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배당정책 리뷰

애경케미칼, 배당률 1.6% 주춤…해외 공략 '현금 확보' 총력

배당금 전년대비 절반 수준...중국·베트남 등 해외 공략 준비

박완준 기자  2024-02-05 15:24:17

편집자주

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애경케미칼의 지난해 결산 배당금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애경그룹이 지난 2021년 애경유화, AK켐텍, 애경화학을 합병해 거대 화학기업으로 출범시킨 지 3년 만에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애경케미칼은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주당 250원으로 책정해 총 120억67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배당률은 1.6%로, 창사 이래 최저점을 기록했다. 합병 후 매년 4~5%의 배당률을 책정한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영업익 52.6% 감소…中 자급률 확대에 실적 '빨간불'

국내 주요 석화 업체들의 석유화학 사업 부문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에 맥을 못 추고 있다. 불황에 빠진 주요 원인은 수요 부진으로 인한 석유제품 가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중국발 경기부진과 공급과잉 우려가 겹치면서 수급불균형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경케미칼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827억원(17.6%) 감소한 1조793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1억원(52.6%) 감소한 45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석화업체들의 증설, 경기 침체 등이 맞물리며 국내 제품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연간 매출 기준 성장세도 꺾였다. 애경케미칼 연간 매출은 지난 2020년 9089억원에서 2021년 1조5701억원, 2022년에는 2조1764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현금성 자산 확보 '총력'…해외 사업 확장 속도

불확실한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 애경케미칼이 선택한 방법 중 하나는 현금 확보로 풀이된다. 최근 고금리 등의 여파로 발행시장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체적인 현금 여력을 갖추는 게 강점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애경케미칼은 보수적인 자금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배당률 축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석화 시장의 수요 부진이 장기화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사업 활성화 등을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경케미칼은 업황 부진에도 지난해 3분기까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1053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 2021년 629억원에서 약 67% 증가된 금액으로, 창사 이래 최대액이다.

현금 곳간을 두둑이 채운 애경케미칼은 해외 시장 입지를 강화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 수요 부진에 대응할 계획이다.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현지 법인 영향력을 넓히고, 제품 생산력 향상을 위해 기업 인수에 나서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애경케미칼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가소제 생산법인 VPCHEM 지분 인수를 마쳤다. 같은해 2월에는 베트남 법인 AK VINA의 계면활성제 생산 공장 증설에 돌입하기도 했다. 중국 닝보 법인에서도 가소제 공장 증설 등 투자에 나섰다.

애경케미칼은 올해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범용 및 기능성 제품을 전략적으로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북미와 유럽을 대상으로 하는 친환경 제품과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국내 수요 부진에 대응하고, 세계 화학 소재 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추기 위해 해외 설비 투자를 늘리는 중"이라며 "생산성과 품질을 높여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부가 제품 수요 증가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