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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아모레 vs LG생건

북미에서 만난 K-뷰티, 황금기 재현 과제

④[글로벌]'타타 하퍼' M&A와 앰버서더 교체 vs 피지오겔·더크렘샵 등 브랜드 재구축

김선호 기자  2023-09-19 15:09:50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K-뷰티를 이끄는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의 공통 과제는 북미 공략이다. 그동안 면세점과 중국 매출에 의존하면서 성장을 해오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후 이전의 황금기를 재현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해외사업 확장에 나섰다.

화장품 브랜드의 인지도는 문화의 흐름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측면이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 한류 열풍이 일자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했고 이는 곧 한국 브랜드 제품의 매출로 이어졌다. 특히 시장 변화에 민감한 화장품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이 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양 사는 해외시장 다변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전의 황금기를 재현하는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연결기준 아모레퍼시픽그룹은 6조원, LG생활건강은 8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이례적 M&A로 해외 장벽 넘어선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그동안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제고시켜 해외 시장을 공략해왔다. 중국에서 일어난 K-뷰티 열풍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전략과 맞물려 최호황기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최근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북미 시장은 성격이 다를 뿐만 아니라 장벽도 높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상반기 기준 계열사가 위치한 해외 국가는 홍콩, 중국, 말레이시아, 미국, 싱가포르, 대만,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캐나다, 프랑스, 일본, 인도, 호주, 러시아, 영국 등이다.

그만큼 과거부터 해외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직진출을 하는 등 화장품 브랜드의 현지화 작업을 진행했다는 의미다. 럭셔리 브랜드로 꼽히는 설화수와 프리미엄 브랜드 라네즈 등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간판 스타'였다.
타타 하퍼의 주요 제품
이전 2011년 프랑스 고급 향수 브랜드 '아닉구딸'을 인수한 적은 있지만 화장품 품목과 달랐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향수로 품목을 다변화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그러다 2022년에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이례적 전략을 구사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을 앞세워 미국 현지에 아모레퍼시픽 US 인베스트먼트(Amorepacific US Investment)를 설립했다. 그리고 해당 법인에 자금을 투입해 '타타 하퍼' 브랜드를 운영하는 타타 내츄럴 알케미(Tata's Natural Alchemy)를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서는 에스티로더·로레알그룹 등 쟁쟁한 글로벌 화장품 경쟁사를 뚫고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이례적 M&A였다. 이 가운데 올해 설화수 신규 앰버서더로 배우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을 선정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럭셔리 위상을 되찾겠다" 공격적 마케팅

LG생활건강은 먼저 주력 브랜드인 '더 히스토리 오브 후(후)'의 중국 내 위상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후 브랜드의 일부 라인을 리뉴얼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투자를 전개해 코로나19 이전의 매출로 회복하고 그 이상의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북미 시장에서 본격적인 사업 전개를 위해 2019년 인수한 ‘더 에이본 컴퍼니(The Avon Company)’의 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수한 법인과 브랜드의 현지 유통채널을 확대해 중국과 미국 시장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더 에이본 컴퍼니 인수 이후에도 2020년 피지오겔 아시아·북미지역 사업권, 2021년 미국 헤어케어 '보인카' 등을 각각 품에 안았다. 이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매출을 발생시키는 가운데 지난해 미국 '더크렘샵(The Crème Shop)'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더크렘샵 주요 제품
이로써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 법인은 중국, 일본, 베트남, 미국, 캐나다, 대만, 태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영국으로 늘어났다. 생활용품·화장품·음료부문으로 '삼각편대' 사업구조를 완성한데 이어 M&A로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브랜드를 재구축한 셈이다.

다각화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통해 해외 현지에 맞는 맞춤형 공략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럭셔리 화장품 '후'는 위상을 회복해 중국 시장에서 재흥행을 노리고 아시아권과 소비경향이 다른 미국에서는 현지 브랜드를 인수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구조다.

전반적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미지'를 개선해 해외 현지에 맞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이와 함께 M&A로 돌파구를 찾는 반면 LG생활건강은 이전과 같이 해외 브랜드 인수로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구축한 후 사업을 확장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형태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과 성격이 상이하기 때문에 정해진 성공 방정식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중국에서 거둔 과거 최호황기의 실적을 재현하기 위한 방안에서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도 주요 전략 중 하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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