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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출신 보험사 CEO 전성시대

메리츠화재, 1위 목표 현실화한 프라이싱

②업계 관행 깬 가치경영 통했다…손해율 안정화, 자본 효율성 제고 과제

정태현 기자  2026-03-25 07:46:42

편집자주

재무관리 역량이 보험사 CEO 인선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CFO 출신 인재들이 대표로 신규 선임되거나 연임된 사례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감독 규제 흐름에 맞춰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과 자본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다. 각사 현안과 대표 리더십을 중심으로 '재무 전문가 CEO' 시대의 흐름을 짚어본다.
메리츠화재가 업계 판도를 흔들고 있다. 양적 팽창에 집중한 경쟁사들과 달리 질적 성장에 주력한 게 차별성을 만들어냈다. 금융당국의 규제 정비를 거쳐 신회계제도(IFRS17) 체제가 점차 견고해진 수혜를 받았다. 낙관적 계리 가정이 걷히며 가격이 재정렬되는 흐름에서 메리츠화재만의 프라이싱 전략이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프라이싱 전략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에 최적화된 전략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 체제부터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체제까지 장기간 이를 다지는 작업을 이어갔다. 이제는 메리츠화재만의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경쟁사들이 계리적 기준을 뒤쫓는 만큼 예실차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게 다음 과제로 꼽힌다.

◇메리츠식 정교한 수익 산출…낙관 가정 걷히자 우위 선점

메리츠화재가 강조하는 가치성장 경영의 핵심 키워드는 '프라이싱(Pricing·가격책정)' 전략이다. 프라이싱은 시장 가격과 손익분기점을(BEP)을 비교해 시장 진입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인수 기준과 리스크 허용치, 철수 규칙까지 포함한다. 메리츠화재가 반복적으로 축적한 고유의 경영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해지율 가이드라인 도입 이후 더 선명해졌다. 경쟁사들은 낙관적 가정으로 외형을 키워온 만큼 계리적 가정 조정 국면에서 가격 조정 부담이 커졌다. 영업 현장에서도 판매 전략을 재정렬해야 하는 과정이 불가피했다. 반면 기존 가정 원칙을 고수해 온 메리츠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제한적이었다. 기본기를 지킨 곳이 영업 주도권을 쥘 동력을 얻은 셈이다.

메리츠화재는 핵심성과지표(KPI)도 매출과 수익성의 동반 성장을 전제로 설정했다. 장기 인보험에서 수익성 높은 신계약 중심의 전략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장기 신계약 매출은 월납환산 기준 1297억원으로 전년 대비 6% 늘었다. 목표로 내건 업계 1위는 단기간 외형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마진으로 내실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메리츠화재는 업계 1위에 성큼 가까워졌다.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삼성화재와 순이익 차를 100억원 미만으로 좁혔다. 다만 이 격차 축소가 일회성 요인인지, 반복할 수 있는 결과인지는 손해율과 예실차 흐름에서 재검증될 필요가 있다.

◇90%대 장기 손해율 관리, 그룹 주주환원 뒷받침 관건

메리츠화재의 다음 과제는 손해율 안정화와 자본 효율성 제고다. 지난해 장기보험 손해율은 의료 정상화에 따른 진료 수요 증가로 90%를 넘겼다. 이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되돌리는 게 핵심 과제로 꼽힌다. 김중현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비정상적 요인들이 점차 안정화 단계에 진입 중이라면서 자신감을 피력했다. 실제 데이터로 이를 증명해 내는 게 관건이다.

그룹 차원의 자본 배분을 뒷받침하는 것도 메리츠화재의 중요한 역할이다. 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은 자회사가 창출하는 현금 흐름과 자본의 지속성에서 나온다. 변동성이 낮은 안정적인 손익 구조를 유지해야만 지주로 연결되는 배당 여력과 자본 체력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다. 그룹에서 목표로 하는 주주환원율 50% 원칙을 이행하기 위해 핵심 수익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셈이다.

경쟁사들도 감독 규율에 맞춰 계리적 기준을 높일 전망이다. 단순히 보수적인 가정을 세우는 것을 넘어 예실차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게 실적을 가를 척도가 될 전망이다. 높아진 기준 아래에서 정교한 예측력을 유지하고 이익의 질을 증명해 내는 게 다음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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