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의 규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1년 사이 생명보험업계 차원의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진 가운데 외국계 생보사들이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일부 생보사는 예상 기준치를 하회하는 비율지표를 기록해 규제 대비의 불안함을 노출했다.
THE CFO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말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으로 국내에서 영업 중인 22개 생보사들의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121.1%를 기록했다. 기본자본이 87조2207억원, 요구자본이 72조206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보험사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과 자본성 증권 발행금액 등 손실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완자본으로 나뉜다.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기본자본만의 비율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을 보험사 자본적정성 평가 기준으로 새롭게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요구자본에 대한 양적 대응능력뿐만 아니라 질적 대응능력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규제 기준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유럽과 미주 등 선진 보험시장의 선례를 고려해 50~70% 수준에서 기준이 확정될 것으로 바라본다.
카디프생명이 올 상반기 말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289.8%로 생보업계 1위에 올랐다. 이어 △라이나생명(258.3%) △메트라이프생명(218.1%)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213.3%) △AIA생명(201.2%) 등이 200%를 상회했다. 상위 5개사 중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제외한 4개사가 외국계 생보사였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상당수가 본사가 소재한 선진 시장의 규제 기준에 맞춰 자본적정성을 관리한다. 신계약 영업보다 기존 계약의 관리에 더욱 집중하면서 요구자본을 줄여나가는 곳들도 있다. 자본의 질적 대응능력에서 외국계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지표가 100%대를 기록한 생보사들은 △NH농협생명(180.0%) △KB라이프(168.4%) △삼성생명(141.6%) △교보생명(133.5%) △미래에셋생명(124.2%) △하나생명(110.0%) △흥국생명(107.2%) △신한라이프(105.2%) 등 8곳이다. 22개사 중 절반 이상인 13개사가 기본자본만으로 요구자본에 전액 대응할 수 있는 적정성을 갖춘 것이다.
반면 △처브라이프(47.9%) △KDB생명(34.7%) △iM라이프(-3.4%) 등 3개사는 규제의 낮은 예상 기준인 50% 선을 하회했다. 특히 iM라이프는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이 22개 생보사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해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DB생명(64.3%)과 한화생명(59.5%), 푸본현대생명(55.9%) 등 3개사는 규제의 높은 예상 기준인 70%를 밑돌았다. 이들 역시 기본자본의 확충 과제로부터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은 셈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생보사들의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평균인 121.1%는 전년 동기 대비 20.1%p(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금리 하락과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조치의 강화, 계리적 가정 변경 등 다양한 요인으로 보험사 자본 대비 부채의 평가액이 커진 영향으로 파악된다.
이 기간 22개사 중 15개사의 지표가 하락했다. DB생명이 73.9%p로 가장 큰 낙폭을 보였으며 △메트라이프(-49.5%p) △처브라이프(-49.3%p) △신한라이프(-47.0%p) △KB라이프(-44.3%p) 등이 뒤를 따랐다.
이어 △iM라이프(-37.0%p) △한화생명(-27.0%p) △교보생명(-24.3%p) △삼성생명(-24.0%p) △동양생명(23.2%p) △ABL생명(-20.3%p) 등도 업계 평균 낙폭보다 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19.4%p 떨어진 AIA생명을 비롯해 △미래에셋생명(-17.4%p) △KDB생명(-15.3%p) △푸본현대생명(-8.0%p) 등은 지표가 낮아지기는 했어도 평균 대비 선방했다.
지표가 상승한 7개 생보사는 △라이나생명(75.1%p) △교보라이프플래닛(67.4%p) △카디프생명(53.2%p) △IBK연금보험(50.8%p) △NH농협생명(32.6%p) △하나생명(22.4%p) △흥국생명(12.5%p)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성 증권 발행으로 단기간에 확충할 수 있는 보완자본과 달리 기본자본은 중장기적인 이익잉여금의 증대가 아니면 대주주의 증자로 확충할 수밖에 없다"며 "규제 도입과 관련해 유예기간 설정 등 연착륙 방안을 놓고 업계 차원에서 당국과 긴밀한 소통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