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오스코텍이 '렉라자' 이후 2번째 글로벌 기술이전 '빅딜'을 성사했습니다. 아델과 공동개발 중이던 알츠하이머병 신약 물질 'ADEL-Y01'을 빅파마 사노피가 도입한 것이죠. 선급금 1176억원(8000만달러)에 총 계약규모가 최대 1조6293억원(10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역대급 딜입니다.
이번 딜로 오스코텍이 받는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도 상당합니다. 아델과 오스코텍이 53대 47 비율로 배분하면서 오스코텍은 약 553억원(3760만달러)을 수령하게 되죠.
이런 좋은 소식에도 주가 흐름은 썩 좋지 못합니다. 해당 딜이 발표된 건 16일 오전 8시쯤인데요. 대체거래소인 NXT에서 반짝 치솟더니 바로 하락세로 돌아섰죠. 16일 종가는 5만4300원으로 전일 6만1300원 대비 11.42%(7000원)나 하락했습니다. 다음날인 17일 역시 4.97%(2700원) 하락한 5만1600원으로 장을 마감했죠. 딜 발표 후 이틀 동안 16% 가까이 주가가 빠진 것이죠.
그간의 주가 흐름을 보면 딜이 시장에 선반영 됐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오스코텍은 최근 2개월간 계단식 우상향 그래프를 보여줬는데요, 10월 중순 3만7900원으로 저점을 다진 뒤 렉라자 마일스톤, 신규 신약 물질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등의 이벤트로 상승세를 보였죠.
호재가 생기면 주가가 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주춤하는 비교적 정직한 흐름을 보여줬던 오스코텍이 이번 빅딜 앞에서는 영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2018년 렉라자가 빅파마 얀센에 기술이전 된 이후 7년 만에 전해진 빅딜 소식인데 말이죠.
◇Industry & Event
빅딜의 효과가 오스코텍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건 왜일까요? 일단 이번 계약에서 오스코텍은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죠. 상장사라 선급금 공시를 하긴 했지만 공시 외 양사 계약에서 오스코텍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최초 양사의 계약 자료에도 오스코텍은 전혀 언급이 되어있지 않죠. 오직 사노피와 아델만 계약의 주체로 올라가 있습니다.
오스코텍은 ADEL-Y01의 원개발사는 아니지만 전 세계 개발 권리를 지닌 곳입니다. 5년 전 오스코텍이 아델로부터 이 물질을 도입하면서 개발 권리가 오스코텍으로 넘어갔죠. 물론 원개발사는 아델이고 이후 개발도 공동으로 진행됐습니다. 렉라자로 따지면 중간에 개발 권리를 도입한 유한양행의 위치였죠.
하지만 사노피와 계약을 논의하며 2자계약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오스코텍이 쏙 빠지게 됩니다. 권리 보유자는 엄연히 오스코텍인데 이를 다시 아델에게 반환한 것이죠. 어차피 향후 ADEL-Y01 개발은 사노피가 주도하게 되고 중간자인 오스코텍보다는 원개발사인 아델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합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델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죠.
물론 오스코텍은 중간 권리 도입자로서 실질적 이득은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선급금은 물론 향후 개발에 따라 받게 되는 마일스톤도 47% 비율로 수령하게 되죠. 만약 사노피가 도중에 권리를 반환하면 오스코텍은 공동개발 파트너사 지위를 회복하게 됩니다. 계약 전면에 드러나지 않지만 '실속'은 확실히 챙긴 계약이라 볼 수 있죠.
5년 전 오스코텍이 아델 물질을 도입하면서 지급했던 선급금은 25억원이었습니다. 이번 빅딜로 오스코텍이 받게 되는 선급금은 553억원, 5년 만에 22배가 껑충 뛰었죠. 오스코텍으로썬 잘 도입한 물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된 셈이죠.
◇Market View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빅딜에서 오스코텍의 역할이 미미했다고 보는 듯합니다. 원개발사도 아닌데다 공동개발에서 오스코텍의 역할도 불분명하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건데요.
이건 오랜기간 오스코텍에 씌워진 프레임과도 이어집니다. 오스코텍은 본래 치과용 뼈이식재 등 기능성 치과 소재를 주 사업으로 펼치던 곳입니다. 창업주 김정근 회장도 치과의사 출신이죠. 신약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건 렉라자 덕분인데요, 사실 렉라자의 원개발사는 오스코텍이 아닌 오스코텍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 입니다. 정확히는 제노스코의 고종성 대표가 개발을 주도했죠.
오스코텍은 모회사이자 렉라자의 공동개발사 지위로 렉라자 수익을 함께 가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약 기술력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모두가 제노스코를 지목할 것입니다. 오스코텍도 렉라자 이후 독자적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꾸려나가기 시작했지만 자체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보긴 어려웠죠. 본업인 치과 사업이 주는 이미지를 탈피하면서도 자회사와는 구분된 독자적인 R&D를 포지셔닝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때문에 이번 딜에서도 '오스코텍이 잘해서'라는 평가가 쉽사리 나오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번 딜은 총 규모로 보나 선급금 비중으로 보나 '퀄리티 딜'로 볼 만합니다. 심지어 아델은 비상장사여서 빅딜이 주가로 반영되는 효과는 오스코텍이 오롯이 누릴 수 있죠. 그럼에도 주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건 오스코텍을 바라보는 시장의 잣대가 냉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Keyman & Comments
시장의 평가엔 수긍이 가는 면도 있지만 오스코텍의 역할이 제한적으로만 비치는 건 아쉬운 대목일 텐데요. 개발 극초기 단계에서 기전을 보고 물질의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실제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딜 이후 ADEL-Y01을 도입하게 된 스토리를 풀어놓기도 했습니다. 윤 대표는 동아에스티와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혁신신약연구소장 지낸 신약 개발 전문가 입니다. 동아 재직 시절 '퍼스트 인 클래스' 면역항암제를 발굴해 빅파마 애브비에 기술이전한 경험이 있죠. 오스코텍이 본격적으로 신약에 뛰어들면서 영입한 인물입니다.
윤 대표는 동아 재직 시절 윤승용 아델 대표가 개발 중인 ADEL-Y01을 접하면서 해당 물질에 관심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윤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도했던 아밀로이드 항체가 아닌 타우 항체를 타깃한다는 점, 그중에서도 강력한 응집력과 확산성을 유발하는 AcK280 부위를 타깃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기전적으로 완성되진 않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비임상 데이터도 설득력이 있다고 봤고요.
당시 동아에서 도입을 검토했으나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윤 대표가 오스코텍으로 이직한 건데요. 이후 동아가 최종적으로 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오스코텍에 기회가 생긴 것이죠. 물론 윤 대표는 당시 오스코텍 상황에서는 유망 물질을 가져오기가 재정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이 당장 물질을 가져오자고 결단을 내리면서 속전속결로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이어 윤 대표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오스코텍의 역할을 설명했는데요. 윤 대표는 "당시 아델은 초기 스타트업이었고 PK 독성 실험 등 임상시험으로 넘어가는데 필요한 비임상 관련 데이터를 해본 경험이 없어 오스코텍이 이 부분을 맡는 형태로 공동개발을 진행했다"며 "오스코텍도 항체신약은 처음이었지만 렉라자 때부터 쌓아온 저력을 발휘해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아델이 홀로 ADEL-Y01을 개발했다면 재무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한계에 부딪혀 그 과정이 매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아델도 동아나 오스코텍 등 적극적으로 파트너사를 찾았던 것이겠죠. 오스코텍보다 규모가 훨씬 큰 동아에서도 리스크가 부담이 돼 포기했던 딜입니다. 그런데 오스코텍은 좋은 물질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과감하게 베팅했죠.
신약은 단지 기술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성공 난이도 극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느냐의 싸움이기도 하죠. 이 결단을 내린 저력이 오스코텍의 진정한 경쟁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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