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해 국내 각 기업은 적정 주가를 평가받겠다는 일념 하에 '기업가치제고계획' 일명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각 기업의 상황에 맞춰 운영, 재무전략부터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하지만 현시점 기업별로 성과는 엇갈린다. 조기 달성에 성공해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 곳이 있는 반면 예상치 못한 대내외 리스크로 달성이 요원한 곳들도 존재한다. 더벨은 관련된 각 기업의 핵심 지표가 밸류업 계획 발표 전후 어떻게 변했는지 또 약속한 주주환원은 얼마나 이행됐는지 점검해 본다.
DB손해보험이 밸류업 계획의 중심축을 자본규제 지표인 지급여력(킥스·K-ICS) 비율에 뒀다. 적정 자본 밴드(200~220%) 안에서 주주환원과 성장투자를 병행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초과 자본은 배당, 자사주, 신사업 재원으로 돌릴 계획이다. 밴드 하단을 밑돌 경우 자본 확충과 요구자본 관리에 나선다는 내부 원칙도 세웠다.
밸류업 첫해 성적표에서는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가정 변경과 해외채권 평가손 여파로 킥스비율이 200% 초반까지 내려갔다. 다만 주당 배당금은 28% 늘렸다. 총주주환원율은 여전히 20%대 초반에 머물러 2028년 35%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사주 매입과 소각 재개 등 추가 카드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킥스 200~220%와 주주환원율 35% '밸류업 핵심' DB손보는 기업가치 제고 핵심 지표로 킥스비율을 택하고 적정 자본구간을 200~220%로 정했다. 금융당국 권고치 130%를 웃도는 심리적 방어선 200%와 제도 변경, 계리적 가정 변경 리스크를 감안한 상단 220% 사이에서 자본을 운용하겠다는 의미다.
킥스비율 220%를 웃도는 자본은 배당과 자사주 그리고 국내외 신규 사업 진출에 활용한다. 200% 아래로 내려가면 후순위채 발행과 요구자본 축소로 다시 타깃 밴드 안으로 끌어올리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자본적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주주환원과 성장투자를 병행하겠다는 구도다.
DB손보는 2028년 실적 기준 총주주환원율을 35%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미 20%대 초반에 머물던 환원율을 유의미하게 높이는 대신 속도를 조절해 배당과 자사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DB손보는 보유 중인 자사주를 단기적인 시장 물량 출회 수단이 아니라 주가와 지배구조에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될 때까지 장기 보유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주가치가 실제로 높아지지 않으면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사주를 쉽게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밸류업 계획에는 주주환원 외에도 4대 전략 과제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ESG 경영체계 고도화 등 비재무적인 로드맵도 함께 담았다. 글로벌 역량 강화와 사회적 가치 제고 계획을 병렬로 제시해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의 축을 재무와 비재무 영역 모두로 넓혔다.
◇후순위채로 자본 보강해 킥스 200%대로 관리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순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5780억원 대비 24.0% 감소했다.
DB손보는 2024년 사업연도 주당 배당금을 6800원으로 정해 전년 대비 약 28% 늘렸다. 순이익 증가율을 웃도는 배당 증가로 배당성향이 2%포인트(p) 이상 올라갔다.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도 7% 안팎으로 추정된다. 밸류업 계획에서 언급한 점진적 주당 배당금 상향이 실제로 이어진 셈이다.
연말 기준 킥스비율은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가정 변경과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해외자산 평가손으로 201.5%까지 내려왔다. 그럼에도 금융당국 권고치를 크게 웃도는 200% 초반대를 지키고 밸류업 계획에서 제시한 타깃 밴드 하단을 사수했다.
DB손보는 올해 2월 8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해 할인율 규제 강화와 장기금리 하락 가능성에 선제 대응했다. 경영진은 일반·자동차보험과 투자이익으로 매년 킥스비율울 약 10%p 순증시킬 수 있었다. 배당이 깎아 먹는 비율은 4~5%p 수준이라 배당을 늘리면서도 킥스비율을 순증시킬 체력이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20% 초반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2028년 목표치 35%와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2020년 이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사실상 멈춰 있는 만큼 배당 확대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밸류업 계획 이행의 두 번째 단계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 재개 여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