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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SK에코플랜트

재투자 재원 만들어준 '환경시설관리'

②무의결권 우선주 매각해 1114억 확보, 이익 기여도는 적어

김형락 기자  2023-09-06 08:00:39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SK에코플랜트가 1조원 가까이 투자한 자회사 '환경시설관리'에서 일부 투자금을 회수했다. 폐배터리 재활용·그린수소 분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친화경 분야로 사업 다각화 포문을 열었던 투자처에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 재투자 재원을 만들었다.

SK에코플랜트는 향후 2년간 환경·에너지·솔루션사업에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간 현금창출력 상회하는 투자 규모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 연결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3254억원이다.

주요 재무 과제는 투자 계획을 뒷받침할 유동성 확보다. 그동안 외부 조달뿐만 아니라 자산 효율화, 우선주 발행 등을 병행해 자금 소요에 대처했다. 지난 상반기 말 보유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연결 기준으로 1조2772억원, 별도 기준으로 4143억원이다.


기존 투자기업에 FI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100% 자회사인 환경시설관리 무의결권 우선주 35만6388주를 메리츠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에코시그니처'에 매각했다. 우선주 처분금액은 총 1114억원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등 환경 업스트림 사업과 그린수소 상용화 사업 투자에 쓸 자금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부터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신규 사업 분야는 크게 △환경사업 △에너지사업 △솔루션사업 부문 내 친환경 인증 건축물사업 부문이다.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매출 비중은 △솔루션사업 68%(2조6624억원) △에너지사업 18%(6916억원) △환경사업 15%(5732억원) 순이다.

환경시설관리 투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포문을 연 인수·합병(M&A)이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12월 환경시설관리(당시 EMC홀딩스)를 인수했다. 환경시설관리는 하·폐수 처리부터 폐기물 소각·매립 등을 영위하는 종합 환경 관리 플랫폼 기업이다.

환경시설관리 인수대금은 총 9165억원이었다. 이 중 60%(약 5500억원)는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티에스케이코퍼레이션 지분(약 1969억원)과 강남주택문화관 부지 매각(약 600억원) 자금도 보탰다. 나머지는 보유 자금으로 해결했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산업에서 수직 계열화를 마친 환경 관리 업체를 인수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환경시설관리를 인수한 뒤 볼트온(Bolt-on, 유사기업과 인수·합병) 전략에 따라 환경사업을 확장했다. 수처리를 포함한 소각·매립 분야 등 다운스트림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추가로 인수했다.

지배구조도 재편했다. 2021년 12월 손자회사였던 환경시설관리를 자회사로 만들었다. 환경시설관리가 완전 모회사인 디에코플랫폼과 100% 자회사 환경에너지·매립지관리를 흡수합병했다. 합병 이후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환경시설관리 보통주는 142만5553주(지분 100%)다. 이때까지 환경시설관리가 발행한 우선주는 없었다.

환경시설관리는 FI를 유치하면서 발행 주식에 변화를 줬다. SK에코플랜트가 의결권 지분 100%를 보유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무의결권 우선주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환경시설관리 보통주(35만6388주)가 줄고, 우선주(35만6388주)가 늘었다. SK에코플랜트는 새로 확보한 우선주를 전부 FI에게 넘겼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시설관리 우선주 1주당 가치 31만2440원으로 인정받았다. 2021년 1월 환경시설관리 주주 배정 유상증자 때 보통주 발행가액은 64만원이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보통주보다 가치가 낮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환경시설관리가 SK에코플랜트 전사 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은 적은 편이다. 지난해 환경시설관리 연결 기준(이하 동일) 매출액은 4384억원, 당기순이익은 78억원이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줄어든 2063억원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94% 감소한 4억원을 기록했다.

환경시설관리 경영은 SK에코플랜트 출신 임원들이 책임진다. 지난해 1월부터 최고경영자(CEO)는 SK에코플랜트 국내 에코(ECO) BU 대표 출신 권지훈 대표이사가, 경영지원실장은 SK에코플랜트 재무회계팀장 출신 선병학 사내이사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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