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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

'CFO 관록'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 재무정책 중추

③모회사, 신사업 계열사 임원도 한때 겸직…'재무팀·기획자금파트' 보좌

박동우 기자  2023-04-03 15:51:19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23곳의 유니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신적 사업 아이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제어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분투도 유니콘 기업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했다. THE CFO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재무 구조와 CFO 면면을 살펴본다.
유니콘 기업 오아시스의 재무 정책을 설계하는 중추는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오랫동안 역임한 관록이 드러나는 인물이다. 모기업인 지어소프트 CFO까지 함께 수행하고 신사업을 추진하는 계열사 사내이사 직책도 잠시 맡을 정도로 사내 위상이 높았다.

그동안 오아시스의 CFO 역할을 보좌한 핵심 조직은 재무팀과 기획자금파트다. 재무팀은 회계 작성과 판매관리비 관리에 집중하는 부서다. 기획자금파트는 유동성 운용과 현금 지출 제어에 방점을 찍었다.

◇회계사 출신, 2018년 오아시스 합류

오아시스의 재무 기조를 입안하는 핵심 인물은 안준형 대표(사진)다. 1979년생인 안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사회 생활에 첫 발을 내디딘 시점은 2005년으로 한영회계법인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줄곧 감사와 자문에 주력했다.

안 대표는 회계사로 일하면서 업체 임직원들과 자주 교류했다. 자연스레 회사 경영 일선에 뛰어들고 싶다는 마음도 커졌다. 컨설팅 서비스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고객사 측에서 의기투합하자고 러브콜을 보내면서 경력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2012년 스타트업 파이텍 CFO로 합류하면서 커리어 2막을 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신규 사업을 개척하고 투자금을 조달하는 데 집중했다. 2015년에는 정유·에너지 업종을 타깃으로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싱가포르 기업 지이테크(GETECH)로 자리를 옮겼다. 안 대표는 지이테크가 수행하는 한국 사업의 재무를 2017년까지 총괄했다.

파이텍과 지이테크를 거쳐 중견기업 CFO로 이직했다. 하지만 경직된 의사결정 체계 속에서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재무 임원을 그만 두고 회계 영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무렵 오아시스 창업주인 김영준 의장을 만났다. 진로를 둘러싼 안 대표의 고민을 듣고 김 의장이 "여전히 당신은 젊지 않느냐"는 말을 건네며 위로할 만큼 두 사람은 끈끈한 친분을 쌓았다.


2018년부터 오아시스 CFO로 새 길을 걸었다. 외형 성장에 접어든 회사의 안살림을 도맡을 인재가 필요했던 김 의장, 이직하고픈 갈증을 느낀 안 대표의 뜻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경영은 사람을 다루는 예술이자 숫자를 다루는 과학'이라는 격언을 직무 수행의 신조로 삼았다. 재무기획실 직원들과 합심해 월간 실적 결산 체계를 확립하는 등 내부 시스템 정비에 공들였다.

오아시스의 모회사인 지어소프트 CFO까지 겸직한 대목이 돋보인다. 지어소프트는 2002년 코스닥에 입성한 상장사였다. 재무 임원으로 부임한 2018년 당시 회사 주가는 1000원대에 그쳤다. 안 대표는 현저히 낮게 평가된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주주들과 적극 소통할 창구를 마련하는 일이 우선 과제라고 판단했다. 공시를 총괄하는 이사를 따로 두는 동시에 IR(Investors Relations)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유동성 보강 성공적, 미완의 과제 '상장'

안 대표는 오아시스의 사업 확장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하는 데도 분투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토대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개시한 데 이어 추가로 신사업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퀵커머스에 방점을 찍은 브이, 물류 대행에 초점을 맞춘 실크로드 등 계열사 사내이사를 한때 맡았던 대목이 방증한다.

벤처캐피탈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상거래 분야 전략적 투자자(SI)들의 자금을 끌어왔다. 2020년 이래 지난해까지 △한국투자파트너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머스트벤처스 △유니슨캐피탈 등에서 △홈앤쇼핑 등에서 1000억원 넘는 유동성을 얻었다. 잇달아 거액을 조달하면서 오아시스의 밸류에이션은 1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자연스레 '상장'이 안 대표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주주로 합류한 투자사들이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자금 회수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월에 안 대표가 김영준 의장의 뒤를 이어 오아시스 대표이사에 오른 대목 역시 기업공개(IPO)와 맞닿아 있었다. 기존에 김 의장이 지어소프트와 오아시스 대표를 함께 수행했던 만큼 한국거래소의 '임원 겸직 제한' 규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다만 2023년 안에 IPO를 완수하려던 청사진을 이행하지 못했다. 경기 후퇴로 증시가 위축된 상황이 악재로 작용했다. 올해 초 실시한 공모주 수요예측이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결국 상장 추진을 철회했다. 안 대표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최적의 증시 입성 타이밍을 다시 찾기로 결정했다.

최고경영자(CEO)로 영전한 뒤에도 안 대표는 회사 곳간을 책임지고 있다. 재무팀, 기획자금파트가 CFO 역할을 뒷받침하는 조직이다. 재무팀은 분기와 연간 결산 회계를 작성하고 감사에 대응하는 데 주력하는 부서다. △리스회계 △매입·매출채권 △판매관리비 관리까지 담당하고 있다. 기획자금파트는 회사 유동성을 운용하고 현금 지출을 제어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부서와 사업에 맞춰 예산 집행 계획을 세우는 역할도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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