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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홀딩스, 정석 CFO 자산 재배치로 유동성 대응 총력

애경산업 매각 이후 AKIS 432억에 재인수…단기차입금 6200억, 1년 새 2배 급증

고진영 기자  2026-05-06 15:45:40

편집자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영전략 수립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는 주요 경영진 중 한 명이다. 투자와 자원의 배분, 내부통제 등을 관장하는 만큼 이사회와 사내외 겸직, IR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처럼 좁게는 재무부터 넓게는 기획까지 책임지는 CFO의 역할과 권한, 영향력을 THE CFO가 살펴본다.
AK홀딩스가 정석 상무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발탁한 뒤 1년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행보는 자산 재배치를 통한 유동성 방어다. 애경산업 매각으로 현금을 마련하는 한편 제주항공 보유 AK아이에스(AKIS)를 다시 사들이고 AK플라자에 자금을 넣으면서 그룹 내 자금 흐름을 다시 짜고 있다.

정석 CFO의 초기 경력은 컨설팅과 기업 전략 양쪽에 걸쳐 있다. 1978년 2월생으로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 경영전략팀을 시작으로 AT커니 컨설턴트,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전략기획실, 언스트앤영(EY) 등을 거쳤다. 통신·금융업종의 디지털전환 전략과 인수 후 통합관리(PMI) 컨설팅을 주로 담당했다.

애경그룹에 합류한 시점은 2018년 8월이다. 애경산업 성장전략팀과 AK홀딩스 전략기획팀, AK플라자 E쇼핑사업부문장, AK플라자 전략부문장 등을 지냈다. AK홀딩스 CFO로 부임하기 전까지 백화점과 이커머스, 부동산자산 재편 관련 실무를 맡기도 했다.

그러다 2025년 3월 이장환 CFO가 물러나고, 류민우 재무파트장이 등기임원에 선임되는 과도기가 있었다. 이후 정 CFO가 상위 책임자인 전략기획부문장으로 발탁되면서 재무라인이 새로 짜였다. 올 3월엔 정 CFO가 등기 임원에도 등재됐다.


부임하자마자 AK홀딩스는 애경산업 매각이라는 대형 딜에 나섰다. AK홀딩스는 2025년 10월 애경산업 지분 45.08%에 대한 매각을 결정했다. 애경자산관리가 보유 중이던 지분(18.05%)까지 포함해 4442억원에 매각했으며 이중 AK홀딩스 몫은 3171억원이다.

거래는 가격을 낮추고 한 차례 미뤄지면서 올 3월 마무리됐다. 애경산업이 그룹의 대표적 캐시카우였다는 점에서 AK홀딩스의 유동성 확보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매각대금이 유동성으로 전부 유입되진 않았다. AK홀딩스가 애경산업 주식에 걸려 있던 근질권을 풀기 위해 매수인 태광산업과 별도 대출약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차입 규모는 약 1510억원으로, 기존 담보차입금 상환 명목이다. 애경자산관리도 같은 방식으로 약 605억원을 차입했다.

이 차입금과 이자는 매수인의 잔금지급의무와 상계된다. AK홀딩스가 받을 매각대금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10억원은 처음부터 기존 주식담보대출 정리에 묶여 있던 셈이다.

애경산업 매각 결정 뒤에도 자회사 간 또 다른 손바뀜이 이어졌다. 2026년 2월 제주항공이 보유한 AK아이에스 지분 100%를 AK홀딩스가 432억원에 되사들였다. 외형상으로는 IT 자회사 재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주항공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거래다.

AK아이에스는 자산 재배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애초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각각 50%씩 출자해 출발했다. 이후 2023년 제주항공의 유상증자 참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물출자 대상이 됐는데, 2년 4개월 만에 다시 AK홀딩스 품으로 돌아왔다.

제주항공 입장에선 의미 있는 현금 유입이다. 제주항공은 2024년 12월 무안국제공항 참사 이후 99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충당부채를 인식했다.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AK홀딩스가 지원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AK홀딩스는 작년 12월 AK플라자로부터 마포애경타운 지분 99.11%를 455억원 주고 매입했다. 마포애경타운은 AK홀딩스 본사가 입주한 애경타워 등을 보유한 회사로, 매매대금이 장부가(409억원)를 46억원가량 웃돈다.

AK플라자는 2024년 12월에도 증자를 통해 AK홀딩스로부터 601억원을 수혈받았는데, 또 마포애경타운 지분을 AK홀딩스에 넘겼다. 1년 사이 AK홀딩스에서 AK플라자로 들어간 현금이 1056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AK홀딩스의 단기차입금이 급증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


AK홀딩스의 별도 총차입금은 2024년 말 5054억원에서 2025년 말 7181억원으로 42% 급증했다. 특히 단기차입금 증가가 가팔랐다. 3155억원에서 615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유동상장기부채까지 합치면 총차입금의 100%가 1년 내 만기를 맞는다.

조달 창구의 경우 은행에 쏠렸다. 2025년 신규조달 1201억원은 전액 은행 차입으로 잡혔고 회사채 발행은 없었다. 자회사 지분담보를 바탕으로 한 은행 차입에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애경산업 매각으로 급한 불을 끈 만큼 이제 정 CFO의 다음 과제는 차입부담 안정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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