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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표심 분석

팬오션 2대주주 국민연금, 이사 보수 불만

이사보수 최고한도 30억→50억…"역대 최대 성과 인정" vs "성과 대비 과다"

이민호 기자  2023-03-31 08:51:18

편집자주

2018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 원칙)'를 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주식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상황이 바뀌자 주주총회 현장은 과거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 시장의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쏠린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진 상황. THE CFO가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과 그 결과를 리뷰한다.
팬오션이 2대 주주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이사 보수 최고한도를 기존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의안을 정기주주총회에서 통과시켰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팬오션은 총 7명의 이사에 25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지급했다. 다만 사외이사 4명에게 지급된 합산 보수는 2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팬오션은 지난 29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안중호) 선임 △사외이사(구자은·김태환)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구자은·김태환)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결의사항을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팬오션 2대 주주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이사 보수한도 승인 의안이다. 나머지 의안은 모두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 33조에 기반해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춰 과다하거나, 보수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춰 과다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반대 사유를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0일 기준 팬오션 지분 8.16%(4360만607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난해말 기준 지분율은 7.10%(3797만8398주)였다. 국민연금은 팬오션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분류하고 있다. 일반투자로 변경한 것은 2020년 6월이다. 일반투자는 경영참여 목적은 없지만 이사선임과 보수산정, 배당확대 등 단순투자에 비해 높은 수준의 주주활동을 하겠다는 의미다.

팬오션 이사회가 지난달 10일 확정한 의안에 따르면 지난해 30억원이었던 이사 보수 최고한도가 올해부터 5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사수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으로 동일하다. 지난해 실제 지급된 이사 보수총액은 24억7700만원이었다. 기존 최고한도인 30억원에 근접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반대한 이유는 '보수금액 대비 과다'보다 '경영성과 대비 과다'일 가능성이 높다.

팬오션의 2015년 이사 보수 최고한도는 8억3000만원이었다. 회생절차 진행으로 법원 결정에 따랐다. 2015년 6월 하림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가고 회생절차가 종결되면서 직후인 2016년 3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7년간 최고한도를 유지했다. 그동안 실제 지급된 이사 보수총액은 2019년 13억3800만원, 2020년 15억5800만원, 2021년 18억9800원, 지난해 24억7700만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사수는 7명으로 유지됐다.

이사 보수총액이 늘어난 것은 사외이사 보수보다는 사내이사 보수가 늘어난 탓이 크다. 이 기간 사외이사 보수총액은 2억원 아래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반면 사내이사 보수는 2019년 11억5200만원, 2020년 13억7300만원, 2021년 17억1300만원, 지난해 23억1600만원으로 늘었다. 국민연금도 사내이사에 대한 과도한 보수지급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말 팬오션 사내이사는 김홍국 대표이사 회장, 안중호 대표이사 사장, 천세기 윤리경영실장 전무 등 3명이다. 이 중 김홍국 하림지주 대표이사 겸 하림그룹 회장과 천세기 하림지주 경영지원팀장 전무는 하림그룹 지주사이자 팬오션 최대주주(지분율 54.72%)인 하림지주 쪽 인물들이다. 안중호 사장은 팬오션에서 제2영업부문장과 영업부문장을 거친 원클럽맨이다.

사내이사 3명 중 김홍국 회장과 안중호 사장은 지난해 10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했다. 김홍국 회장은 급여 3억3600만원과 상여 7억원을 포함해 총 10억3800만원을 수령했다. 안중호 사장도 급여 3억3600만원과 상여 7억원을 포함해 총 10억3900만원을 받았다. 2021년 김홍국 회장 보수는 급여 2억8600만원과 상여 5억원을 합한 7억8600만원, 안중호 사장 보수는 급여 2억2500만원과 상여 5억원을 합한 7억2800만원이었다.

팬오션 측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2021년 대비 BDI 지수 감소 시황에도(전년비 66.5%) 영업력 활동의 강화로 운영선대의 증가(107%) 및 7896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해 매출액 전년 대비 139%, 영업이익 전년 대비 138%의 성과를 달성했다"며 "비계량지표 관련 ESG 경영체계 구축 등 기여도도 인정된다"며 상여지급 이유를 밝혔다.

팬오션은 2021년부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연결 기준 907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21년 5493억원, 지난해에는 6771억원으로 치솟았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이 1조원을 웃돌면서 현금성자산이 8909억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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