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3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앞서 태광산업은 약 1조5000억원의 신사업 투자를 추진했다. 해당 EB는 이를 뒷받침할 재원이었다.
회사는 투자 계획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차입 기조를 조정한 재원 확보 방안도 열어둔 상태다. 태광산업의 내부현금흐름은 예년 만큼 안정적이지 않다. 태광산업의 현금성자산은 2조원에 육박해 단기 여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새 현금창출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태광산업의 레버리지 전략을 변화시키는 동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1.5조 신사업 지탱하던 EB 공백 '차입'이 메워야 할 자리 태광산업이 추진하는 신사업 규모는 총 1조5000억원이다. 뷰티는 종합 화장품 기업 인수를 출발점으로 헬스케어·바이오·제약·스페셜티로 확장하는 형태다. 호텔 분야는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며 에너지 부문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신재생 분야 지분투자가 검토되고 있다.
기존 화학·섬유 중심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성장축을 더하려면 상당한 초기 투자가 요구된다. 특히 뷰티와 호텔은 선투자 구조가 불가피하고 에너지 분야는 회수까지의 기간이 길다.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예고한 만큼 레버리지 활용과 재무 안전성 간 균형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신사업의 현금창출 전환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 속도를 늦출 경우 성장 모멘텀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태광산업이 자사주 기반 EB로 약 3200억원을 선제 조달하려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었다. 그러나 주주 우려와 법적 절차로 EB 발행이 무산되며 조달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후 회사가 차입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도 변화된 자본정책의 흐름으로 해석된다.
태광산업 측은 "교환사채 발행 철회와 무관하게 중장기 투자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며 "외부 차입을 포함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주주 등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해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순현금→순차입 중장기 그룹 재무 전략 변화도 엿보여 EB 발행이 무산됐지만 태광산업은 신사업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달 수단은 바뀌더라도 초기 자본을 안정적으로 연결해 성장축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부 현금창출력 회복이 중장기 사업 재편 과정에서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무 흐름을 보면 신사업 확보에 나서는 배경이 보다 분명하게 보인다. 석유화학 기반 포트폴리오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업황 둔화로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태광산업의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2021년 3800억원대에서 올해 상반기 400억원대로 감소했다. 이는 연 환산하더라도 100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FCF도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반면 기존 사업에서 오랜 기간 성과가 이어지고 투자집행이 크지 않았던 영향으로 현금성자산은 올해 상반기 1조9000억원까지 늘었다. 현금 보유력은 높지만 내부 창출력이 약해지는 흐름이다
더불어 기존 석화 사업은 사이클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지만 중국발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업황이 나아지리란 기대는 구조상 갖기 힘들어 보인다. 수조원을 투입해 외부에서 성장축을 확보하는 인오가닉 전략은 사실 태광산업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부채 구조는 여전히 안정적이다. 부채비율은 2025년 상반기 말 기준 17% 수준이고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기조가 지속됐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순차입금은 –1조9000억원 수준이다. 재무적 완충력은 충분하지만 투자 확대 국면에서는 내부·외부 자금흐름의 역학이 더 중요해진다.
커버리지 지표도 관리 가능한 범주다. 태광산업은 올해 상반기 EBITDA가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마진율은 여전히 낮다. 금융비용이 일시 증가하며 이자보상배율도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본격적 투자 국면에서 레버리지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EBITDA 회복 속도와 안정적 현금창출력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는 양호하게 순현금 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신사업이 본격화되면 자본정책 조정은 불가피하다. 특히 수익성 확보까지 과도기를 견뎌내려면 일정 수준의 차입 활용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태광산업이 EB 취소 이후 차입 중심으로 조달 전략을 다시 짜는 움직임은 단기 조정보다 중장기 재무정책 전환의 신호에 가까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