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동양생명은 한때 동양그룹의 알짜 회사로 꼽혔지만 오랜 기간 산전수전을 겪어야 했다. 동양그룹 품을 떠나 사모투자펀드(PEF)에 이어 중국계 자본을 새 주인으로 맞는 등 매각을 염두에 둔 세월만 10년을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보고펀드 아래 있던 2014년 자산 규모 20조3740억원으로 자산 순위 8위였으나 지난해 34조5770억원으로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순이익 기준으로도 업계 6위다. 이제 우리금융이라는 든든한 새 주인을 맞아 추후 경쟁력 강화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호 상장 생보사…중국계 자본 아래 10년 동양생명은 1989년 동양시멘트와 미국 뮤츄얼베네피트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동양베네피트생명보험이 전신이다. 이후 외국인 지분이 정리되면서 1995년 동양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2000년에는 태평양생명을 흡수합병하며 외형을 키웠다.
국내 생명보험업계가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의 빅3로 체제로 굳어지면서 중위권을 유지해왔지만 '최초' 기록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등 남다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2009년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최초로 주식시장에 상장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동양그룹 품에서 벗어나야 했다. 사세가 기울어가던 동양그룹이 동양생명 지분 49.5%를 매각했고 2011년 보고펀드가 동양생명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동양그룹은 동양생명의 지분 일부를 넘기면서 30%는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 조건을 붙였다. 향후 경영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콜옵션을 행사할 여력이 부족해지자 콜옵션을 포기했고 결국 경영권을 매각했다.
중국 자본에 넘어간 건 2015년이다. 중국 안방보험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동양생명은 국내 최초의 중국계 생보사가 됐다. 하지만 새 주인은 경영을 안정적으로 끌어가지 못했다. 3년 만인 2018년 안방보험이 부실화하면서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가 안방보험에 대한 위탁경영에 돌입했다. 이듬해 구제금융사인 다자보험을 설립해 안방보험 자산을 이관했고 해외 자산 정리에 들어가면서 동양생명 역시 공식 매물로 떠올랐다.
중국계 자본 아래 있던 10년 가까이 동양생명은 중국 당국의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주요 경영진이 중국 인사로 구성됐고 이들은 매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실제 지난해부터 동양생명을 이끌고 있는 이문구 대표이사는 중국 최대주주가 발탁한 첫 번째 한국인 CEO다. 이전까지는 중국 인사가 대표를 맡아왔다.
◇두 차례 어닝 쇼크 이후 체질 개선 성공 당연히 경영 역시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순이익을 살펴보면 큰 폭으로 늘어나기는 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148억원에 그쳤지만 2010년 1257억원을 기록하며 처음 1000억원을 넘겼고 2021년엔 2758억원으로 2000억원도 넘겼다. 지난해엔 처음으로 3000억원도 돌파했다.
다만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 건 아니다. 부침이 상당했다. 특히 중국계 자본에 넘어간 이후 경영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다. 2015년 이후에만 두 차례의 어닝 쇼크를 겪었다.
2016년엔 육류담보대출(미트론) 사기에 연루돼 30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탓에 연간 순이익이 단 54억원에 그쳤다. 이듬해 1800억원대로 회복했지만 양로보험과 저축성보험을 과도하게 판매한 탓에 이차 역마진의 늪에 빠지면서 2018년 순이익이 548억원으로 급감했다.
동양생명은 2015년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고금리를 약속한 양로보험(생존보험의 저축기능과 사망보험의 보장기능을 겸비한 절충형 보험)과 저축성보험을 다수 판매하며 회사의 몸집을 불렸다. 기간이 길고 환급금도 큰 저축성보험은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고 운용이익률이 낮아지면서 역마진을 유발했다.
이후 일부 출혈을 감수하고 보장성보험을 늘리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고 그 효과가 최근 나타나고 있다. 3년 사이 순이익 증가세가 뚜렸하다. 2023년 순이익은 2957억원으로 전년보다 3배가량 증가했고 지난해엔 순이익 3000억원도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미래 수익의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7320억원을 거둬 누적 CSM 2조6711억원을 달성했다. CSM은 보험사의 보유 계약을 바탕으로 산출한 기대수익으로 향후 상각을 거쳐 순이익으로 전환된다. 이와 같은 CSM 순증은 동양생명의 포트폴리오 개선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포트폴리오 비중을 산출해보면 지난해 보장성보험 비중은 59.4%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