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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BCG컨설팅 진단

우시공장의 딜레마, 정리냐 유지냐 '2030년 분수령'

현존 장비 노후화 시점, D램 대신 다른 공정으로 대체 방안도 거론

이상원 기자  2024-03-18 13:06:52

편집자주

SK하이닉스가 중국 사업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미·중 갈등 장기화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데다 올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불어날대로 불어난 차입금으로 추가적인 자금 투입도 어렵다. 그렇다고 손해를 감수하고 철수를 결정하기도 힘들다. 여전히 미·중 양국 눈치를 봐야만 하는 처지다.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SK하이닉스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거액을 주고 컨설팅을 맡긴 배경이다. BCG는 과연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봤는지, 어떤 조언을 해줬는지 들여다본다.
SK하이닉스에서 우시공장은 단순 중국 사업을 떠나 회사 전체 D램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거점이다. 전체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점유율은 30% 선이다. 전 세계 D램의 약 12%가 우시공장에서 생산된다는 의미다. SK그룹으로 인수되기 훨씬 이전인 2006년 설립됐고 국내 기업의 성공적인 중국 진출 사례로 손꼽힌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우시공장은 전략적 의미가 있다. 현지에서 가동 중인 D램 공장 가운데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곳이다. 특히 중국 자국의 유일한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우시공장의 중요도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 장기화로 우시공장도 '생존'과 관련된 한계 상황에 부딪혔다. 양국의 분쟁으로 우시공장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유지할 것이냐 정리할 것이냐가 문제다. 언젠가는 결정해야 한다.

이를 확실히 결론내릴 시점으로 2030년경이 거론된다. 반도체 장비의 사이클상 5~6년 뒤면 우시공장 장비가 '노후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규 장비를 넣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문제는 우시공장 정리는 '중국에서 완전한 철수'를 의미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끝날 기미 없는 미·중분쟁…중국사업, 최악의 가능성

그동안 꾸준히 매각 가능성이 거론돼온 다롄공장과 달리 우시공장은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만큼 업계에서 우시공장 매각 가능성을 예상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BCG 컨설팅 이후 우시공장 매각까지도 내부적인 논의가 있었다는 말이 들린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을 향한 고민은 '단면'이 아닌 '전체'에 있다는 의미다.

역시 미·중 갈등이 가장 큰 문제다 .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를 '검증된 최종사용자(VEU)'로 선정하면서 첨단장비 도입은 가능해졌다. 하지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만큼은 허용하지 않은 영역이다. 해당 장비 없이는 10nm급 4세대 D램 이상 공정으로 전환이 사실상 힘든 게 현실이다.

EUV 반입 불가로 공장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발을 뺄지 말지를 두고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다. 만약 중국에 추가적인 제재가 가해진다면 현지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중국에서 철수하면 미·중 갈등에 따른 직접적인 리스크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다만 무턱대고 우시공장을 매각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우시공장은 미국 정부의 협조를 통해 반입한 첨단장비로 가득 차 있다. 중국 내 D램 생산라인 가운데 가장 선진화된 공장으로 평가받는다. '우시공장의 정리'는 곧 '해당 장비들이 중국 제조사로 넘어간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정책과 정확히 반하는 움직임이다.

이런 우려를 벗어날 수 있는 시점으로 2030년경이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장비가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5~6년 후에는 우시공장 내 장비들도 글로벌 수준에서 한참 뒤지는 '노후화 장비'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국제 정세에서 우시공장의 전략적 중요도는 떨어질 수 있다.

추측을 더해 이 시점에 SK하이닉스가 우시공장 정리를 결정한다고 치면 인수 후보자는 물론 현지 반도체 제조사일수밖에 없다. 현지 업체 중에서 지금까지 D램을 생산하는 곳은 CMXT뿐이다. 푸젠진화반도체(JHICC)는 마이크론이 제기한 기술 도용 소송으로 2019년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성웨이쉬(SwaySure)는 D램 공장 신규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 제재에 발이 묶여 있다. 이처럼 D램 분야에서 중국 제조사의 기술력은 SK하이닉스 등 선두권 제조사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SK하이닉스 우시공장

◇아직 포기는 이르다? 다양한 활용 방안도 가능

다만 보다 가능성이 큰 건 정리보다 지속적인 활용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정부 양쪽의 눈치를 모두 봐야 하기 때문에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EUV 장비를 반입하지 못한 상황을 가정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장 다롄공장과 함께 우시공장도 낸드 전문 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 중이다. D램은 한국에서만 생산하는 방안이다.

이외에 우시공장에서 4세대 D램 공정 일부를 진행하고 웨이퍼를 한국으로 들여와 EUV를 적용한 뒤 다시 우시로 보내 공정을 마무리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5세대 D램에서는적용하기 어려운 구상안이다. 4세대보다 EUV 공정이 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5세대 경우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엔드 투 엔드(한곳에서 생산 완료)'가 필수적이란 평가다.

일각에서는 중국 내 공장을 현재 상태로 유지한 채 범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는 구상안도 거론 중이다. 파운드리 법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2022년 모든 시설을 우시공장으로 이전 완료했다. 우시뿐만 아니라 다롄 2공장 역시 신규 파운드리 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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