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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

위니아, 높아진 CFO 위상 '경영 전면에'

가전불황에 재무역량 부각…오현식 상무보, 최찬수 CEO와 사내이사 '투톱' 체제

손현지 기자  2022-12-02 10:57:18
중견가전업체 위니아 내부적으로 재무관리총책임자(CFO)의 입지가 한층 높아졌다. 전무 직위 임원은 모두 사라지고 상무급인 CFO가 사내이사로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처럼 재무수장의 권한이 높아진 건 재무관리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영향이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가전소비가 위축되고, 운송비와 원자재값이 일제히 상승하는 등 대내외적 요인이 겹치자 실적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신사업·마케팅 전략을 재무 전략과 일원화시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반영돼 있다.

◇상무보가 사내이사로…전무직은 공석

위니아에 따르면 현재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내 임원은 최찬수(CEO) 대표와 오현식 상무보(CFO) 둘 뿐 이다. 또 다른 사내이사였던 양찬유 전무(경영본부장)는 지난 7월 사임했다. 사실상 경영 실무에 참여하지 않는 박영우 회장을 제외하면 중요 의결사항을 결정하는 미등기임원은 '최찬수·오현식' 투톱 체제인 셈이다.

*오현식 위니아 상무보(CFO)
주목할 만한 점은 오현식 CFO의 직위가 '상무보'라는 점이다. 오 CFO 보다 직급이 높았던 이진웅·신중철 전무와 그 외 상무급 임원들 모두 이사회에 참여한 적이 없다. 오 상무보의 나이도 1970년생으로 1960년대생이 주를 이루는 경영진 사이에서 젊은 축에 속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위니아의 CFO 사내 위상은 높다는 평가다.

위니아의 직위체계를 살펴보면 최헌정 부사장 다음이 바로 상무직이다. 기존 이진웅·신중철 전무 모두 지난 8월 타 계열사로 이동하면서 전무직은 공석이 됐다. 현재 미등기임원은 부사장 1명, 상무 6명, 상무보 7명이 재임 중이다.

오 CFO는 1970년생으로 중앙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유위니아그룹에서만 23년 동안 재직 중이다. 위니아의 전신인 만도기계 출신으로 위니아만도로 사명이 변경되기 전까지 가정용 에어컨과 김치냉장고의 생산, 판매, 수출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대덕전자에서도 근무를 했으며 2014년 다시 위니아딤채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부터 경영관리팀장과 재경담당팀장을 차례로 역임하며 본격적으로 재무라인에 합류했다.

◇오현식, '1인 다역'…재무·신사업·글로벌·마케팅

오 CFO는 올해부턴 임무도 많아졌다. 기존 재경실장에서 경영전략실장이란 새로운 직책명을 받아들었다. 업무 범위를 재무관리로 한정시키지 않고 전략, 글로벌, 신사업, 마케팅 등까지 맡기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조직 슬림화를 꾀하는 과정에서의 변화이기도 하다. 위니아 미등기 임원 수는 지난 9월 15명으로 지난 3월 미등기임원이 18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규모가 축소됐다.

실제로 마케팅 전문가였던 신중철 전무도 타 계열사로 이동했다. 그의 빈자리를 메워 신사업 전략까지 진두지휘해야 하는 오 상무보 어깨가 무거워졌다. 김치냉장고(딤채) 의존도가 높았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글로벌 사업 확장, 유동성 확보 등 다양한 중책을 맡은 만큼 회사 차원에서도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재무담당자의 위상이 높아진 건 최근 위니아의 실적 부진과도 연결된다. 위니아의 3분기 영업이익은 54억원으로 전년동기와 비교했을 때 50.3% 축소됐다. 1, 2분기 연속 손실이 발생한 탓에 누적 기준으로는 영업손실 384억원이 발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로 제품 판매량 자체가 줄어들며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시장의 수요자체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또 러·우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등 원가비용 부담도 상당했다. 위니아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뚜껑형 미식가전에 사용되는 COMP류 등의 평균가격은 작년 2만7846원, 올해 3분기 2만9435원으로 1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스탠드형 에어컨에 사용되는 설치자재 등의 원재료 가격도 소폭 늘었다.



◇위기경영체제 돌입, CFO 위상 강화

향후 신사업 전략과 재무 전략을 일원화시키는게 중요해졌다. 위니아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세탁기 등 주방·생활가전은 올들어 매출이 900억원 가량 감소했다.

그나마 본래 강점이 있던 김치냉장고, 밥솥 등 미식가전 부문의 매출이 전년 대비 55억원 이상 증가하며 실적 감소폭을 줄였다. 브랜드명에서 '딤채' 단어까지 빼가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가전업계 불황 기조에선 통하지 않았다.

오 CFO의 유동성 관리 임무도 중요해졌다. 부채비율 상승세와 금리인상 등 갖가지 악재까지 맞물려 은행 차입 환경이 어려워진 상태다. 은행들은 고금리, 한도제한 등 불리한 차입요건을 내걸고 있다. 오 상무보의 차입루트 다변화 책임감이 커진 대목이다. 차입구조를 장기화하고 조달 루트를 다변화하는 등 재무전략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위니아는 그동안 단기차입에 의존해온 경향이 있다. 주력제품이었던 김치냉장고 특성상 수요가 주로 겨울철 하반기에 쏠린 탓에 운전자본 회수도 하반기에 이뤄지는 편이다. 대표 가전인 김치냉장고 브랜드 위니아딤채의 매출이 없을 때는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되는 구조였다. 다만 단기에 치중된 차입구조는 재무구조 측면에선 유동성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향후 글로벌 진출을 통한 수익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 일환으로 올해는 해외법인(태국, 멕시코) 설립 등 추가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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