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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T다이내믹스, K-방산 바람 탔다

작년 말부터 방산 수주 급증세, 재고자산 51% 늘려 대비…충당금 관리 준수

강용규 기자  2023-05-04 07:55:18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SNT다이내믹스(옛 SNT중공업)은 차량부품을 생산하는 운수장비부문과 공작기계를 생산하는 기계부문의 양대 사업구조를 보유했다. 운수장비부문에 자주포 및 전차용 변속기조립체나 각종 총화포 등 방산부품사업이 포함돼 있어 방산기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지난해 K-방산 붐이 일면서 SNT다이내믹스도 방산사업 성과에 대한 업계 안팎의 기대를 받았다. SNT다이내믹스는 작년 말부터 큰 방산 수주를 잇따라 따내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재고자산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대규모 수주의 실적 전환을 위한 준비도 마쳐뒀다.

SNT다이내믹스는 2022년 말 연결기준 재고자산이 130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40억원, 51% 증가했다. 이 기간 현금 보유량(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계)이 269억원 감소했고 부채 총계가 453억원 증가했다는 점에서 재고자산 확충에 레버리지가 일정 부분 활용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SNT다이내믹스는 이전 5년 동안 재고자산을 800억원대로 유지해 왔다. 지난해 재고자산을 급격하게 확대한 배경에는 방산사업 호조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전까지 SNT다이내믹스는 방산 분야에서 해마다 1~3건의 수주를 따냈다. 계약 규모는 1건당 200억원 안팎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들어 현대로템의 K2 전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전투기 등 수출을 통한 K-방산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에 SNT다이내믹스에도 시장의 기대가 쏠리기 시작했다. 2022년 중 육군의 120mm 자주박격포 후속 양산사업이 예정돼 있었을 뿐만 아니라 SNT다이내믹스가 K2 계열 전차용 변속기의 개발에 성공해 향후 수출의 가능성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SNT다이내믹스는 2022년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2353억원 규모의 자주박격포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1월 튀르키예 방산업체 BMC오토모티브와 2672억원 규모의 알타이 전차(K2 전차의 현지 최적화 모델)용 자동변속기 공급계약까지 따내며 시장의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부터 수주 규모가 급증하고는 했으나 SNT다이내믹스의 생산에 걸리는 부하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SNT다이내믹스 운수장비부문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56.2%에 불과했다. 게다가 향후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한 경우 부지 매입 없이 생산설비의 추가만으로 가능해 비용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SNT다이내믹스는 재고자산 규모를 지난해 말의 불어난 수준으로 한동안 유지하게 될 수도 있다. 아직 방산 분야에서 기대되는 수주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에 이어 루마니아도 전차 300대의 확보를 위해 K2 전차 주문을 검토 중이며 앞서 2021년 12월 한국 합동참모본부도 K2 전차의 국내 추가 배치 소요를 최대 183대로 결정한 바 있다.

재고자산 보유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평가손실 충당금의 설정에 따른 실적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SNT다이내믹스는 최근 기준으로 충당금 리스크를 준수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NT다이내믹스는 손실평가 전 재고자산이 2021년 1236억원에서 2022년 1661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충당금은 375억원에서 359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최근 5년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SNT다이내믹스는 지난해 재고자산 금액이 가장 컸지만 충당금 규모는 가장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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