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시장의 상위권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개인카드 시장의 성장 여력이 제한되고 수익성 관리 부담이 커지자 대다수 카드사가 장기 거래가 가능한 법인 고객 확보에 힘을 실은 결과다. 결제 규모와 부문별 강점, 은행·그룹 연계 전략을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구도와 각 사 영업 경쟁력을 살펴본다.
하나카드가 법인카드 시장에서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1년 전만 해도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 신한카드에 밀린 4위였지만 올해 5월 누적 기준 신한카드와 우리카드를 한꺼번에 제쳤다. 선두 KB국민카드와의 격차도 6500억원대로 좁히며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나카드의 법인 강화 전략이 성영수 대표 체제에서 뚜렷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성 대표는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에서 CIB, 외환, 기업영업 관련 보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하나은행 기업금융 고객을 하나카드 고객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힘을 받아 순위 변화로 이어진 모습이다.
◇성 대표 기업금융 역량 기반해 상위권 도약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의 법인카드 결제금은 올해 5월 누적 기준 10조2292억원으로 전년 동기 8조9895억원보다 13.8% 증가했다. 현금서비스와 구매전용을 제외한 국내외 신용·체크카드 실적 기준이다. 하나카드의 시장 점유율도 16.2%에서 17.1%로 상승했다.
출처: 여신금융협회 자료 취합
업계 순위로 보면 하나카드의 성과는 더 두드러진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5월 누적 기준 4위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 2위로 올라섰다. 신한카드와 우리카드를 한 번에 넘어섰다. 실적 증가 폭도 업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나카드의 법인카드 결제금은 1년 새 1조2404억원(13.8%) 늘었다. 같은 기간 8개 전업카드사 전체 법인카드 결제금 증가분(4조1541억원)의 30%가량을 하나카드가 차지했다.
업계 1위 국민카드와의 격차도 빠르게 좁혔다. 지난해 5월 누적 기준 국민카드와 하나카드의 결제금 차이는 1조1800억원 수준이었다. 올해 5월 누적 기준 격차는 6542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부문별로는 국내 일반 신용결제와 해외 체크카드 중심으로 존재감이 커졌다. 법인 실적의 핵심 항목인 국내 일반 신용결제에서는 국민카드와의 격차가 1000억원 안팎까지 좁혀졌다. 해외 체크카드 결제금은 업계 1위를 기록하며 법인 체크 부문에서도 강점을 드러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국내 신용 부문에선 그룹 관계사와의 협업을 중심으로 광고비를 정기적으로 집행하는 법인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며 "해외 체크카드 부문에선 AI, 소프트웨어, 전자부품 등의 해외 가맹점 정기 결제 수요를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거래 기업, 카드 주사용 고객으로 전환
하나카드의 약진을 뒷받침한 핵심 축은 하나은행과의 협업 구조다. 하나카드는 리테일보다 수익성이 높은 기업카드 부문 성장을 주요 경영 방향으로 삼고 있다. 하나은행을 거래하는 법인 고객을 하나카드 고객으로 전환하는 영업이 핵심이다.
성 대표 체제에서 이 전략에 힘이 더 실렸다는 평가다. 성 대표는 하나은행 외환사업단장, CIB그룹장, 기업그룹장 겸 기업디지털본부장 등을 거쳤다. 하나금융지주에서도 그룹 CIB부문장과 CIB본부장을 맡아 기업금융 전략을 다뤘다.
은행 기업고객의 결제 수요를 카드 이용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이해한 경험이 법인 부문 약진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카드는 하나은행의 여신과 퇴직연금 등 기업금융 거래 고객에 카드를 소개하며 접점을 넓히고 있다. 카드 고객이 된 기업이 다시 은행 기업금융 거래를 확대하고 다른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로 이어지는 구조다.
조직 체계도 성 대표 체제에서 은행 협업에 맞춰 정비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부터 영업그룹 산하에 시너지본부를 신설했다. 시너지본부는 하나은행과의 협업을 기업카드와 개인카드 양쪽으로 확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은행과 카드의 고객 접점을 조율하며 그룹 내 교차 영업의 실행력을 높이려는 구상이다. 단발성 대형 매출보다 기업 고객을 주사용 고객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은행 기업금융 기반을 카드 결제로 연결하는 역량이 하나카드의 선두권 추격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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