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가 최근 3년간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고위험 자산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조정해왔지만 채무조정 신청 비율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확대에 따른 부실 증가가 아니라 차주 자체의 상환능력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카드사들이 수익성보다 건전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영업 기조를 바꾸고 있음에도 취약차주 중심의 부실 압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금서비스 줄였는데도 건전성 악화…취약차주 비중 확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현금서비스 자산을 줄였지만 채무조정 속도는 늘었다.
연간 누적 현금서비스 회파복(개인회생·파산신청·신용회복) 규모는 2023년 622억원에서 2025년 580억원으로 6.7%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자산은 1조5085억원에서 1조3062억원으로 13.4% 줄었다. 신한카드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현금서비스 취급 규모를 축소한 결과다.
통상 현금서비스는 카드사 입장에서 대표적인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최근 카드업계가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면서 현금서비스 취급 규모를 줄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자산 감소 속도보다 회파복 규모 감소 폭이 적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자산 대비 누적 회파복 비율은 2023년 4.12%에서 2025년 4.44%로 상승했다. 현금서비스 자산 100원당 회파복 규모가 4.1원에서 4.4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카드사가 위험자산 노출을 줄이는 과정에서도 취약차주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신한카드 상품군 가운데 현금서비스의 누적 회파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신한카드가 가장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상품에서 가장 높은 부실 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월별 흐름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된다. 자산 대비 회파복 규모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현금서비스 부실전이율은 2023년 초 0.34% 수준에서 2025년 7월 0.45%까지 상승했다. 이후 일부 조정을 거쳤지만 올해 3월에도 0.37% 수준을 유지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현금서비스 증가 자체가 리스크 신호였다면 최근에는 규모보다 이용자 구성 변화가 더 중요해졌다"며 "현금서비스를 사용하는 차주군의 상환능력이 이전보다 약해진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론 자산은 제자리…회파복 규모는 30% 급증 카드론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신한카드 카드론 회파복 규모는 2023년 1669억원에서 2025년 2185억원으로 3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상품군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반면 카드론 자산은 8조1201억원에서 8조1025억원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자산은 늘지 않았는데 채무조정 신청 규모만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자산 대비 누적 회파복 비율은 2023년 2.05%에서 2025년 2.70%로 상승했다. 카드론 자산 100원당 회파복 규모가 2.1원에서 2.7원으로 늘었다는 의미다.
카드론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했다기보다 기존 차주의 상환여력이 악화되면서 채무조정 단계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별 부실전이율 역시 같은 흐름을 나타냈다. 카드론 부실전이율은 2023년 초 0.15% 수준에서 올해 3월 0.25% 수준까지 상승했다. 특히 2025년 들어 0.2%를 넘어선 이후에는 이전 수준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할부에서도 번지는 부실 압력 할부 부문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연간 누적 할부 회파복 규모는 2023년 971억원에서 2025년 1232억원으로 26.9% 증가했다. 카드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할부 자산은 7조1217억원에서 7조1520억원으로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자산 대비 누적 회파복 비율은 1.36%에서 1.72%로 상승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이 생계형 신용상품이라면 할부는 일반 소비 영역에 가깝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여행, 교육비 등 계획성 소비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과거 취약차주 중심으로 나타났던 상환 부담이 일반 소비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반면 일시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시불 자산은 2023년 8조2998억원에서 2025년 9조3532억원으로 12.7% 증가했고 회파복 규모도 798억원에서 845억원으로 5.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산 대비 누적 회파복 비율 역시 0.96%에서 0.90%로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고위험 자산 줄였지만…차주 질 악화 뚜렷 신한카드의 영업 전략 변화도 읽힌다. 최근 3년간 신한카드는 일시불 자산을 12.7% 늘린 반면 현금서비스는 13.4% 줄였고 카드론도 사실상 동결했다. 고위험 신용공여 자산보다 일반 소비 기반 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이다.
하지만 건전성 지표는 자산 재조정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의 누적 회파복 비율은 상승했고 일반 소비 영역인 할부에서도 회파복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영업 전략 변화만으로는 차주 상환능력 악화를 상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흐름이 향후 대손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회파복 비율 상승은 연체보다 한 단계 더 진행된 부실 신호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들의 고민은 자산 성장보다 차주 선별"이라며 "앞으로는 카드론 규모 자체보다 어떤 차주가 남아 있는지가 수익성과 건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