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이 동남아 지역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가운데 하나카드는 일본 시장에 단일 해외법인을 설립하는 등 한우물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설립 8년차를 맞은 일본 현지법인 '하나카드페이먼트'는 6년째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하지 못했다. 코로나19와 일본 현지의 법제도 변화라는 외부변수로 출범 이후 장기간 휴지기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하나카드의 일본시장 진출 의지는 강하다. 영업 재개는 안갯속이지만 일본시장 철수 대신 라이선스 취득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영업이 재개된 이후에는 다른 지역으로의 해외진출도 검토할 방침이다.
◇국내 카드사와 다른 행보…하나카드의 일본 페이먼트 실험 하나카드는 2017년 5월 일본에 현지법인 하나카드페이먼트를 설립하며 카드업계 글로벌 진출 트렌드에 동참했다. 그러나 진출지역과 사업 모델 모두에서 타 카드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취했다.
국내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동남아시아에 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을 설립해 할부금융과 신용대출 등 국내와 유사한 여신사업을 펼쳤다. 반면 하나카드는 일본 시장을 겨냥해 결제대금 매입전문 법인이라는 실험적인 모델을 선택했다. 일본 내 가맹점에서 발생한 중국인 관광객의 위챗페이 매출전표를 매입해 일본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하고 결제수수료를 수취하는 방식이다.
당시 하나카드는 이 모델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위챗페이 결제시스템이 미흡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하나카드페이먼트 운영은 외부 변수로 인해 장기간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데다 위챗페이 매입사업 자체가 사실상 중단됐다. 같은 해 3월 하나카드는 일본 내 위챗페이 매입업무를 중단했고 이후 사업은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같은 시기 일본 정부의 할부판매법 개정도 발목을 잡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0년 6월 국내의 여신전문금융업법에 해당하는 할부판매법을 개정하고 결제대행 사업자에 대해 신규 등록 제도를 도입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업 자체를 할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단순 결제대행업체라 하더라도 신용카드 번호 취급, 가맹점 심사 및 정보관리 의무를 지고 등록·승인 절차를 거쳐야만 영업이 가능해졌다.
하나카드페이먼트 역시 이 같은 규제 강화로 인해 라이선스 등록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휴업이 장기화됐다.
◇정지된 시간 속 일본법인 영업재개 의지 굳건 일본 내 사업은 중단됐지만 하나카드는 하나카드페이먼트를 폐쇄하거나 철수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꾸준히 등록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준비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하나카드는 일본 현지 회계법인을 통한 재무감사 등 절차를 거치며 등록 조건을 충족해 나가고 있다. 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일회성 비용이 매년 일부 손실로 반영되고 있다. 하나카드페이먼트 자산은 지난해 말 3761만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순손실은 1093만원을 집계됐다. 영업이 중단된 만큼 실적 악화라기보다는 회계처리상 등록절차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 결과다.
하나카드는 올해 안으로 일본 내 매입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라이선스 취득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중 사업 재개를 위한 가시적인 준비를 마무리하고 현지 매입사업에 본격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하나카드의 글로벌사업은 디지털글로벌그룹 내 글로벌금융본부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글로벌사업부가 하나카드페이먼트의 실무를 총괄하며 일부 담당 인력이 하나카드와 하나카드페이먼트를 겸직 중이다. 이들은 본사와 일본 법인 사이에서 소통하며 라이선스 취득업무와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제반 작업을 하고 있다.
라이선스 취득이 완료되고 사업이 본격화되면 조직 개편과 현지 전담 인력 배치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단순 라이선스 보유에 그치지 않고 일본 내에서 실질적인 매입사업 주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나카드의 일본 한우물 전략에는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2014년 1341만명 수준이던 일본 방문 관광객은 지난해 3687만명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관광객이 늘어난데다 위챗페이 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결제방식 수요도 늘고 있다.
일본 법인에 대한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의 의지도 강하다. 성 대표는 신년사에서 하나카드페이먼트 영업을 본격 개시해 일본 시장 내 결제사업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성 대표는 외환사업부장 및 외환사업단장 출신으로 글로벌 결제망과 카드 매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나카드의 일본 법인 전략은 8년간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는 성과가 미흡해 보인다. 그러나 사업 중단 이후에도 철수를 택하지 않고 현지 라이선스를 취득해 영업을 이어가려고 시도하며 장기적 시각으로 글로벌 사업에 접근하고 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일본 신규 사업이 성공적으로 런칭된 이후 다른 지역으로의 사업 확장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