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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출신 보험사 CEO 전성시대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포스트 김용범' 존재감 입증

①아메바 경영 설계부터 IFRS17 안착까지 조력…김용범 체제 계승 순항

정태현 기자  2026-03-23 15:45:30

편집자주

재무관리 역량이 보험사 CEO 인선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CFO 출신 인재들이 대표로 신규 선임되거나 연임된 사례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감독 규제 흐름에 맞춰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과 자본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다. 각사 현안과 대표 리더십을 중심으로 '재무 전문가 CEO' 시대의 흐름을 짚어본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사진)가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 수순을 밟고 있다. 김 대표는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 체제에서 구축된 경영 철학을 가까운 거리에서 실무로 옮겨온 인물로 평가된다. '포스트 김용범'의 상징성을 경영 성과로 입증해 냈다는 점이 이번 재선임 배경으로 꼽힌다.

김 대표 체제에서 메리츠화재의 프라이싱 전략은 한층 선명해졌다. 시장 가격과 손익분기점을 따져 진입 여부를 꼼꼼하게 결정하는 방식이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으로 연결됐다. 무·저해지보험이 과열 경쟁에 빠졌을 때 독자적으로 속도 조절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이 과당 경쟁을 제동하는 국면에서 메리츠식 실용주의가 더 빛을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범 시스템 조력자에서 승계자로 자리매김

메리츠화재는 이달 25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김중현 대표의 연임 안건을 의결한다. 앞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시장을 선도하는 이익 실현을 보인 김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추천했다. 철저한 성과주의를 지향하는 메리츠금융 특유의 인사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김 대표는 지난 2023년 11월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의 뒤를 이어 메리츠화재 대표로 부임했다. 당시 그는 업계 최연소 대표라는 타이틀뿐만 아니라 거물급인 김용범 부회장의 후계자라는 막중한 상징성까지 함께 짊어졌다. 김 대표는 중압감을 딛고 기대 이상의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이다. 김용범 체제가 구축한 경영 문법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이해하고 실행한 경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김 부회장을 비롯해 그룹 경영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다. 그는 메리츠화재 입사 전부터 A.T 커니(Kerney)에서 컨설턴트 상무로서 아메바 경영과 같은 메리츠 특유의 조직 문화를 수립하는 데 일조했다. 이는 회사 전체의 손익계산서를 부문별로 쪼개 직원이 실시간으로 성과 평가를 하도록 한 메리츠만의 경영 방식이다.

이후 자동차보험팀장, 상품전략실장, 경영지원실장으로 부임하면서 손익의 핵심 조직을 경험했다. 특히 신회계제도(IFRS17) 전환 과정에서 운영 체계를 정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회계제도 전환 전 IFRS17 운영팀장으로서 장기보험의 가정을 수립하고 손익을 분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IFRS17 도입 후 최선 추정에 기반한 가정으로 메리츠화재의 도약에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전임자가 닦아놓은 경영 시스템에 재무적 정교함을 더해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전임자의 상징성을 실무적 성과로 치환해 메리츠화재의 새 시대를 이끌어갈 독자적인 리더십을 각인시킨 모양새다.

◇김 대표 체제서 견고해진 프라이싱 전략…업계 1위 아성 위협

메리츠화재는 김 대표 체제에서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을 바탕으로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지난해에는 별도 기준으로 삼성화재와 순이익 차를 100억원 미만으로 좁혔다. 김 대표 체제인 2023년부터 이어진 견조한 순익 추이는 김 부회장 체제에서 닦아놓은 수익 구조가 더 정교해졌음을 뒷받침한다.

성과의 핵심 동력은 김 대표가 충실히 수행해 온 '프라이싱(Pricing·가격책정)' 전략이다. 프라이싱은 메리츠의 모든 의사결정을 관통하는 핵심 경영 철학이다. 김 부회장이 평소 계산과 숫자를 강조하면서 집착한 것도 이 프라이싱의 정교함이 보험업의 본질이라는 믿음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시장 가격이 회사의 손익분기점(BEP)보다 높은 구간을 정교하게 선별해 진입했다. 이익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메리츠식 승부수를 실천에 옮겼다는 평가다. IFRS17 전환 국면에서 메리츠화재가 정도의 길을 고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메리츠화재는 IFRS17 도입 이후 2년간 무·저해지보험 등 과열된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보다 가정과 가격의 일관성을 우선하는 쪽을 택했다. 단기적인 외형 확장보다는 장기적인 가치 총량을 중시하는 김 대표의 리스크관리 역량이 투영된 결과다. 메리츠식 프라이싱이 김 대표 체제에서 더 공고해진 모습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과당 경쟁을 제동하고 사업비·손해율 관리 규율을 강화하는 흐름과도 결이 맞는다. 숫자에 강한 CFO 출신 대표가 이끄는 메리츠화재의 실용주의 경영은 규제 국면이 심화할수록 더 높은 시장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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