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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글로벌전략 점검

트래블로그 800만 시대…하나카드, 해외결제로 승부수

②일본법인 성과는 지연…국내 기반 글로벌 수익 창출로 차별화

김보겸 기자  2025-05-22 07:10:51

편집자주

국내 카드사들에겐 글로벌이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포화된 내수시장을 넘어서기 위해 수익원 다각화 돌파구로 해외 진출이 절실해졌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불확실성은 아시아 저개발국 금융시장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쿠데타 같은 정치리스크와 지진 등 자연재해도 영업을 위협하고 있다.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시점, 카드사들 해외사업 현주소와 미래 전략을 점검해 본다.
하나카드는 일본 법인의 영업중단이라는 글로벌 확장 전략의 한계를 국내에서의 해외결제 경쟁력으로 돌파하고 있다. 대표 서비스인 트래블로그는 출시 3년 만에 800만 고객을 확보하며 업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해외결제 특화 체크카드 시장에서 하나카드는 단순한 환전 혜택을 넘어 오프라인 채널 확대와 이종업계 제휴까지 다각도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 글로벌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방식으로도 주목된다.

◇해외법인은 지연, 국내 해외결제는 가속

하나카드는 2017년 일본 현지법인 하나카드페이먼트를 출범시키며 카드사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 동참했다. 하지만 법인 설립 이후 아직까지 뚜렷한 수익성과 기여도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사업인 위챗페이 매입업무가 중단된데다 일본 현지 할부판매법 개정으로 휴지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트래블로그 서비스는 엔데믹 수혜가 집중되며 정반대 궤적을 그리고 있다. 트래블로그는 하나머니 앱에서 무료환전 및 해외결제 수수료 면제, 해외 ATM 인출 수수료 면제라는 혜택을 내세운 해외결제 특화 카드다. 해외여행객을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여행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출시 첫 해인 2022년 말 46만명이던 트래블로그 가입자는 2023년 말 330만명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작년 2월에는 400만명, 올 4월 기준으로는 800만명을 넘어섰다. 단일 카드 서비스로는 이례적인 성장세다.

가입자 급증과 함께 하나카드의 해외결제 점유율도 뛰었다. 2022년 말 24.6%였던 해외 체크카드 시장점유율은 2023년 말 39%, 2024년 1분기에는 54.6%까지 급등했다. 이후 신한카드를 필두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해외결제 체크카드 시장에 뛰어들면서 올 1분기 점유율은 45%로 소폭 조정됐다. 그럼에도 업계 1위 지위는 공고하다. 2위 신한카드(31.9%), 3위 KB국민카드(12.4%)와 격차도 뚜렷하다.

하나카드 전체 실적에도 기여 중이다. 1분기 하나카드는 546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535억원) 대비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드업계가 경기 둔화로 인한 연체 증가로 고전했던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성과다. 3월 말 기준 국내 8개 카드사 중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증가한 곳은 삼성카드(3.7%), 우리카드(13.8%), 하나카드 정도다.

하나카드 실적에는 트래블로그 중심의 해외결제의 기여도가 크다. 1분기 말 기준 하나카드 해외 개인 체크카드 이용액은 7088억원으로 전체(1조5742억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2위 신한카드(5015억원)와도 2000억원 넘게 차이가 났다.

트래블로그 환전액 규모 역시 빠르게 증가 중이다. 출시 18개월 만에 누적 환전액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 19일 기준으로는 4조원을 넘어섰다. 환전수수료가 모두 무료이지만 대규모 고객기반과 반복 이용 덕분에 카드 사용액 확대와 수익성 확보가 동시에 이뤄지는 모양새다.

◇디지털에서 오프라인으로…전략적 스케일업

디지털에 집중됐던 고객 접점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연초부터 하나은행 전 영업점에서 '하나 트래블GO 체크카드'를 즉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부터는 마스터카드와 유니온페이 브랜드를 갖춘 트래블로그 카드를 오프라인에서 제공해 왔다. 올해부턴 비자까지 포함한 글로벌 3대 브랜드 카드를 전 영업점에서 즉시 받을 수 있게 됐다.

고객 편의성도 높이고 있다. 이용 가능 통화는 초기에 26종이었지만 현재는 58종으로 확대됐다. 부족한 외화 잔액은 자동환전으로 충당되고 원하는 환율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목표 환율 충전 기능도 제공한다.

여기에 타행 계좌 그대로 트래블로그를 연동할 수 있도록 오픈뱅킹 연계, 1인당 통화별 한도 300만 원까지 확대, 트래블로그 이용자 간 외화 무료 송금 등의 기능도 탑재됐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받은 이 기능들은 타 카드사에선 제공하지 않는 차별화 요소다.

이종 업계와의 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선불결제시장 1위 카카오페이와의 협업은 주목할 만하다. 양사는 지난해 '카카오페이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올해 4월 30일에는 '춘식이·라이언' 한정판 2종을 내놨다. 출시 나흘 만에 1만장이 완판되며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기여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캐릭터와 디자인을 반영한 브랜드 지적재산권(IP) 콜라보는 트래블로그 고유 이미지 강화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전략이다. 동시에 신규 유입 효과를 유도하는 전략으로도 작동하고 있다.

◇국내에서 글로벌 수익 창출…새 패러다임

하나카드의 전략은 전통적인 해외법인 중심 글로벌화와는 다른 결을 보인다. 일본 법인의 성과는 지연되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해외결제 확대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실제로 다수의 카드사들이 해외 법인에서의 순손실로 전체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과 달리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를 통해 오히려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본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 소비 트렌드에 발맞춘 상품 개발로 국내 기반 글로벌 수익모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 셈이다.

하나카드는 2025년에도 트래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해외결제 전략을 더욱 정교화할 계획이다. 통화 확대와 오프라인 채널 확장, 제휴채널 확대, 그룹 시너지 효과를 통해 해외체크카드 1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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