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재무조직 모니터

애경산업, 강화된 재무라인…CFO 출신 대표 중용

신임수장 '전략·기획' 전문가 김상준 전무, 박진우 경영지원부문 총괄 '미래전략실' 겸직

박규석 기자  2024-01-12 14:44:55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조직을 보면 회사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자금 관리 위주의 '곳간지기'에 역할에 그치는 곳이 있는 반면 조달·전략·기획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 곳도 있다. 특히 진행 중인 변화는 회사의 '현재' 고민이 무엇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힌트다. 주요 기업 CFO 조직의 위상과 역할, 전략을 조명한다.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 애경산업의 재무라인이 한층 강화됐다. 신임 대표이사로 기존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김상준 전무를 중용하면서 재무·회계부문에 힘이 실렸다. 김 대표가 전략과 기획 등에도 전문성을 보유한 만큼 향후 재무라인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의 빈자리는 박진우 경영지원부문 총괄이 맡게 됐다. 그는 부장급이지만 애경산업의 미래전략실장을 겸직하고 있는 주요 인사 중 한명이다. 미래전략실은 사업기획과 성장전략 등을 책임지는 조직이다.

◇애경산업 입사 1년…대표 선임된 김상준 전무

김 대표는 작년 11월 애경그룹 2024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애경산업의 대표로 선임됐다. 대표급 인사로 중용된 임원은 김 대표가 유일했다. 세부적으로는 전무 승진 4명과 상무 승진 4명, 상무보 신규 선임 6명, 그룹 전입 1명 등 총 17명이다.

애경그룹은 이번 인사가 세대교체와 책임경영 체제 강화 등을 위해 단행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전략과 재무, 기획 등 경영 전반에 걸친 핵심 업무능력을 두루 갖춘 점을 높게 평가 받았다.


김 대표의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가 애경산업에 입사한 지 1년 만에 수장에 올랐다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2022년 12월에 애경산업의 CFO로 중용됐다. 같은 해 11월 송기복 전 경영지원부문 총괄상무가 급작스럽게 퇴사하면서 외부인사였던 김 대표가 새로운 CFO로 발탁됐다.

1972년생인 그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와 미국 Kellogg MBA 마친 후 사회에 나왔다. AT커니와 GE캐피탈, HSBC 근무 등에서 실무를 쌓았다. 근무기간이 가장 긴 회사는 코웨이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전략기획실장(CFO) 상무와 커뮤니케이션실장 등을 지냈다. 이후 유니레버 카버코리아 기획재부본부장(CFO) 전무를 역임한 후 애경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재무와 더불어 전략과 기획, 커뮤니케이션 등에도 전문성을 지닌 인사다. 특히 코웨이 재직시절에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의 지분 매각 거래에 실무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2012년 웅진그룹은 경영난을 겪고 있었고 기업 정상화의 일환으로 코웨이의 지분 31%를 MBK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1조2000억원 규모였다.

카버코리아에서는 대표이사를 지낸 이력도 있다. 2021년 4월 기존 대표였던 이제훈 전 사장이 홈플러스 대표로 옮기면서 김 대표가 임시대표를 맡았다. 약 반년의 기간이었지만 전략과 기획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수장을 맡을 수 있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박진우 실장 '재무·기획' 서포터

김 대표가 애경산업의 수장에 오르면서 공백이 생긴 CFO 자리는 박 실장이 맡게 됐다. 박 실장은 부장급 인사로 그의 과거 이력 등은 현재 외부에 공개된 부분이 없다. 다만 그가 애경산업의 경영지원부문과 미래전략실을 동시에 채임지고 있는 만큼 재무와 기획, 전략 등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풀이된다.

박 실장과 김 대표의 선임으로 애경산업의 재무조직은 그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가 재무와 기획 등의 전문가인 가운데 박 실장 역시 향후 경영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미래전략실도 함께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전략실 산하에는 기획팀과 IR팀, 성장전략팀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기획과 성장전략의 경우 사업의 방향성 등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과거에는 미래전략실이 재무조직과 별도로 움직였지만 박 실장이 경영지원부문을 겸직하는 만큼 올해부터는 한 몸처럼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 경영지원부문에는 회계팀과 재무팀이 편제돼 있다.

재계에서 CFO가 사내 전략과 기획, 경영 등의 부문을 겸직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업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미래 사업 등을 위한 자금 조달과 재분배, 효율화 등이 주된 목적이다.

애경산업의 현직 CFO가 미래전략실을 겸직하는 것과 재무수장 출신인 김 대표를 CEO로 중용한 것도 비슷한 의미라는 게 업계 평가다. 김 대표가 경영과 더불어 사업 기획, 전략, 재무 등의 방향성을 제시하면 박 실장이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애경산업 측은 "불확실한 대내외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리더를 발탁해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단행됐다"며 "세대교체 등을 통해 책임경영 체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