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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ZHD·라인·야후재팬' 3자합병 노림수는

지배구조 간소화·경영 의결속도 가속, 신중호 CPO 영향력↑·중장기 성장동력 기대

원충희 기자  2023-02-07 08:11:19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 Z홀딩스(ZHD)가 자회사인 라인, 야후재팬과의 3자 합병을 추진한다. 2021년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을 마무리하면서 지배구조를 정비했으나 생각보다 시너지 창출이 더디자 아예 합병카드를 꺼냈다.

동률의 지분을 가진 만큼 합병으로 네이버의 일본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대표에서 단일대표 체제로 변경되고 소유구조가 좀 더 간결해지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다. 라인의 일등공신이자 네이버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신중호 CPO(Chief Product Officer)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소뱅, 경영통합 2년 만에 3자합병 '연내 목표'로 추진

일본 Z홀딩스는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라인, 야후재팬과의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합병방식이나 구체적인 일정은 향후 태스크포스(TF)팀을 설치해 정하되 연내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21년 5대 5 지분으로 합작법인 'A홀딩스'를 만들고 산하에 Z홀딩스와 일본 최대의 메신저 기업 라인,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을 두는 경영통합을 단행했다.
네이버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전화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터넷 기반의 SNS가 작동하는 것에 주목, 일본에서만 8700만명의 가입자를 둔 모바일 국민메신저 '라인'을 출시해 대박을 냈다.

하지만 간편결제 등 핀테크 사업을 시작하면서 라인은 상당한 적자를 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이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것처럼 일본 결제시장 역시 공략이 쉽지 않았다. 주요 경쟁자는 소프트뱅크 산하 Z홀딩스의 야후재팬이 운영하는 페이페이 등이었다.

이에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손잡고 구글에 맞설 IT 연합체 구축에 나섰다. 네이버 연결자회사였던 라인을 합작법인 A홀딩스로 전환시키고 산하에 Z홀딩스, 라인, 야후재팬을 두는 형태다. 소유구조로 보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공동 지배하는 A홀딩스-Z홀딩스-라인·야후재팬을 두는 식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광고 사업 등 경영환경 악화에 강한 위기감을 느끼면서 상황 타개를 위해 Z홀딩스와 야후재팬, 라인의 합병을 결정했다. 현 지배구조로는 사업적 시너지 발휘가 예상보다 더뎠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갖출 필요성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공동대표→단독대표 체제 전환, 신중호 CPO 영향력 확대 전망

A홀딩스는 공동대표 체제를 갖추되 지배력은 소프트뱅크가 갖고 최고상품책임자(CPO)는 네이버 측이 확보했다. 어느 한쪽이 주도하기 어렵게 경영권이 절묘하게 배분됐다. 신중호 라인 대표가 CPO로서 A홀딩스의 사업계획, 기획 및 개발 등 전반에 걸친 최종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신 대표는 1999년 오즈테크놀로지, 2002년 네오위즈를 거쳐 2005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함께 검색엔진 업체 '첫눈(1noon)'을 창업한 인물이다. 네이버가 2006년 첫눈을 인수하면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활약하던 신 대표도 네이버에 합류했다. 일본에서 라인의 성공신화를 이끌어낸 주역으로 유명하다.

그는 라인·야후재팬의 경영통합 이후 A홀딩스 이사회 휘하조직인 '프로덕트위원회'의 초대 책임자로 선임됐다. 라인과 Z홀딩스의 제품·서비스를 총괄하는 최종결정권을 쥔 셈이다. 국내 증권가는 3자 합병 후 공동대표가 의사결정을 하던 구조에서 단일대표로 변경되면 경영 속도감과 더불어 네이버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신중호 CPO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Z홀딩스와 라인, 야후재팬이 3자 합병에 나서면서 네이버의 일본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상반기 내 야후재팬 쇼핑 검색서비스가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데 서비스가 자리 잡는 대로 주요 비즈니스 모델인 검색광고가 도입되면 2024년부터 네이버 재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일본 내수시장 규모는 국내의 2배인 1400조원이나 온라인 침투율은 10% 미만에 그쳐 글로벌 C2C 플랫폼과 함께 네이버의 가장 중요한 중장기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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