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저축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상향하면서 수신 확보에 나섰다. 2022년 3조원을 넘어섰던 수신 규모는 올 들어 2조원대가 무너진 상황이다. 그간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며 영업 실탄을 확보할 필요가 없었다면, 이제는 지표 회복을 위해서라도 여신 확대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상품과 채널을 내세워 정면 돌파에 나섰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라인업은 판매 채널, 기간별로 총 23개에 달한다. 업계에서 가장 다양한 상품군을 보유했다. 타 경쟁사와 달리 요구불예금 비중도 낮게 가져가면서 정기예금을 통한 수신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수신 잔고 2조원대 붕괴, 2분기 정기예금 금리 상향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 이달 '뱅뱅뱅 회전정기예금', '비대면 회전정기예금', '회전E-정기예금', '회전정기예금' 등 정기예금 상품의 연 금리를 3.10%에서 3.15%로 상향했다. 회전정기예금은 매월 발생하는 이자가 원금에 포함되어 복리계산되는 예금으로, 12개월 회전주기에 따라 이자율이 적용되는 변동식 상품이다.
업계 정기예금 평균금리(2.97%) 보다 0.18%p 높은 수준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올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업계 평균 수준의 금리를 제공했지만, 2분기 들어 두 차례 금리를 상향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연 2.75%인 기준금리를 연 2.50%로 낮추면서 은행권 예금금리가 줄줄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저축은행의 주력 조달원인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다는 점에서 그간 움츠렸던 수신을 다시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 상상인저축은행의 수신 잔고는 2022년 6월 말 3조2566억원으로 고점을 찍고 점차 감소해 왔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2조627억원을 기록하면서 유지했던 2조원대는 올 1분기에 1조9797억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상상인저축은행은 기업금융에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는데, 부동산 호황기 공격적으로 확대한 부동산 관련 대출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실이 잇따라 발생하며 상상인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악화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지난달 말 게시한 통일경영공시에 따르면 1분기 연체율은 21.39%로 전분기(18.7%)보다 2.69%p 상승했다.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 평균치(9.00%) 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고정이하여신이 5075억원에서 4837억원으로 줄었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7.0%를 기록하며 전분기(26.9%) 보다 소폭 하락했다.
건전성 비율의 분모인 총여신이 급격히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근 2년간 상상인저축은행은 상·매각 등의 방법을 통해 부실채권 정리 작업에 주력해 왔다. 다만 올 1분기 총여신은 1조7917억원으로 전분기(1조8865억원) 대비 948억원(5.0%) 줄면서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는 건전성 관리를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려면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동시에 우량 여신을 확보해야 한다"며 "수신 금리를 올린 건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매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건전성 지표 관리를 위해 여신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널·기간별 수신 라인업 구축, 정기예금만 23개 상상인저축은행의 무기는 다양한 상품군이다. 저축은행중앙회 정기예금 상품공시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의 상품군은 23개에 이른다. 판매 채널과 기간별로 상품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가령 상상인저축은행의 ‘369 정기예금’은 3개월, 6개월, 9개월별로 회전주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예금 상품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라인업은 주요 대형 저축은행과 비교해도 많은 편이다. 업계 5대 저축은행으로 꼽히는 SBI저축(2개), OK저축(6개), 한국투자저축(9개), 웰컴저축(6개), 애큐온저축(7개) 등도 상상인저축은행의 절반 수준도 미치지 못했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군이 많다는 건 그만큼 운영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지만, 고객 선택지를 넓혔다는 점에서 수신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 자체 금융 플랫폼 전용 상품을 두면서 신규 고객 유치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2020년 디지털 플랫폼 '뱅뱅뱅'을 만들었다. 이어 플랫폼 전용 상품들을 출시하면서 빠른 자산 성장세를 보여 왔다. 특히 선제적으로 출시한 '뱅뱅뱅 파킹통장'은 큰 인기를 끌었다.
다만 상상인저축은행은 요구불예금을 주요 조달 수단으로 삼지는 않았다. 2023년 1분기 전체 예수금에서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평균잔액 비중은 6.6% 수준까지 늘어난 바 있지만, 올 1분기 기준 3.99%에 그쳤다. 같은 기간 거치식예금 비중은 91.85%에서 95.87%로 확대됐다. 이는 조달 원가를 낮추기 위해 경쟁사가 요구불예금 비중을 높이는 행보와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