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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

메리츠화재, 안정적 자본적정성 관리 배경은

①상품 포트폴리오 재설계·계리적 가정 통해 CSM 확대…가용자본 늘며 비율 개선

고설봉 기자  2024-05-07 14:22:39

편집자주

보험업은 호황기를 맞은 것일까. 최근 저PBR주에 대한 재평가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보험사 주가가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보험사 자본과 순이익 극대화로 주가도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질 자본이 늘고 수익이 불어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IFRS17 도입에 따른 K-ICS 비율 개선 결과라는 평가다. 오히려 미래 이익은 당겨 쓰고 리스크는 이연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킥스비율 개선과 맞물린 각 보험사별 자본 이슈를 점검해 본다.
메리츠화재가 최근 자본적정성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업권 내 최상위 수준의 경영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새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도입에 맞춰 상품군 재설계와 포트폴리오 관리, 계리적 가정 적용 등을 통해 재무 관련 지표를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메리츠화재의 킥스비율은 230.77%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는 자본 및 부채 관리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적정성에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 이에 금융감독원의 킥스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경과조치도 신청하지 않았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업계 평균을 웃도는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9월 말 경과조치 적용 전 보험업계 평균 킥스비율은 201.8%로 집계됐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210.6%를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업권 평균보다 20% 포인트 가량 높은 자본적정성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손보사 ‘빅 5’로 불리는 상위 업체 가운데서도 킥스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킥스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화재로 263.3%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메리츠화재 230.8%, DB손보 214.5%, KB손보 194.0%, 현대해상 172.1% 순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과거부터 꾸준히 자본 관리를 잘 해왔다. 최근 5년 자본적정성 추이를 살펴보면 업권 내 평균 이상을 항상 유지했다. 킥스제도 도입 이전 보험사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돼 왔던 지급여력비율(RBC)은 대체로 200% 이상으로 높았다.

2019년 1분기 말 RBC비율 213.38%를 기록한 뒤 계속해 안정세를 보였다. 2019년 말 RBC비율이 196.53%로 잠시 하락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회복세를 보였다. 2020년 말 211.49%, 2021년 말 203.80 등 꾸준히 200% 안팎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킥스제도 도입 바로 직전인 2022년에 RBC비율이 크게 하락하며 위기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2022년 1분기 말 174.87%로 크게 내려 앉은 뒤 2분기 말 208.76%, 3분기 말 182.33 % 등 수준을 보였다. 2022년 4분기 말 165.71%로 최근 5년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킥스제도가 도입되면서 적정성 이슈가 말끔하게 해소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IFRS17과 킥스제도를 도입했다. 메리츠화재는 회계제도와 킥스제도 도입에 따른 리스크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새 제도 하에서 자본적정성 비율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실제 킥스제도가 도입 직후인 2023년 1분기 메리츠화재 킥스비율은 202.20%를 기록했다. 이어 2분기 205.69%, 3분기 230.77% 등 꾸준한 개선세를 보였다. 제도 도입 직후 일시적으로 자본적정성 비율이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메리츠화재의 킥스비율이 개선된 주요인은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의 안정적 관리다. 최근 5년 메리츠화재의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증가율을 살펴보면 대체로 가용자본 증가율과 요구자본 증가율이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두 지표가 큰 격차를 보이지 않으면서 적정성 비율 안정화를 유도했다

2019년 말 대비 2020년 가용자본 증가율은 15.5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요구자본 증가율은 25.45%였다. 2021년 말에는 가용자본이 9.09% 증가할 때 요구자본은 0.45% 늘어나는데 그쳤다. 2022년 말에는 가용자본이 27.91% 늘어나는 동안 요구자본은 57.31% 증가했다.

킥스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추세를 보면 가용자본 증가세가 훨씬 더 커지면서 적정성 지표 개선을 이끌었다. 지난해 1분기 말 대비 3분기 말 가용자본 증가율은 14.8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요구자본 증가율은 0.61%에 머물렀다. 가용자본 증가율 수준만큼 킥스비율이 개선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킥제도가 도입된 뒤 메리츠화재의 적정성이 크게 개선되 것은 보험계약마진(CSM)의 성장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실손의료보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반영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CSM이 7250억원 증가했다. CSM을 늘려 자본항목을 키워 제도 변화에 대응했다는 평가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들을 토대로 향후 얼마만큼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CSM을 늘린다는 것은 단기간 상품 판매를 확대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손해율과 각종 비용 등 증가에 따른 리스크도 상존한다.

그러나 자본적정성 평가에선 유리하게 작용한다. 킥스제도에서 자본적정성 산출을 할 때 CSM을 가용자본으로 인식한다. 부채 항목인 CSM이 불어나면 회계적으로 부채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적정성 평가 기준에서는 오히려 득이되는 구조다. 가용자본으로 인식되는 CSM을 늘리면 그만큼 킥스비율 개선세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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