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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절차 변화 바람

재기 노리는 두산그룹, 주주환원 정책 일괄 개편

㈜두산 등 6개사 정관 변경 추진, 배당규모 변화 미미...경영정상화 집중 관측

박규석 기자  2023-03-09 15:19:18
두산그룹의 주요 상장사들이 주주환원 정책 개편에 나선다. 지주사인 ㈜두산을 중심으로 배당기준일을 정기주주총회일 이후로 변경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다만 채권단 졸업 후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배당금 총액 등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룹 상장사 전원 '배당기준일' 개선 추진

두산그룹 내 6개 상장사들은 올해 이틀에 걸쳐 주총을 개최한다. 두산밥켓이 이달 27일에 예정되있고 ㈜두산 등 나머지 계열사는 29일에 연다. 이들 모두 배당기준일(배당받을 주주를 정하는 날)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안을 주총에 상정한 상태다.

기업별로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굵직한 맥락에서는 ㈜두산이 건의한 동등배당과 이익배당, 분기배당(일부 항목 삭제) 등에 관한 정관 변경안을 따르고 있다. 오리콤의 경우 현재까지(8일 기준)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다른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두산이 정한 형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의 이러한 결정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당시 금융위는 배당 여부와 배당액이 확정된 이후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주총일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상법 제354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주총에서 배당기준일 개편에 필요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될 경우 두산그룹의 깜깜이 배당은 해소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고 이듬해 열리는 주총에서 배당금을 결정하는 형태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이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기준일에 배당 예측이 어려우며 배당결정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단점도 존재한다.


◇㈜두산 '주주환원 정책' 회복할까

두산그룹의 배당기준일 변경은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 배당금 등에 관한 정보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만큼 기존 주주는 물론 신규 투자자의 유입 측면에서도 장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은 과거와 같은 상위권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두산은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결산배당을 실시했으며 2018년부터는 일관성 있는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해 분기배당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조는 2020년을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게 된다. 당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시작된 재무위기로 그룹 전체가 경영난에 빠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을 차입하게 됐고 ㈜두산 역시 자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를 지원해야했다. 이 과정에서 분기배당을 잠정 중단하게 됐다. 같은 해 1주당 2000원(보통주 기준)의 배당금 지급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1주당 5200원 수준이었던 예년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금과 같은 배당정책은 기업별로 차이가 존재하는 동시에 수익성 등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배당기준일 변경이 배당금 정책 등에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주주환원이라는 큰 개념에서 보면 향후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영정상화 고삐 '배당금 규모' 제자리

두산그룹이 배당기준일 변경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배당금 규모 확대 등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우선주 1주당 1356원을 배당했던 2018년 이후로 여전히 모든 배당이 멈춘 상태다.

㈜두산과 두산테스나의 2022년 결산배당은 2021년과 동일하게 진행된다. ㈜두산의 보통주 1주당 가격은 2000원이며 배당총액은 357억 7234만원 규모다. 두산테스나는 보통주 1주당 160원이고 배당총액은 약 27억 1864만원이다.

반면 두산밥캣은 배당금 규모가 축소됐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750원으로 2021년 1200원 대비 450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배당총액은 751억 6203만원 규모로 2021년 1202억 9899만원과 비교해 38% 줄었다.

이처럼 두산그룹이 배당금 규모를 늘리지 않는 배경에는 2020년 이후 지속 중인 경영정상화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 2022년 2월 채권단 관리체제를 역대 최단기간(23개월)에 졸업한 만큼 관련 기조를 강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실제 ㈜두산의 부채비율의 경우 2019년 말 327.7%에서 2022년 1분기 말에 167.9%까지 축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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