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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하나투어 vs 모두투어

코로나 기간 뒤바뀐 위상

③[수익성]사업확장 '부메랑' 맞은 하나투어, '묵묵 전진' 모두투어

김규희 기자  2023-08-31 08:08:1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여행업계 1·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매출에서 큰 차이를 보여왔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하나투어는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모두투어를 따돌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처지가 급반전됐다. 투자 금액이 컸던 하나투어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숫자만 놓고 보면 모두투어가 코로나 기간 동안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경영을 펼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모습이 일시적으로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계열사 하나투어 45개 vs. 모두투어 17개, 격차 확대

하나투어는 국내 1위 여행사업자다. 2위 사업자인 모두투어와의 격차도 크다.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2018년 수치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하나투어는 828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모두투어는 3650억원에 불과했다. 단순 매출로만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덩치 차이도 크다. 하나투어는 2018년 하나투어를 제외한 계열사만 45개에 달했다. 기존 홀세일(도매) 방식에 국한된 사업구조를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로 넓히기 위해 소비자 직판 여행사 하나투어리스트를 만들고 외국인의 국내 관광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하나투어인터내셔널, 제주 여행 전문 업체 하나투어제주 등을 설립했다.

이외에도 호텔, 면세점 등 각종 신규 사업을 위한 계열사도 운영했다. 일본과 중국, 미국, 유럽, 홍콩,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 전 세계 유명 관광지 곳곳에 해외법인도 설립했다.

모두투어는 17개 계열사를 운영했다. 하나투어의 상장과 급격한 성장을 지켜본 모두투어는 2005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 뒤 경쟁적으로 사세 확장에 나섰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 업계 3위 여행사인 자유투어를 인수한 데 이어 여행 카테고리 확장을 위한 투어테인먼트(투어+엔터테인먼트) 설립과 국내 호텔사업 모두관광개발, 크루즈 총판 크루즈인터내셔널, 서울호텔관광전문학교 등을 운영했다.

그럼에도 하나투어 규모에 못미친 데에는 창업주의 가치관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스타일이었다. 하나투어의 계열사가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증가한 이유다.

반면 우종웅 모두투어 회장은 보수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스타일인 만큼 사업다각화에도 신중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해외법인도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만 설립하는 데 그쳤고 사업 확장 역시 여행업 관련 업종에 국한됐다.

외형 차이는 실적으로 확연히 드러났다. 하나투어는 2000년 상장 이후 모두투어와 2배 이상의 매출액 차이를 유지하다 2010년대 들어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렸다. 2010년 1000억원대였던 두 회사의 매출액 격차는 2013년 2000억원대로 커지더니 2018년엔 4600억원으로 커졌다.


◇ 코로나로 뒤집힌 처지, 리오프닝으로 다시 제자리로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하나투어의 가파른 성장세가 지속되는 듯했지만 2019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2018년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해외여행 패러다임이 패키지여행에서 자유여행으로 넘어간 데다 반일 감정 고조로 인해 일본 여행객이 급감했다.

이에 2019년 하나투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5.8%, 69.9% 감소한 6146억원, 75억원으로 나타났다. 모두투어 역시 영업환경 악화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9.7%, 88.0% 감소했다.

그러다 2020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전염병이 확산하면서 여행업계는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하늘길이 꽉 막히면서 해외여행 수요는 얼어붙다시피 했고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특히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을 넓혀왔던 하나투어는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액은 전년 6146억원에서 1년 만에 1096억원으로 6분의 1토막 났다. 영업이익은 75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는데 영업손실 규모가 1149억원에 달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호황기엔 실적 견인 역할을 했지만 불황기엔 고비용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모두투어 역시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었지만 하나투어보다는 형편이 나았다. 매출액은 전년 2932억원에서 81.5% 줄어 542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억원에서 -20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아 그나마 적자폭을 줄일 수 있었다.

2021년 두 회사는 본격적으로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해 고정 비용을 줄이고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덩치가 컸던 하나투어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2021년 1273억원, 2022년 1012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모두투어는 같은기간 233억원, 164억원의 적자를 내며 코로나 위기를 준수하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길었던 코로나 터널이 지나고 올해 리오프닝이 본격화되자 뒤집어졌던 두 회사 관계가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하나투어는 급증하는 여행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과거와 같이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렸고 매출액은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에만 1654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작년 매출액을 넘어서는 수치다. 영업이익도 1109억원의 상승폭을 보이며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모두투어도 올 상반기 81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작년 수치를 뛰어넘었다. 영업이익도 작년 -164억원에서 10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하나투어에 비해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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