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시장의 상위권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개인카드 시장의 성장 여력이 제한되고 수익성 관리 부담이 커지자 대다수 카드사가 장기 거래가 가능한 법인 고객 확보에 힘을 실은 결과다. 결제 규모와 부문별 강점, 은행·그룹 연계 전략을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구도와 각 사 영업 경쟁력을 살펴본다.
법인카드 시장의 견고했던 순위표가 흔들리고 있다. 법인카드는 개인 결제보다 변화가 더딘 영역으로 꼽히지만 올해 들어 하나카드의 약진으로 상위권 구도가 재편됐다. 하나카드는 2위에 올라섰을 뿐 아니라 선두인 KB국민카드와의 간격도 빠르게 좁혔다.
카드사들이 속속 법인 부문에 힘을 싣는 흐름도 맞물렸다. 법인카드는 장기 거래와 큰 결제 단가를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다. 개인카드 시장의 성장 여력이 제한되고 수수료와 마케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기업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으로 부각하고 있다.
◇약진한 하나카드, 밀려난 우리카드…상위권 재편
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법인 카드 결제금은 올해 5월 누적 기준 59조7767억원으로 전년 동기 55조6226억원보다 7.5% 증가했다. 현금서비스와 구매전용을 제외한 국내외 신용·체크카드 실적 기준이다. 전체 시장은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내부 순위표는 그보다 크게 움직였다. 고착된 상위권에서 추격자의 속도가 기존 질서를 흔든 셈이다.
출처: 여신금융협회
하나카드가 변화의 중심에 섰다. 하나카드의 올해 5월 누적 결제액은 10조229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8% 늘었다. 점유율 순위도 4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신한카드와 우리카드를 한 번에 넘어선 데다 선두 KB국민카드와의 거리도 6500억원대로 줄였다.
선두권 간 간격이 좁아졌고 상위권에선 이탈한 카드사도 나타났다. KB국민카드는 1위를 유지했지만 하나카드의 추격으로 1년 새 격차가 절반 가까이 좁아졌다. 우리카드는 시장 성장 국면에서도 결제액이 줄면서 2위에서 4위로 밀려 상위권 재편의 반대편에 섰다.
법인카드는 거래처 전환 비용이 높아 단기간 순위 변동이 쉽지 않은 시장이다. 기업의 비용 처리와 승인 절차, 정산 시스템이 카드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기존 거래 관계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업계 2위와 4위가 뒤바뀌었다는 건 기존 고객 기반과 영업력의 차이가 순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전체 시장의 외형 성장은 국내 일반 결제가 주도했다. 국내 일반 결제액은 전년 동기보다 7.9% 늘며 전체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해외 결제 규모가 24.9% 늘며 빠른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총결제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에 못 미친다. 전체 판을 키운 주역이라기보다 새 성장축에 가까운 모습이다.
국세·지방세 등 세금성 결제는 2%대 증가에 머물렀다. 다만 이 항목은 회사별 희비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했다. 납세 결제가 성장률을 밀어 올린 카드사가 있는 반면 세금 결제 감소가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카드사도 있었다.
◇은행 연계 강화, 우량 법인 중심 '영업 재정비'
상위권 구도 변화는 주요 카드사들이 법인 시장에 무게를 더 싣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법인카드는 개인카드보다 건당 결제액이 크고 거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신규 고객 확보 비용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 번 잡은 기업 고객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카드사에 뚜렷한 장점이다.
출처: 여신금융협회
개인카드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수수료 인하와 마케팅 비용 부담은 카드사의 수익 기반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반면 기업 간 거래에는 여전히 현금과 계좌이체 중심 결제가 남아 있어 카드 결제 비중을 높일 여지도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법인 부문은 경쟁력을 갖춘 영역으로 꼽힌다. 법인회원은 혜택 제공에 제한이 있어 개인카드처럼 과도한 리워드 경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세금 납부처럼 수익성이 낮은 결제도 있지만 우량 기업의 일반 결제를 확보하면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카드사 특성에 따라 법인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도 상이하다. 은행계 카드사는 기업금융 고객을 카드 이용자로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업대출, 외환, 급여 이체, 퇴직연금, 자금관리 고객을 법인카드 고객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기업영업 전담 조직을 강화하거나 은행 출신 임원을 배치해 공동 영업을 넓히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비은행계 카드사는 대형 우량 법인, 세금성 결제, 구매전용카드, 경비성 결제 등 각자 강점을 둔 영역에서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다. 기존 거래 관계가 강한 시장인 만큼 앞으로의 경쟁은 단기 프로모션보다 기업금융 네트워크와 법인 고객 관리 역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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