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EZ손해보험이 상반기 국내 손해보험업계에서 유동성을 가장 원활하게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빅5(삼성·DB·현대·KB·메리츠) 중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유동성 지표가 가장 높았다.
1년 사이 손보사들의 유동성 지표는 반토막이 났다. 지표를 개선한 손보사가 단 1곳도 없었다. 지난해 말 회계에서부터 적용된 당국의 제도 변경 여파가 여전히 지속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하위도 150%대…20개사 전부 관리기준 상회 THE CFO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손해보험사 중 외국계 재보험사 지점을 제외한 20개 손보사의 유동성 관리 현황을 유동성비율 기준으로 조사했다. 신한EZ손보가 2025년 상반기 말 1030.0%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신한EZ손보에 이어 캐롯손보가 736.4%로 2위에 올랐다. 다만 캐롯손보가 앞서 10월 모회사 한화손보에 흡수합병돼 사라진 만큼 실질적으로는 575.8%의 메리츠화재가 2위다. 이어 △AXA손보(557.7%) △흥국화재(406.0%) △MG손보(388.1%) △카카오페이손보(384.8%) △하나손보(314.5%) 등이 높은 수준의 유동성비율을 보였다.
200%대에 가장 많은 손보사들이 몰려 있었다. 276.9%의 NH농협손보를 시작으로 △한화손보(276.5%) △SGI서울보증(273.1%) △라이나손보(270.0%) △코리안리(250.9%) △롯데손보(238.7%) △KB손보(231.2%) △현대해상(226.5%) △삼성화재(208.9%) △AIG손보(204.2%) 등이다.
DB손보는 156.2%로 유일하게 100%대에 머물렀으며 신생 펫보험사 마이브라운은 지급보험금이 없어 지표를 산출할 수 없었다.
유동성비율은 최근 1년간 월 평균 지급보험금에 대한 유동성자산의 비중으로 단기적인 보험금 지급 요구에 대한 보험사의 대응능력을 의미한다. 보험업법상 관리 기준은 100%이며 국내에서 영업 중인 손보사들은 모두 이 기준을 상회해 유동성 관리 현황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체로 소형사들의 유동성이 중·대형사 대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 중 대형사 1곳(메리츠화재)과 중형사 2곳(흥국화재·한화손보)을 제외한 7곳이 모두 소형사였다. 업계의 빅5는 3위 메리츠화재를 제외하면 전원 하위권에 속했다.
◇제도 변경 여파에 20개사 전부 지표 '우수수' 올 상반기 말 기준 20개 손보사의 유동성비율 평균은 269.1%로 전년 동기 대비 290.1%p(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지급보험금 합계가 15조9663억원에서 16조7729억원으로 5.1% 증가하고 유동성자산 합계가 89조2887억원에서 45조1276억원으로 49.5% 급감한 영향이다.
감독 당국은 지난해 말 회계에서부터 거래 가능한 잔존만기 3개월 초과 무위험 채권의 유동성자산 인정비율을 기존 100%에서 30%로 축소하는 제도 변경을 실시했다. 손보사들의 유동성자산 보유 현황이 급격히 악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원래 만기 3개월 초과 자산은 유동성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들어 예·적금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며 저축성 보험 해약이 급증해 보험사들의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자 당국도 그 해 말부터 만기 3개월 초과 자산을 유동성자산으로 인정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2024년 말의 인정비율 축소 조치는 자금시장이 안정화하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 사이 20개 손보사 중 단 한 곳도 유동성비율 지표를 개선한 곳이 없었다. 카카오페이손보가 2235.2%p로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MG손보가 2214.5%p, 신한EZ손보가 1549.5%p로 지표가 4자릿수대로 하락했다. 업계 빅5는 KB손보가 372.9%p로 최대, DB손보가 226.2%p로 최소 낙폭을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소형사 대비 중형사, 중형사 대비 대형사 순서대로 유동성비율이 적게 하락하면서 규모가 클수록 유동성 하락을 잘 방어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20개사 중 지표가 가장 적게 하락한 곳은 규모상 중형사인 코리안리(86.0%p)였으며 차순위는 소형사 AXA손보(94.1%p)로 2개사가 아웃라이어의 면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