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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금호석화, 주가 '롤러코스터'…자사주 소각에 들썩이는 투심

올해 말 새로운 '주주환원정책' 발표…"추가 소각 검토"

박완준 기자  2024-04-02 15:47:0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금호석유화학의 주가 변동성이 큰 폭으로 형성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12만9500원에서 15거래일 동안 하락세를 보이며 같은달 23일 10만78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이후 3주 만인 2월 19일 16만1500원까지 급등했습니다. 주가가 한 달 만에 위·아래로 약 90%의 변동 폭을 보인 것입니다.

이 기간 금호석유화학의 주가는 두 번의 큰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첫 번째 상승은 공교롭게도 '4분기 실적 어닝쇼크'를 기록한 1월 29일입니다. 어닝쇼크는 시장 예상보다 미달하는 실적을 거둘 경우 주가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입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탈피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하며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꼽혔습니다. 지난해 말 금호석유화학의 PBR은 0.63배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주가는 전일 대비 8.85% 오른 12만5400원을 기록하며 급등세를 기록했습니다.

기관과 외국인, 연기금이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끈 부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29일부터 이틀간 기관이 17만7659주, 외국인이 4만7157주, 연기금이 9만6676주를 순매수 했습니다. 반면 개인은 22만397주를 순매도하며 수익실현에 나섰습니다.

두 번째 상승은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전무가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2월 15일입니다. 박 전무는 금호석유화학의 전체 주식 18%에 해당하는 자사주 전체를 소각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입장문 발표 후 금호석유화학의 주가는 3거래일 동안 17% 상승해 2월 19일 장중 16만3900원까지 올랐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한 날입니다.

다만 주가는 지난달부터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6일 '자사주 전량 소각' 대신 '3년간 자사주 50% 소각'을 결정하자 주가는 4거래일 동안 하락해 13만46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시장 기대보다 낮은 자사주 소각 물량에 주가는 고점 대비 18% 하락했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의 최근 3개월간 주가 흐름표
◇Industry & Event

어닝쇼크에도 주가 급등을 기록한 금호석유화학. 올해 초 석유화학 주식을 매수한 개인들 사이에서 화두가 됐던 이야기입니다. 통상적으로 실적 악화에는 주가 하락이 동반되지만,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예상과 달리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0.7%, 68.7% 줄어든 6조3223억원, 358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은 3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컨센서스인 668억원을 크게 하회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업황 부진이 이어진 탓입니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이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 37.1%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유동자금으로 분류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도 9893억원을 기록해 향후 공격적인 신사업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해 뒀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3대 신성장 사업으로 전기차 솔루션과 친환경 바이오, 스페셜티 소재를 낙점해 새로운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 스페셜티 소재로 탄소나노튜브(CNT)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CNT는 이차전지의 전기와 전자의 흐름을 돕는 도전재로 쓰이는데, 기존 소재 대비 높은 전도도 구현이 가능합니다.

CNT는 배터리 수명과 용량을 늘릴 수 있어 핵심 배터리 소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은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 성장에 맞춰 CNT 제품 다변화와 품질 향상에 나설 전망입니다. 현재 충남 아산에 120톤의 연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가동을 목표로 전남 여수 율촌 산단에 360톤을 증설하고 있습니다.

◇Market View

증권가는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 소각이 추가적인 주당가치 상승을 일으킬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화학업계의 수요 회복 기대감이 있는 만큼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높아졌다는 의견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이 자기주식의 처분 및 소각에 대한 주요 사항을 결의할 수 있도록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추진하고, 3년간 보유한 자사주 50%를 소각하기로 한 후 목표주가를 다시 살펴본 증권사는 4곳입니다. 이 중 1곳은 목표치를 높였습니다.

18만8000원에서 19만4000원으로 상향한 키움증권은 금호석유화학을 기초유화사 업계 내 '톱픽'(최선호주)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주주환원으로 '밸류업'을 이뤄낼 것이란 전망입니다. 키움증원은 "향후 주총 결과에 따라 최소 보유 자사주 50%인 9.2%를 3년간 소각하기로 한 부분이 기업가치 개선에 매우 긍정적인 이슈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차증권도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주가는 18만원을 유지했습니다. 강동진 연구원은 금호석유화학이 전반적인 화학산업 약세에도 연간 3000억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해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안정적인 이익이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수요 회복이 현실화될 시 주주가치는 비례해서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도 덧붙였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금호석유화학의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가는 19만원을 제시했다.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PBR 0.63배에 머물러 있으나 향후 합성 고무 수급 개선과 고부가 비중 확대, 증설에 따른 점유율 상승으로 주가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IBK증권도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18만원으로 유지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고영도 금호석유화학 CFO
금호석유화학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영도 전무(사진)입니다. 그는 1990년 말 금호그룹 재무관리팀으로 입사했습니다. 2009년까지 재무팀과 회계팀을 거쳐 자금팀장 역할을 맡으며 재무 라인에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고 CFO는 2010년 관리담당 임원으로 승잔한 후 2012년 구매자금담당 상무와 2014년 구매재무담당 상무를 거쳐 2020년 5월 전무로 올라섰습니다. 2021년 4월부터 관리본부장을 맡아 금호석유화학의 재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더벨은 금호석유화학의 주가가 최근 변동 폭이 커진 배경과 향후 주가 부양 계획을 듣기 위해 이날 고 CFO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멘트는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IR 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IR관계자는 올해 주가 변동폭이 커진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정부의 벨류업 프로그램 발표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이 저PBR 종목으로 꼽혀 단기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최근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하락한 것은 경기 침체 및 화학 제품 수요 회복 지연 등으로 석유화학 업계 장기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주가는 약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추가적인 주가 부양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8월까지 소각 목적의 자기주식 500억원 규모를 취득할 계획"이라며 "추가적인 현금배당과 자기주식 취득·소각 등 새로운 주주환원정책도 검토 후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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