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만기 회사채 '상환' SK이노, 차입금 관리 나섰다

순차입금 증가세 가팔라, 한기평 등급하향트리거 '목전'

안정문 기자  2024-01-11 07:50:08
SK이노베이션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한다. 투자가 확대되면서 불어난 차입금을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20일 만기도래하는 2500억원 회사채를 현금상환한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대규모투자가 지속되야 하는 가운데 신용등급 하향 검토요인이 발동되려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꼈을 수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한국기업평가의 등급하향트리거 일부가 발동될 만큼 재무안정성 지표가 악화된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SK이노베이션이 등급하향검토 요인으로 순차입금/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4 초과, EBITDA/영업자산 8% 미만을 들었다. 3년 평균치는 각각 3.43, 6.53이다. EBITDA/영업자산 지표에선 이미 트리거가 발동된 상황에 순차입금/EBITDA도 기준선을 넘어서기 직전이다. 관련 지표의 분자인 EBITDA가 영업이익 관련 수치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렵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분모인 순차입금을 줄여 트리거발동을 막으려는 것일 수 있다.

다른 신평사의 등급하항 관련 지표를 관리하는 데에도 순차입금은 중요하다. 나이스신용평가의 등급하향 기준은 순차입금/EBITDA 5 초과, 한국신용평가의 기준은 7 초과다. 앞서 말한 9월 말 수치 3.43는 기준치와 비교해 여유가 있는 편이다.

곳간사정이 넉넉하다는 점도 차입금 규모 축소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2023년 9월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17조1582억원이다. 2019년 2조4133억원이던 현금성자산은 6배 넘게 늘었다.

한국기업평가는 SK이노베이션이 중단기적으로 하향검토 요인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갈 것으로 바라봤다. 단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EBITDA/영업자산이 8%, 순차입금/EBITDA은 3.5~4.5배 선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기적 전망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EBITDA/영업자산은 9~15%, 순차입금/EBITDA는 3~4배로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18년 3조4929억원에서 2019년 7조7190억원, 2020년 9조8404억원, 2021년 10조486억원, 2022년 16조2279억원, 2023년 9월 17조1582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은 운전자금 및 신규 투자의 영향으로 재무부담이 커졌다. 2021~2022년에는 대규모 영업창출 현금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운전자금 부담과 배터리 사업 중심의 설비투자가 현금흐름 개선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외부차입이 크게 늘었다. 2023년에는 3분기까지 누적 EBITDA와 유상증자, 자회사 Pre-IPO 등으로 5조원의 자본을 확충했지만 그보다 많은 8조원의 CAPEX(자본적투자)가 발생했다.

◇투자부담, 계속 이어진다

투자규모 대비 실적 전망이 밝지 못한 점은 여전히 SK이노베이션에게 고민거리다. 한국신용평가는 "단기적으로 배터리 및 소재부문의 투자 규모가 기존 주력사업의 현금창출력을 상회하면서 차입 확대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당분간 배터리 사업의 자금소요와 투자성과에 따른 재무적 가변성이 일정 수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배터리부문(SK온)은 2023~2025년에 걸쳐 투자지출이 2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연간 약 7조원 규모)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며, 배터리부문의 수익성 추이, 추가 투자규모 및 재무부담 변화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를 늘린 성과가 지난 해부터 수익성 부분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2018년 3조565억원이던 연결기준 EBITDA는 2019년 2조4776억원, 2020년 -1조2018억원, 2021년 3조2679억원으로 들쑥날쑥하다 2022년 5조7106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9월 기준 2조952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3조원 후반대~4조원 정도는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