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베디드 금융이 금융권 핵심 비즈니스로 부상하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이란 금융사가 비금융사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과거 금융사는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금융 기능을 추가하는 비금융사를 경쟁자로 여겼으나 최근에는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다. 완숙기에 접어든 금융사 자체 플랫폼을 진일보하기 위해 가상자산, 제조업, 유통업, IT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동맹을 맺는 중이다. 비금융사 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강점이 있는 금융사와의 제휴도 활발하다. 막이 오른 임베디드 금융 시대의 헤게모니를 어떤 금융사가 잡을 수 있을까. 주요 금융사의 임베디드 동맹 현황과 전략을 분석했다.
하나은행이 플랫폼 동맹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고거래(당근), 페이먼트(네이버페이)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데 이어 여가(NOL, 옛 야놀자) 분야에서도 임베디드 금융 전략을 구현하기로 했다.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는 플랫폼 위주로 제휴를 늘리고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을 놓고 있다.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자금조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은행은 단자회사에서 시작해 상대적으로 적은 점포를 운영해 온 역사를 갖고 있어 예수금 내 저금리성 예금 규모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비용 문제로 리테일 점포를 확대하기 어려운 만큼 플랫폼 제휴를 늘려 외연을 확장하고 조달 경로를 다변화한다는 구상이다.
◇소비 트렌드 고려한 마케팅 주력
하나은행은 최근 여행·여가·문화 플랫폼 NOL을 운영하는 놀유니버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놀유니버스는 최근 야놀자에서 NOL로 개편한 항공, 숙소 예약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인수한 인터파크는 NOL티켓, NOL인터파크로 재편해 공연, 전시, 스포츠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9일 놀유니버스와 경기 성남시 소재 놀유니버스 판교 신사옥 10X타워(텐엑스타워)에서 금융과 여가를 연계한 디지털 금융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이호성 하나은행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서유석 하나은행 기업그룹 부행장(사진 왼쪽에서 첫번째),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배보찬 놀유니버스 공동대표(사진 왼쪽에서 네번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놀유니버스는 기존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놀유니버스 제휴점과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규 통장을 출시하고 스포츠 콘텐츠에 특화된 금융 및 여가 상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모그룹 하나금융이 축구단 대전하나시티즌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협업에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하나은행 임베디드 금융 전략의 일환이다. 하나은행은 2022년 네이버페이와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을 출시하며 시동을 걸었다. 네이버페이 이용자가 통장을 신규 개설하면 선불충전금을 보관할 수 있고 입출금통장 예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2022년 50만좌를 개설한 데 이어 2023년에는 100만좌 한도로 추가 판매를 개시했다.
올해는 당근, 당근페이와 손잡고 '당근머니 하나통장'을 선보였다. 57만좌 한도로 고객을 모집 중이다. 이 통장은 당근 플랫폼의 선불 충전금인 당근 머니를 예금자보호법에 근거해 보호하고 금리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네이버페이와 플랫폼이 다를 뿐 하나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객의 소비 트렌드를 기민하게 파악하는 하나금융의 마케팅 전략이 임베디드 금융에도 활용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고객의 환전 수요를 공략해 개발한 무료 환전 서비스 '트래블로그'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엔 모바일 이용자의 선호도가 높은 플랫폼에서 금융 서비스 니즈(needs)를 충족시키는 상품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저금리성예금 비중 '40%' 정조준
하나은행은 임베디드 금융 전략을 바탕으로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플랫폼 기업 제휴를 바탕으로 저금리성 예금(핵심 예금, 기업 및 기업자유예금, MMDA 등) 확대가 가능하다. 저금리성 예금은 상대적으로 조달 금리가 낮아 예수금 내 비중이 높을 경우 전반적인 조달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하나은행 저금리성 예금은 지난 1분기 기준 120조5000억원이다. 전체 예수금 318조7000억원 중 37.8% 비중을 차지한다. 신한은행은 134조2000억원으로 41.4%, KB국민은행은 156조2000억원으로 41.1%다. 하나은행의 저금리성 예금 비중이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신한은행이나 KB국민은행에는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저금리성 예금 비중이 낮은 건 하나은행이 단자회사에서 출발한 후발 은행이기 때문이다. 충청·보람·서울·외환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격차를 좁히긴 했으나 업력이 짧고 점포망 수가 적은 탓에 저금리성 예금 금액과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1분기 기준 하나은행 지점(출장소 포함)은 606곳으로 KB국민은행(772개), 신한은행(665개)보다 적다.
임베디드 금융 전략으로 효율적으로 저금리성 예금을 늘릴 수 있다. 시중은행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점포 수를 줄이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프라인 접점은 앞으로도 줄어드는 수순이다. 자체 뱅킹앱으로 신규 고객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플랫폼 제휴를 활용하면 마케팅 외적으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조달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외형과 이익 측면에서 시중은행과 격차를 좁히긴 했지만 저금리성 예금 비중이나 규모는 전통적으로 구축된 영업망과 업력에 의해 좌우된다"며 "앞으로 지점을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다양한 전략으로 고객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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