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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투자 사이클' 진입 태광산업, 내실까지 다 잡았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재원 '현금·금융자산'…총차입금도 91억 ‘역대 최저’

박완준 기자  2026-04-08 15:18:35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태광산업의 자금 운용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유동성을 유지하며 기회를 엿보던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투자로 연결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다. 석유화학 중심의 기업 간 거래(B2B)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로 영역을 넓히면서 자금의 쓰임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태광산업의 재무는 지난해 4분기 선명한 변화를 보였다. 투자와 사업 재편이 병행되면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규모가 동시에 줄었다. 아울러 차입금 상환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자금의 성격이 '보유'에서 '집행'으로 이동했다는 평가다.

◇유동성 '집행 국면'…현금 곳간 열었다

수년간 쌓아둔 현금 곳간이 열렸다. 시장에서 태광산업의 재무 변화를 평가한 시선이다. 손에 쥔 유동성을 활용해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시작하면서 실제 투자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다. 사업 구조를 소비재와 바이오, 조선, 부동산 개발 등 다각도로 확장해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한다.


태광산업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2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해 9월 말 4910억원 대비 약 646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단기금융상품도 같은 기간 7122억원에서 4839억원으로 줄었다. 단기금융상품은 만기 1년 이내 금융자산으로 사실상 현금과 유사한 운용 자산이다.

대부분의 자금은 신사업 확장에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신사업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영향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수익성이 떨어진 석유화학 사업 대신 애경산업을 인수해 K-뷰티를 필두로 한 B2C 영역 확대를 목표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진출을 위해 동성제약 인수도 진행 중이다.

자산 활용을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 호텔을 인수한 데 이어 신규 부지 매입 등을 통해 부동산 개발과 연계한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유동성 구성을 현금성자산 대신 금융상품에 무게를 실은 배경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소극적인 재무 전략을 꾀한 곳"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신규 사업 투자를 목표하며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투자 늘리면서 빚 줄였다…재무 안정성까지 확보

태광산업은 투자에 나서면서도 재무는 더 단단해졌다. 투자 확대에도 차입금을 줄이며 재무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재무 구조까지 고려한 전략적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태광산업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91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차입금 규모는 2020년 1199억원에서 2022년 881억원, 2024년 1003억원을 기록한 후 역대 최저로 낮아졌다. 신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유동성을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신사업 확대 과정에서 차입을 늘리는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외형 성장을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대신 내부 유보 자금을 기반으로 투자에 나서는 전략을 택했다.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도 금리 부담과 재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 건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태광산업의 부채비율은 13.5%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말 17.6% 대비 3.6%p 낮아진 수치다. 차입금의존도도 같은기간 1.9%p 낮아진 0.2%로 집계되면서 처음으로 1% 이하에 머물렀다.

업계는 태광산업의 행보가 실적 부진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사업 재편의 속도가 늦어질 경우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 차입을 최소화해 불확실성을 낮췄다는 평가다. 실제 태광산업은 2022년 영업손실 1045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이후 지난해까지 흑자 복귀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업들이 신사업 확장을 나설 때 외부 차입도 늘려 레버리지를 높인다"며 "하지만 태광산업은 4년째 적자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재무 전략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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