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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삼양그룹, 오너 4세 김건호 '그룹 재무 총괄'

홀딩스 김건호 사장 선임, 김현미 삼양사 전 CFO '재경기획PU장' 중용

박규석 기자  2023-12-21 13:59:52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삼양그룹 재무조직의 역할과 영향력이 확대됐다.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과 재무관리 역량 제고를 위해 전략총괄이 신설됐다. 전략총괄 산하에는 IC(Innovation Center)와 재경기획PU 조직이 있으며 각 부문에는 임원급 인사가 배치됐다.

그룹의 성장 전략 수립 등을 책임지는 전략총괄은 오너 4세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이 컨트롤 한다. 그는 삼양홀딩스 김윤 회장의 장남으로 이달 초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계기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지주사 삼양홀딩스 '전략·재무' 조직 강화

삼양그룹은 이달 초 2024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글로벌 시장 확대와 고기능성(스페셜티)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젊은 인재를 중용한 게 특징이다. 신규 임원은 총 8명으로 이 가운데 7명이 1970년생 이후 출생자로 채워졌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삼양그룹의 후계자 김건호 경영총괄 상무가 지주사 삼양홀딩스의 사장으로 선임된 대목이다. 그룹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지주사 경영진으로 합류한 만큼 그의 경영승계가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양그룹은 그의 인사에 맞춰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삼양홀딩스에 전략총괄을 새롭게 구축해 김 사장에게 맡겼다. 전략총괄은 그룹의 성장전략과 재무를 책임지는 조직이다. 이를 위해 IC와 재경기획PU를 산하에 구성했다. 전략총괄이 일종의 그룹 개념이라면 IC와 재경기획PU는 세분화된 부문단위 조직인 셈이다.

IC는 재계에서 통상적으로 운영되는 경영기획실 같은 곳이다. 전략팀과 기획팀 등을 컨트롤한다. 관련 부문의 수장은 임원급 인사인 윤석환 실장이다. 윤 실장은 1970년생으로 삼양패키징 재무PU장 등을 역임한 후 현재 자리에 올랐다.

신설된 재경기획PU는 이번 인사 전까지 삼양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김현미 전 재경PU장이 이끈다. 김 전 CFO는 지난해 삼양사에 신설된 재경PU 조직의 세팅을 담당했던 인사다. 관련 경험과 성과를 인정받아 삼양홀딩스의 재경기획PU장에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홀딩스는 전략총괄과 더불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의 CSR총괄을 신설하기도 했다. 식품그룹에서는 북미지역에서의 스페셜티 사업 확대를 위해 식품BU(Business Unit) 직속의 북미사업팀을 꾸리기도 했다.

◇삼양그룹, 재무 콤비 '김건호·김현미' 구축

삼양그룹은 CFO 직책을 별도로 두지 않는다. 회사 내 재무를 총괄하는 임원 등이 CFO 역할을 수행하며 주로 재경PU장이 담당한다. 삼양홀딩스의 경우 재무를 담당하는 재경기획PU장이 있지만 CFO 역할은 아니다. 전략총괄의 하위 조직인 만큼 최종 의사결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략총괄을 책임지는 김 사장이 실질적인 CFO 역할을 맡고 있는 구조다.

김 사장의 경우 재무만을 담당하는 인사는 아니지만 전문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1983년생인 그는 미국 리하이대학교(Lehigh University) 재무학과를 2007년에 졸업한 직후 JP모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JP모간에서 3년 간 근무한 그는 2014년 삼양홀딩스로 입사했다. 2017년부터는 주력 계열사인 삼양사에서 해외팀장과 글로벌성장팀장을 지냈다. 이후 삼양홀딩스 Global성장PU장과 휴비스 미래전략주관 사장 등을 거쳐 현재 자리에 올랐다.


사실상 김 사장이 기업의 재무를 총괄하는 일은 처음인 만큼 삼양그룹은 그를 보좌하기 위해 김현미 재경기획PU장을 파트너로 붙였다. 김 재경기획PU장은 지난 26년간 그룹 내 재무부문에서 역량을 쌓은 인사로 최근까지는 삼양사의 재무를 총괄했다.

김 재경기획PU장은 1974년생으로 부산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삼양사에 입사했다. 이후 삼양홀딩스 재무기획팀장과 재경2팀장, 삼양패키징 재무팀장, 삼양사 재경PU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를 재경기획PU장에 선임한 이유 중 하나는 작년에 신설된 삼양사의 재경PU를 안정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당시 삼양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재무조직을 새롭게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지원PU 산하에서 일부 재경 업무를 수행했지만 이를 재경PU로 독립했다.

삼양홀딩스의 재경기획PU가 올해 신설된 조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역할은 신규 조직의 세팅과 안정화다. 또 김 사장이 CFO 역할을 맡아 그룹의 재무를 총괄하고 있는 만큼 김 재경기획PU장은 실무를 챙기며 그를 보좌하는 업무에 집중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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