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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수주 앞세워 역대 최고가 찍은 HD현대일렉트릭

북미·중동 수요급증에 수주목표 2회 상향…증권가 "호황 장기화" 전망

이민호 기자  2023-09-06 16:07:18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올해 주가 상승률이 두드러졌던 종목 중 하나로 HD현대일렉트릭을 꼽을 수 있습니다. 종가 기준 지난해말 4만25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7월25일 8만600원으로 올라 이 기간 89.6%의 상승률을 보였죠. 다음날인 26일에는 장중 8만4000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이는 HD현대일렉트릭 역대 최고가이기도 합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4월 3일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사업본부가 인적분할해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한 것은 그해 5월 10일이었죠.


하지만 HD현대일렉트릭 주가는 재상장 이후 하락을 지속했습니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6만1351원(수정주가 적용)이었는데 코로나19 영향이 불거졌던 2020년 3월 19일 장중 4840원까지 하락하기에 이르렀죠. 올해 들어 보인 뚜렷한 상승세는 재상장 이후 주가흐름을 보면 확연한 '브이(V)자' 반등인 셈이죠.

HD현대일렉트릭 주가 상승의 실마리는 국내 전력기기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피어그룹 플레이어의 주가흐름에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말 7만8000원이었던 효성중공업 주가는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올해 연고점인 20만300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이 기간 상승률은 160.3%에 이르죠. LS일렉트릭 주가도 지난해말(5만6400원)부터 올해 연고점(7월 25일·11만5500원)까지 상승률이 104.8%를 나타냈습니다.

◇Industry & Event

HD현대일렉트릭은 출범 직후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이는 앞선 주가 부진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죠. HD현대일렉트릭은 변압기, 차단기, 회전기 등 전력기기 제조업체입니다. 하지만 출범 이후 핵심 매출처인 한국전력공사의 실적 부진과 주요 전방산업인 조선·플랜트 경기 둔화에 따른 발주 감소가 겹치면서 2018년(-1006억원)과 2019년(-1567억원)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내기에 이르렀죠.

이에 따라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불가피했습니다. 2019년 7월 선박제어부문 영업양도(196억원), 9월 용인 마북리연구소 자산양도(597억원)와 2020년 4월 울산 변압기 5공장 자산매각(326억원), 8월 불가리아 자회사(Hyundai Heavy Industries Co. Bulgaria AD) 지분매각(267억원)이 잇따랐죠. 여기에 2019년 12월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1073억원)까지 실시했습니다. 주가 부양에 신경쓸 틈이 없었죠. 배당도 실시하지 못해 뚜렷한 투자 유인이 없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주가 반등의 계기를 만든 것은 지난해입니다.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결 기준 매출액이 2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인 133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지난해말 수주잔고가 3조5269억원으로 불어날 정도였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 환경은 말 그대로 '겹호재'의 상황입니다. 중동지역에서는 고유가 기조에 힘입어 기존제품에 대한 발주가 증가했고 특히 신재생 발전단지 확대를 앞세워 계통안정화용 변압기나 리액터 등 신재생 발전용 특수장비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북미지역에서도 노후기기 교체 수요와 더불어 신재생 발전용 특수장비 수요가 확대됐죠. 여기에 국내에서는 조선산업 수주회복으로 선박용 기기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벌써 1조2000억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도 105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상반기말 수주잔고는 4조8399억원까지 확대됐죠. 영업이익률의 가파른 상승도 주목할 만합니다. 2021년 0.5%에 머물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6.3%로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8.7%로 재차 올랐죠.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7월 '2023년 2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통해 "전력기기 부문에서 고압 전력 변압기가 매출 증가를 견인했으며 지역적으로도 국내와 해외 매출 모두 고르게 성장했다"며 "회전기기 부문은 중동 플랜트 공사에 대한 매출이, 배전기기 부문은 아시아와 중동 시장에 대한 매출이 각각 증가했다"고 자평했습니다.

여기에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연간 수주목표를 연초 26억3400만달러에서 31억8600만달러로 21.0%(5억5200만달러) 상향 조정했습니다. 4월과 7월 두 차례나 수주목표를 올려잡은 결과물이죠. 수주 확대에 대한 회사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상반기 20억2800만달러를 수주하면서 연간 목표의 63.7%를 달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출처: HD현대일렉트릭 2023년 2분기 경영실적 기업설명회(IR) 자료

◇Market View

그렇다면 HD현대일렉트릭 주가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어떨까요. 최근 3개월간 HD현대일렉트릭에 대한 투자의견을 제시한 증권사는 8곳입니다. 모두 투자의견을 '매수(buy)'로 제시했죠. 목표가는 8만7000~10만원으로 형성됐습니다. 올해 장중 최고가인 8만4000원보다도 높은 수준이죠.

10만원의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곳은 한화투자증권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은 HD현대일렉트릭의 영업이익률에 주목했습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와 중동 지역의 수주물량 확대뿐 아니라 단가도 오르고 있다"며 "기존 전력기기 이외에 회전기기와 배전기기의 원가율도 개선되면서 하반기에도 이익률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목표가를 9만원으로 제시한 하나증권은 장기공급계약에 따른 호황 장기화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에서 급증할 수밖에 없는 전력기기 수요는 2027년까지 납기를 길어지게 만들고 있다"며 "주요 원자재 가격이 충분히 전가될 수 있는 장기공급계약이므로 중장기 실적 우상향 추세는 확정적이며 현재 업황은 당장 하반기를 넘어 향후 몇 년 동안 양호한 마진을 담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가장 최근(지난달 21일) 투자의견을 낸 IBK투자증권의 진단은 어떨까요. IBK투자증권은 목표가를 9만30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와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공급망 재조정 등으로 변압기 수요가 늘면서 공급자 우위시장이 이어지고 있다"며 "선별수주와 원가개선으로 수익성 향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수주와 매출이 호조를 보일수록 재무전략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수금과 매입채무 등 영업부채가 증가하면서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올해 상반기말 HD현대일렉트릭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30.3%로 지난해말(193.0%)보다 상승했습니다. 6개월 만에 꽤 높은 상승폭입니다.

여기에 HD현대일렉트릭은 빠른 총차입금 증가속도에도 직면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8501억원으로 지난해말(5987억원)보다 늘었습니다. 매출이 늘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 부담이 가중된 탓이죠. 올해 들어 5월 1460억원 규모 공모채와 6월 200억원 규모 사모채를 잇따라 발행했습니다.

재무전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철헌 경영지원부문장 전무가 이 역할을 맡고있죠. 현대중공업 해양원가관리부, 불가리아법인 주재원, 재무분석팀 부장, 재무담당 상무보를 거친 이 전무는 2019년 HD현대일렉트릭 원가담당 상무로 이동했습니다. 2020년부터 경영지원부문장으로 활약하고 있죠. 전무로는 2021년 승진했습니다. 원가담당을 포함해 재무파트에서 경험이 풍부해 운전자본 관리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더벨은 HD현대일렉트릭 IR팀에 대한 서면질의를 통해 현재 주가 상황에 대한 내부 진단과 향후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서면답변을 요청한 당일(4일)과 익일은 IR팀이 미국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던 시기라고 합니다. 바쁜 출장길에도 IR팀은 성실한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주가를 관리하려는 HD현대일렉트릭 IR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 IR팀은 올해 주가 상승에 대해 내부적으로 경영실적 개선을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었습니다. "2022년 글로벌 신재생·친환경 에너지시장 성장에 따른 전력인프라 투자 확대와 2023년 글로벌 중전기기시장 업황 호조에 따라 HD현대일렉트릭의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최근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는 평가입니다.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구체적인 요인으로는 미국 전력기기 시장 호황을 꼽았습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도입을 계기로 신재생발전 신규투자와 그에 따른 송배전망 구축, 노후화된 전력망 교체 수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며 "미국 현지에서는 이미 2028년 납기 물량까지 요구하고 있을 정도로 변압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해왔습니다.

지난 7월 25일 종가 기준 연고점(8만600원)을 찍은 HD현대일렉트릭 주가는 이번달 5일 6만4700원까지 하락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일부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등락을 보이고 있으나 주가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향후 주가는 회사의 수주 및 경영 실적을 반영해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며 적극적인 IR 활동과 성실 공시를 통해 회사의 경영상황을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유의미한 주주친화정책을 시작했죠. 바로 배당을 처음으로 실시한 점입니다. 배당총액은 180억원이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중장기 주주친화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고 있지 않죠. 이번 서면질의를 통해 대략적으로나마 구상을 알 수 있었습니다.

IR팀 관계자는 "배당정책은 지난 2018~2019년 대규모 적자에 따른 안정적인 이익잉여금 관리와 향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계획, 재무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며 "HD현대일렉트릭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발맞춰 신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가며 기업가치 증대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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