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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인 재무분석

현대제철의 새 근거지, 텐진에 거는 기대

6년간 누적 순이익 516억원…거점 삼아 외부 판로 확대 시도 전망

이호준 기자  2024-01-19 16:08:42
현대차의 충칭 공장 매각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추가 지점은 바로 중국에 함께 진출했던 협력사다. 현대차가 생산·판매 위축을 이유로 중국을 떠난 것처럼 현대차에 모듈·부품을 공급해 온 현지 협력사 역시 사정이 어려워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현대제철이 대표적이다. 현대제철은 현대차의 중국 시장 부진과 현지 철강 수요 감소 탓에 베이징·충칭 법인 매각에 착수했다. 대신 중국에서 유일하게 순이익을 올리고 있는 텐진 법인에 희망을 걸어보겠다는 계획이다.

◇사드 보복의 여파, 사라지는 베이징·충칭 법인

현대제철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7개의 중국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텐진(HSCN) △베이징(HSBJ) △천진(HSTJ) △장쑤(HSJS) △쑤저우(HSSZ) △충칭(HSCQ) △칭다오(HSMC) 등이다.

이중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법인은 베이징·충칭 두 곳이다. 베이징 법인은 지난 2017년부터, 충칭 법인은 2016년부터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베이징·충칭 법인의 누적 순손실은 각각 540억원, 388억원에 달한다.

(단위:백만원)

한때 두 법인은 현대제철의 거점 지역으로 평가됐다. 2003년 설립된 베이징 법인의 경우 코일의 넓이를 조절해 절단하는 슬리터 라인(slitter Line)부터 쉐어 라인(Shear Line), 블랭킹 라인(Blanking Line) 등 냉연가공과 관련된 모든 설비를 갖춘 유일한 곳이었다. 충칭 법인은 중국 국가개발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에서 지리적 이점이 컸다.

사드 보복 영향이 발생한 2017년부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자동차용 강판은 그룹사향 판매량이 95%로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대차는 입지가 좁아진 후부터 중국 내 판매량이 적게는 30%, 많게는 40%씩 전년 대비 감소했다. 자동차 강판 생산·판매를 담당하는 현대제철의 중국 법인도 실적이 급감했다.

현대차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계속해서 줄어들자, 2021년 베이징 공장 한 곳을 매각했고 올해는 충칭 공장도 팔았다. 두 공장과 연계된 현대제철로서는 손실이 지속되고 있던 사업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베이징·충칭 법인의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시선은 텐진 법인으로…7년간 누적 순이익 580억원

현재 현대차는 글로벌 사업 재편에 들어갔다. 판매가 부진하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중국에서 힘을 빼고 인도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창저우 공장도 연내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의 사업 효율화 작업도 빨라질 전망이다. 향후 텐진 법인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전개한다는 게 현대제철의 구상이다. 텐진시는 중국 4대 직할시이자 중국 북부를 대표하는 경제 도시다. 현대모비스 등 협력사들의 생산 기지가 몰려 있다.

(단위:백만원)

텐진 법인은 2023년 3분기 기준 자산총액이 2265억원으로 현대제철 중국 법인 중 몸집이 가장 크다. 최근 7년 새 중국에서만 580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이 전기차 강판 공급을 위한 설립된 △천진(HSTJ) △장쑤(HSJS) △쑤저우(HSSZ) △칭다오(HSMC) 등 나머지 법인이 모두 손실을 낸 것과 비교된다.

베이징·충칭 법인의 인력과 설비 등도 텐진 법인에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이곳을 근거지로 현대차 외에 외부 판로 확대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관계자는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만큼 현대차도 중국을 아예 포기할 수는 없다"며 "현대차가 현지 판매 라인업을 축소해 수익성을 최대한 챙기는 전략을 본격 시작하면 현대제철도 중국 사업에서 일정 부분 반등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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