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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비용 분석

차입 불어난 롯데케미칼, 대주단 재무약정 못 지켰다

1.3배에 그친 이자보상비율, '5배 이상' 조건 미충족…대주단에 권리포기 요청

고진영 기자  2023-03-29 17:17:18

편집자주

미국의 기준금리는 2022년 초 0%였지만 연말에는 4.5%까지 치솟았다. 국내 기준금리 역시 연초 1.25%에서 1년 만에 3.5%까지 상승했다. 기준금리와 함께 시장금리도 급격히 상승하자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던 기업들은 상상 이상의 비용 상승을 감내해야 했다. 차환이냐 상환이냐를 놓고 이전보다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기도 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금리 상승의 압박이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이를 슬기롭게 대처한 기업들도 있다. THE CFO가 2023년 현재 이자비용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현실을 조명해본다.
롯데케미칼이 무거워진 재무 부담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건설 지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뭉칫돈을 쓸 곳은 많았던 반면 업황이 바닥을 치면서 현금창출력은 안좋아졌다.

급기야 자회사 차입과 관련해 대주단과 약속했던 재무적 조건을 유지하는 데 실패하는 상황까지 왔다. EBITDA(상각전 영입이익)가 조단위에서 1000억원대로 떨어지고 차입과 이자는 급증한 탓이다.

롯데케미칼은 종속회사인 미국법인 LC USA(Lotte Chemical USA Corporation)의 차입을 보증하기 위해 대주단과 재무약정을 체결해둔 상태다. LC USA는 롯데케미칼이 2014년 델라웨어주에 미국 진출 목적으로 설립했다. 현지 생산시설이 필요했기 때문에 투자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롯데케미칼의 CAPEX(자본적지출)가 2015년 3600억원 수준에서 이듬해 1조6000억원, 2017년 2조원 수준으로 급증한 것은 그래서다.

당시 LC USA는 에탄크래커, 에틸렌글리콜 생산시설을 짓기 위한 투자자금으로 2조9000억원 규모가 필요했다. 우선 롯데케미칼이 LC USA 지분 60%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8848억원을 출자금을 밀어줬고 나머지 지분에 대해선 롯데케미칼의 다른 종속기업인 롯데케미칼타이탄홀딩이 지원했다.

부족한 자금은 차입으로 채웠다. LC USA는 2016년 10월 말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대주단 8곳에서 15억9400만달러를 조달했다. 2019년부터 7년간 분할 상환하는 방식으로 롯데케미칼이 보증을 섰다. 작년 말 기준 롯데케미칼은 3억3289만달러에 대해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으며 LC USA 보유주식 전부를 담보로 설정해뒀다.

문제는 이 차입계약에 재무약정이 걸려있다는 점이다. 약정에 따라 LC USA는 원리금상환비율(DSCR)을 1.0 이상으로 지켜야한다. 그리고 보증인인 롯데케미칼 역시 순부채비율 12% 이하, 레버리지 비율(Leverage Ratio) 4.0배 이하, 이자보상비율 5배 이상 등을 유지해야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차입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약정을 줄줄이 미달한 상태다. 우선 레버리지 비율이 걸림돌이 됐다. 레버리지 비율은 순차입금 대비 EBITDA 비중을 구한 값이다.

관련 지표를 보면 롯데케미칼의 연결 EBITDA는 2021년 2조3685억원에서 2022년 1905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납사 가격이 급등한 데다 중국 도시봉쇄,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석유화황업황이 나빠졌기 떄문이다.


또 차입금도 크게 늘었다.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2021년까지만해도 3조~4조원 안팎 수준이었지만 2022년에는 리스부채를 제외하고도 6조1679억원까지 뛰었다. 전년(3조5479억원)과 비교해 74% 증가한 금액이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의 경우 단기금융상품과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을 포함했을 때 2021년 4조4826억원에서 3조7245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순현금 상태가 깨지면서 2022년 순차입금은 2조4434억원을 기록했다. 레버리지 비율이 12.8배 수준이다. 재무약정 조건상 4.0배 이하를 유지해야하는데 기준을 한참 어긋났다.


차입이 급증했으니 자연히 이자비용도 불었다. 롯데케미칼의 이자비용은 2017년 이후 줄곧 1000억원대였다가 2021년 852억원으로 떨어졌는데 지난해 다시 1499억원으로 점프했다. EBITDA를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의 경우 1.3배에 불과해 재무약정 조건(5배)을 한참 미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자보상비율이 두자릿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한 셈이다.


약정을 미충족한 탓에 차입주체인 LC USA는 장기차입금의 결제를 12개월 이상 연기할 수 있는 권리를 잃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LC USA가 빌린 금액 중 2021억원을 장기차입금에서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다시 분류할 수밖에 없었다. 상환이 앞당겨지면서 1년 안에 갚아야하는 단기성 차입으로 성격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LC USA는 지난해 2분기 연속 적자를 내기도 했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대주단을 상대로 이 약정에 대한 Waiver(권리포기)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달 22일 승인이 완료돼 차입 일정은 다시 기존대로 복귀됐다"며 "현재 유동성이나 자금흐름에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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