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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주주 프렌드십 포커스

서영호 KB금융 부사장 "'시스템 그로쓰' 기반 환원, ROA가 핵심"

③무리한 대출 성장 지양…'비이자수익·비용관리'로 점진적 환원 강화"

최필우 기자  2023-02-22 15:43:16

편집자주

국내 금융그룹이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주주환원 강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금융그룹도 PBR(주가순자산비율) 0.4배 수준의 저평가 원인을 부족한 주주환원에서 찾고 실적발표회(IR) 시즌 일제히 주주 요구에 화답했다. 다만 금융지주별 환원 수준과 방향에는 차이가 있다. 더벨은 금융지주의 주주 프렌드십을 점검하고 사별 특징을 분석했다.
"은행권은 그동안 대출 자산을 늘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으로 성장했으나 KB금융은 더 이상 그러지 않겠다. 속도가 느리더라도 총자산이익률(ROA)에 초점을 맞추는 '시스템 그로쓰(System growth)'를 추구하고 이에 맞춰 주주환원도 천천히 늘려가겠다."

서영호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사진) 부사장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시스템 그로쓰는 한국 명목 GDP 성장률을 벤치마크로 삼아 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보수적인 성장 전략이다.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성장 전략을 재정립하고 이제 맞춰 주주환원 정책 새 판을 짤 때가 됐다는 설명이다.

◇10년새 ROE 2배 높아졌지만 ROA 지지부진

서 부사장은 올해 KB금융 재무 사령탑 2년차를 맞았다. 그의 CFO 취임 후 KB금융은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경신했고 주주들의 주주환원 강화 요구가 거세졌다. 최근엔 은행권이 대출 이자로 막대한 이익을 올린 것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조성되고 있다. 성장 전략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주주환원 기준을 새로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서 부사장의 고민은 ROE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시작됐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 대비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은행은 자본의 상당 부분을 대출에 쓰고 이를 바탕으로 축적한 자본을 다시 대출에 활용하는 식으로 성장을 이어 왔다.

KB금융도 오랜 기간 ROE 성장에 중점을 뒀다. 10년 전인 2013년 KB금융 ROE는 5.03%다. 이후 대출 성장을 지속하면서 ROE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10% 안팎을 오가는 수준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 ROE는 9.86%다. 10년새 2배 가량 높아진 셈이다.

이젠 ROE 성장 전략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대출 성장에 투입되는 자본을 줄이고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늘리는 식의 자본배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은행권의 이자 이익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서 부사장은 "연 5~6% 대출 성장률의 두 배 정도로 ROE가 나와야 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 배당성향을 50%까지 높일 수 있다"면서도 "과도한 대출 성장으로 ROE를 높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이제 ROA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ROA는 대출 성장보다는 비이자수익 증가, 판매비와관리비 감축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지표다. 다만 ROE에 비해 개선이 녹록지 않다. KB금융 ROA는 지난해 말 기준 0.6%다. 10년 전인 2013년 0.4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ROE에 비해 상승폭이 작다.

서 부사장은 "이자 수익 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는 만큼 ROE가 아닌 ROA를 높이는 수 밖에 없다"며 "ROA 개선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천천히 가야하고 주주환원도 이에 맞춰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과 '타깃 CET1비율' 100bp 차이, '바젤Ⅲ·포트폴리오' 감안

서 부사장은 주주환원 규모를 산정하는 기준인 타깃 보통주자본(CET1)비율도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KB금융 타깃 CET1비율은 13%다. 규제 수준인 10.5%에 250bp의 자본버퍼를 뒀다. 이는 경쟁사인 신한금융의 12%에 비해 100bp 높은 수준이다.

CET1비율 관리에 대한 자신감도 반영된 수치다. KB금융은 올해 바젤Ⅲ 완전 도입시 경쟁사와 달리 CET1비율 개선이 점쳐진다. 현재 금융권 최고 수준인 CET1비율에 바젤Ⅲ 도입 효과가 더해지면 목표치를 13%로 잡아도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계산이 깔렸다.

서 부사장은 "바젤Ⅲ 도입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은행은 목표를 좀 더 높게 잡을 수 있다"며 "경쟁사에 비해 보험 계열사 규모가 크다는 점도 버퍼를 많이 가져가는 데 감안했다"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분기별 자사주 소각과 균등 배당 정책에 대해선 보수적인 관점을 견지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분기별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고 분기 배당과 결산 배당을 균등하게 배분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지난해와 비슷한 방식의 자사주 및 배당 정책을 유지한다.

서 부사장은 "신한이 분기별 소각을 검토하는데 우리는 거기까지 (논의가) 나아간 게 없고 신한이 업계 케이스를 만들어주면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에서 균등 배당을 하는데 이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아직 모르고 결산 배당이 많은 걸 선호하는 주주도 많다"며 "주주들의 피드백을 들어보고 균등 배당이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당연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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