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M&A 시장에 다수의 보험사 매물들이 나왔지만 단 한 곳도 거래가 종결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은 곳도 있지만 후보자가 있음에도 다양한 이유로 절차가 멈춰버린 곳들도 있다. 보험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 중인데다 새로운 회계 가이드라인의 반영으로 매물 보험사들의 가치는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있다. 보험사 매물들의 현황과 강점, 약점을 살펴본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카디프생명)은 수 년 동안 꾸준히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올들어서는 복수의 원매자가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크게 부각되지는 않으나 나름의 수요가 있다.
카디프생명은 자산총계가 매우 작은 소형 보험사다. 최근에는 신계약 감소세와 맞물려 규모가 더욱 작아지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인 만큼 적은 비용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량한 자본적정성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BNP파리바의 한국 철수, 마지막으로 남은 카디프생명
보험업계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험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자문사들과 논의했다. 우리금융지주로의 매각 작업이 지연 중인 ABL생명과 함께 카디프생명을 눈여겨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금융지주에 앞서 IBK기업은행도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서는 방식으로 카디프생명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사모펀드 투논파트너스가 카디프생명 인수를 추진하면서 BNK금융지주를 SI로 포섭했으나 결국 매각이 불발됐다. 2022년에도 우리금융이 카디프생명 인수를 추진했으나 이사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카디프생명은 프랑스 금융그룹 BNP파리바의 생명보험 자회사 BNP파리바카디프가 신한금융지주와 50대 50으로 합작 설립한 법인이다. 2011년 조정을 거쳐 현재는 BNP파리바카디프가 지분 85%를, 신한금융지주가 1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BNP파리바는 2000년대 초 신한금융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국내에서 카디프생명을 비롯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현 신한EZ손해보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현 신한자산운용) 등 3개 합작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한국 금융시장에서 철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한금융지주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잔여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러나 카디프생명까지 품지는 안았다. 이미 생보사 포트폴리오로 신한생명을 보유한데다 2019년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을 통합하는 생보업 육성전략을 추진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카디프생명은 보험사 M&A 시장의 잠재 매물로 지속 거론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에서 보듯 거래가 종결되지는 않았으나 카디프생명을 원하는 수요는 시장에서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인수 가능, 추가 투자 부담도 없어
카디프생명은 2024년 3분기 말 기준 자산총계가 2조714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22개 생보사 중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처브라이프 다음으로 규모가 작은 소형 보험사다. 카디프생명 다음으로 작은 하나생명의 6조2946억원과 비교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카디프생명의 자산총계는 2023년 3분기 말 2조9375억원에서 4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신계약 확보 성과가 미진했던 탓이다. 카디프생명의 신계약 금액은 2023년 1~3분기 누적 1조7152억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285억원으로 28%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만기 및 해약으로 사라진 계약은 6777억원에서 1조362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카디프생명의 작은 규모가 시장에서 수요를 만들어내는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중·대형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을 투자해 보험업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구조가 우량하다는 점도 카디프생명의 매력으로 평가된다. 카디프생명은 보험사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비율)이 2024년 3분기 말 327.1%로 집계돼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인수자가 카디프생명의 인수 뒤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카디프생명은 규모는 작지만 자본적정성이 준수하고 신용보험 등 확실한 강점 분야도 있다"며 "인수를 통해 곧바로 대규모 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으나 보험업 신규 진출을 위한 라이선스가 목표인 금융사 입장에서는 고려해 볼 만한 매물"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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