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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는 지금

전자에 먹혀버린 삼성생명 주가

④호재엔 둔감하고 악재엔 민감…자체 성장성보다 외부변수에만 좌우

조은아 기자  2025-04-22 07:51:19

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삼성생명은 공모가조차 밑도는 '만년 저평가주'다. 명실상부 생명보험사 원톱이지만 주가만큼은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수년간 제자리걸음하던 주가가 지난해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회사의 실적이나 자체 성장성보단 외부 요인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1년 사이 삼성생명 주가를 움직인 요인을 살펴보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각, 삼성화재의 밸류업 프로그램 등이다.

◇호재엔 둔감하고 악재엔 민감하고

삼성생명은 2010년 유가증권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당시 포스코와 현대차를 밀어내며 단숨에 시총 4위(22조8000억원)에 올랐다. 상장가는 11만원으로 상장 당일 종가는 11만4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장 나흘 만에 공모가 11만원 밑으로 떨어졌고 3년 넘게 공모가 아래에 머물렀다. 이후에도 반등하는가 싶으면 다시 반락하는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랜 기간 6~7만원대 사이에 갇혀있던 주가가 탄력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1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획을 밝힌 뒤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보험사 가운데 최고의 자본력을 갖춘 삼성생명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주주환원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주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8만원과 10만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소식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자사주 정책에 따라 자본과 실적이 출렁인다.

배경은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이다.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지 못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10%를 넘기는 만큼 해당분을 처분해야 한다.

앞서 2018년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한 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 배당재원으로 활용했다. 삼성생명은 최근에도 삼성전자 주식 425만2305주(2338억원)를 처분했다. 이번에도 2018년과 마찬가지로 매각이익을 배당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밖에 1년 사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이벤트를 꼽자면 삼성화재를 빼놓을 수 없다.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생명 주가가 다시 '반짝' 상승세를 보였다.


다양한 이벤트들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이 삼성생명 실적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삼성생명의 별도기준 순이익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우상향했다. 연결기준으로 살펴보면 2023년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다시 큰 폭의 반등에 성공했다. 지배주주 연결 순이익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며, 무려 8년 만에 2조 클럽에도 복귀했다.

다만 실적 자체에 주가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양새다. 반면 작은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역대 최대 수준인 주당 4500원의 배당 계획을 제시했다. 중기 주주환원율을 5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시장이 예상하던 수준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지분 매각 가능성↑, 주가 영향은

삼성생명은 장기적으로는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순차적으로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는 3조원을 매입해 소각까지 마친 상태로 앞으로 7조원이나 남아있다.

순차적으로 매입과 소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맞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역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또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매각 대금을 배당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자본건전성 관리 역시 수월해진다. 보유한 지분가치가 워낙 크다보니 주가 하락에 따른 매분기 평가손실 규모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에 반영돼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비율)의 하락을 불러온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킥스비율은 184.9%로 1년 사이 27.9%포인트나 하락했다. 창사 이래 처음 200%를 밑돌았다.

그러나 삼성생명 주가를 뒷받침하는 버팀목 중 하나가 삼성전자의 지분가치라는 점에선 주가 상승 동력이 장기적으로 약화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상당히 안정적이고, 또 꾸준한 배당을 안기는 좋은 투자처이기도 하다. 당장이야 유동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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