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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셀트리온

서정진 돌아오고 신민철 나가고…오너·CFO '상반비'

이사 수 충분하지만 신민철 부사장 재선임 불발, '관리'에서 '전진' 모드변경

최은진 기자  2023-03-07 07:47:18
서정진 명예회장의 복귀는 셀트리온의 전략 변경을 의미한다. 더이상 '관리'가 아닌 '전진' 전략으로 모드를 변경한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신성장동력을 위한 인수합병(M&A) 등 투자는 물론 신약개발, 상장 3사 합병 등 당면한 과제를 하나씩 처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고려할 때 서정진 명예회장의 복귀와 함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서 명예회장이 은퇴하며 CFO가 핵심 인사로 부상했지만 그의 복귀와 함께 자리를 내어준 상황이 됐다. 셀트리온에 있어 CFO는 '관리'와 같은 의미로 오너십과 '상반비' 관계인 셈이다.

◇CFO 제외 모든 사내이사 재선임, 오너 은퇴하며 CFO 역할 부상

셀트리온은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서 명예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하고 기우성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혁재 경영지원부문장(전무)을 사내이사로 재신임한다.

정관상 이사회는 10인 이하로 규정한다. 기존에 사내이사 4인에 사외이사 5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누군가를 제외하지 않고도 서 명예회장은 부임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셀트리온은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CFO인 신민철 부사장을 재선임하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기 부회장과 이 전무는 재신임 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CFO를 이사회에 두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셀트리온 이사회는 9인 체제에 변함이 없다.

공교롭게도 CFO가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또 내려오는 시기가 서 명예회장의 은퇴와 복귀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CFO가 사내이사에 오른 시기는 2020년 3월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CFO는 사내이사로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1년 뒤인 2021년 3월 서 명예회장은 사내이사 임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셀트리온이 어느정도 성장궤도에 오른 데 따라 창업공신과 다음 오너십인 장남 서진석 의장에게 바통을 넘기고 창업자인 서 명예회장은 뒤로 물러난 셈이다. 셀트리온의 창업공신으로는 기 부회장과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 그리고 공채입사한 이 전무와 신 부사장이 꼽힌다.

서 명예회장이 은퇴하기 직전 이 전무와 신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앉힌 건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기 부회장, 김 부회장의 뒤를 잇는 투톱으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기 부회장에게 경영 총괄을, 이 전무에게 경영전략, 그리고 신 부사장에겐 관리를 맡겼던 셈이다. 그리고 이를 감시감독하는 역할은 오너 2세인 서 의장에게 부여했다.

이후 이 전무의 역할이 경영지원부문장에서 제품개발부문장으로 자리를 이동하는 변수가 있었지만 CFO 역할은 굳건했다. 작년엔 1년 입사가 빠른 이 전무를 제치고 먼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만큼 CFO 역할에 힘을 실어줬다.

◇CFO 의사결정 배제, 역할 위축 수순…M&A 및 3사 합병 '공격추진'

하지만 올들어 CFO 역할은 급격하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우선 이 전무가 제품개발부문장에서 다시 경영지원부문장으로 복귀했다. 아직 부사장으로 승진하진 못했지만 그가 하는 영역이 전략기획은 물론 사업총괄까지 아우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기라고 진단한 현 시점에선 상당히 중요한 역할이다.

반면 CFO인 신 부사장은 사내이사에서 내려왔다. 서 명예회장의 복귀와 함께 힘의 균형과 역할이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CFO가 사내이사에서 내려왔다는 건 그가 맡은 역할을 의사결정에서 제외한다는 의미다. 신 부사장은 재무회계는 물론 자금집행, IR 및 PR, 법무 등을 담당했다. 사업보다는 '관리'의 영역이다.

이를 주요의사결정에서 제외하는 건 관련 영역을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겠다는 얘기다. 관리업무가 셀트리온이 전진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CFO가 주요 의사결정에서 제외되면서 셀트리온은 한층 공격적으로 투자 및 사업 등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셀트리온은 신약개발 및 신성장동력을 위한 공격적인 M&A는 물론 상장 3사 합병 등 재무적으로 굵직한 이슈가 산재해 있다. CFO의 역할과 가장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배제했다. '안된다'는 의견보다는 '될 수 있다'는 마인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셀트리온에 있어 CFO는 무언가를 '제어'하는 역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 명예회장의 복귀와 함께 CFO의 역할은 한층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으로 서정진 명예회장이 복귀를 결정했다"며 "그룹 전체적인 투자 등을 컨트롤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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