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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일렉트릭, 재고자산 운용효율 키워드 '증설'

1년 사이 재고자산 45% 증가, 회전수 1회 하락…효율 낮아지며 현금성자산 감소세

강용규 기자  2023-11-22 15:31:52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전력기기회사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대량의 수주잔고를 발판으로 눈에 띄는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빠르게 증가하는 수주잔고의 소화를 위해 재고자산 역시 빠르게 불리는 과정에서 재고자산의 운용 효율성은 낮아지는 모습이다.

현재는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수주잔고 증가 속도가 더욱 빠르다. 당분간 재고자산 운용 효율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와 미국에서 증설을 추진 중이나 증설효과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낮은 효율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3년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가 5조15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43.2% 증가했다. 이 기간 매출도 5351억원에서 6944억원으로 29.8% 증가하기는 했으나 수주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앞선다.

이처럼 수주 페이스가 빠른 만큼 HD현대일렉트릭은 원재료 등 재고자산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재고자산은 880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5.1%에서 30.1%로 높아졌다.

재고자산은 수주 증가속도에 맞춰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매출 증가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HD현대일렉트릭의 재고자산 운용 효율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 HD현대일렉트릭은 재고자산 회전수(연환산 매출원가를 기초재고와 기말재고의 평균으로 나눈 값)가 2021년 4.4회, 지난해 3.6회, 올해 1~3분기 누적 2.7회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재고자산은 순운전자본(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합에서 매입채무를 뺀 값)의 구성요소다. 운용 효율이 낮아진다면 현금흐름을 막는 요인이 된다.

HD현대일렉트릭의 현금성자산 보유량(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은 재고자산 회전수가 4회를 웃돌던 2021년까지는 3000억원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처음 4회 밑으로 떨어진 지난해 말에는 1948억원, 올해 3분기 말에는 1796억원까지 낮아졌다.

현재로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재고자산 회전수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릴 여력이 많지 않아 보인다. 공장 가동률을 높일 여지가 적다는 의미다. 이미 3분기 말 기준으로 생산법인 3곳(국내 울산, 중국, 미국)의 공장 가동률이 각각 95.5%, 96.3%, 94.4%에 달했다.

국내와 미국에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증설이 추진되고 있기는 하다. 울산 공장은 올해 4월부터 내년 10월까지,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올해 12월부터 내년 9월까지 시설투자가 예정돼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측은 각각 연간 1400억원, 연간 800억원의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는 증설효과가 본격화되는 내년 말까지는 HD현대일렉트릭이 재고자산 운용의 비효율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분간 HD현대일렉트릭은 현금성자산과 재고자산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재무 분야의 주요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HD현대일렉트릭은 과거 대비 불어난 재고자산 규모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수주 전망이 밝다는 의미다.

최근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전력사업본부장은 울산 공장 투어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최근에는 2033년의 장기 공급계약을 문의해오는 고객사가 있을 정도"라며 "전력기기사업의 호황이 내년, 내후년을 지나 상당 기간 이어지리라고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재고자산 운용 효율과 관련한 HD현대일렉트릭의 고민도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본부장은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10월 진행된 HD현대일렉트릭의 2023년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도 회사 측은 신공장 설립 등 물리적 증설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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