봐야만 하는 처지다.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SK하이닉스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거액을 주고 컨설팅을 맡긴 배경이다. BCG는 과연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봤는지, 어떤 조언을 해줬는지 들여다본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에서 가장 큰 고민은 낸드를 생산하는 다롄공장이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정을 플로팅게이트(FG) 방식에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당장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문제는 SK하이닉스의 악화된 재무 상태를 감안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비용이란 점이다.

낸드 가격 회복세 이면에는 감산 효과가 자리잡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개선세를 보이 D램과 달리 낸드는 아직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 힘들다. SK하이닉스는 확실한 실수요 회복이 없는 한 대규모 투자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신중한 모양새다. 그만큼 다롄공장의 공정 업그레이드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다롄 2공장을 다 지어놓고도 비워둔 채로 있다. 기존 공장은 당분간 인텔의 공정으로 생산하고 2공장만큼은 자체 기술로 돌리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정상 가동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내년 3월 인텔에 잔금 지급 후 운영권을 확보한 다롄공장의 미래를 과연 어떻게 그려야 할 지가 이번 컨설팅의 핵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시 2조대 손해 불가피, 삼성만 '어부지리'

다롄공장에서 생산하는 낸드는 솔리다임에 공급해 판매되는 구조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후 솔리다임의 누적 적자만 7조원에 달한다. 결국 다롄공장도 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같은 기간 다롄공장의 손실 규모를 4조~5조원으로 보고 있다. 공장 가동률이 50% 수준이란 말도 들린다.

SK하이닉스는 4년 전 다롄공장을 10조3000억원에 사들였다. 2021년 말 8조원을 지불했고 내년 3월 잔금을 지급한다. 잔금 시점에 맞춰 운영권이 인텔에서 SK하이닉스로 넘어오게 된다. 하지만 벌써부터 대규모 적자가 난 데다 올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첨단장비 도입에 장담할 수 없다. 매각 시나리오가 급부상한 배경이다.

다롄공장을 매각할 경우 인수를 원하는 곳으로는 중국 반도체 제조사가 유일한 상황이다. 인수 금액에 비해 손해가 불가피해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 경우 인텔로부터 사들인 공장을 중국에 넘겨주는 이미지를 남길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여러모로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는 SK그룹 내부에서조차 실수였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 사이 SK하이닉스의 낸드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수 효과도 사실상 크지 않다"며 "인수 과정에 다수의 최고 경영진이 관여한 데다 손해가 커서 그룹 내에서도 다롄공장은 사실상 금기어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다롄공장이 충분히 매력적이다. 공정 방식이 노후화됐지만 이전 세대 범용 반도체 생산에는 부족함이 없다. 후발 주자인 중국은 다롄공장을 확보하면 공장 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매각을 성공하더라도 SK하이닉스가 악재를 완전히 털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중국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얻은 것은 자국 기업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따라서 매각이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 시안 공장의 전략적 위치가 높아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 다롄공장

◇유지해도 문제, 관건은 원활한 '자금조달'

결국 SK하이닉스는 다롄공장 정리보다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보다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악화된 재무구조 속에서 공정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자금을 과연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가 최대 과제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차입을 크게 늘렸다. 2020년 말 연결 기준 12조8954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이 인수 1차 대금을 지급한 2021년 말 19조1496억원까지 늘었다. 인수를 위해 6조원을 차입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32조4985억원으로 전년 대비 8조원가량 늘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87.5%, 32.4%다. 인수 직전인 2020년말 대비 각각 50.4%포인트, 14.3%포인트 증가했다.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증가한 차입금이 이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지불한 이자 비용은 1조4683억원에 달했다. 올해 내 상환을 앞둔 부채만 6조원 넘는다. 추가적인 대규모 조달도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부분이 중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방안이다. 다롄공장의 공정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 정부 보조금을 받아내면 직접적인 투자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현지 정부와 '기브 앤 테이크'가 필요한데 뚜렷한 구상안은 아직 거론 중인 것이 없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최근 외국계 기업들 중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면서 대규모 캐팩스 투자비 보전을 받은 사례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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