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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두산, 위기가 남긴 '사업-재무' 쌍두체제

⑧6개 상장사 대부분 각자대표에 CFO 배치…'확장→긴축' 전환의 흔적

고진영 기자  2023-07-24 14:27:18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두산은 2010년대 후반 긴축에 돌입한다. 대대적인 재무개선 작업을 시작하면서 경영구조부터 변화를 줬다. 두산을 필두로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표이사로 선임, 최고경영자(CEO)와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앞서 팽창의 시기를 보낸 이후 어려움이 찾아오자 재무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한 결과다. 리스크를 벗어나 한숨 돌린 지금도 같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현재 6개 상장사를 거느린다.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두산테스나, 오리콤 등이다. 이 가운데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재무책임자 역할을 겸하는 두산퓨얼셀과 두산테스나를 제외하면 4개 회사의 CFO가 모두 대표이사 직함을 가졌다.

우선 두산은 김민철 사장이 박정원 회장, 문홍성 사장과 3인 대표체제를 이루고 있다. 김 사장은 2018년 초 두산그룹이 재무책임자를 전진 배치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대표로 합류했다. 당시 취임 2년차를 맞은 박정원 회장이 그룹 현금창출력을 우려하며 "재무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지주부문 재무총괄인 김민철 사장이 중책을 맡았다. 이후 찾아온 채권단 관리와 졸업을 무사히 거쳐 지금까지 CFO로서 대표직을 유지 중이다.

문홍성 사장의 경우 두산이 2020년 신사업부문을 신설했을 때 최고전략책임자(CSO)이자 신사업부문장을 겸했던 인물이다. 현재 사업부문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로 있다. 공직자 출신 전략통으로 분류되지만 옛 재정경제부 금융협력과장 및 외화자금과장,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등 등을 지낸 만큼 금융 쪽 경험도 갖췄다. 두산이 재무리스크 관리에 두는 무게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간판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오리콤 등 그룹 계열사들도 줄줄이 두산과 같은 때인 2018년 3월 CFO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시기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엔진 지분 전량을 팔고 두산밥캣이 비건설기계부문인 포터블파워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재무개선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의지가 인사에서도 뚜렷이 드러났다.

전과는 달라진 기조다. 두산은 2005년부터 대우종합기계, 밥콕, AES, IMGB 등 국내외 기업을 계속해서 사들였다. 소비재에서 중공업기업으로 돌연 전환한 만큼 인수합병(M&A) 없인 모자란 기술력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확장엔 후유증이 따랐다. 2017년 말 두산의 전체 연결차입은 12조6000억원에 달했다. 결국 2020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으니 위기 감지가 기민했다고는 볼 수 없는 셈이다.

수업을 혹독하게 치른 두산은 여전히 재무관리에 사업보다 부족하지 않은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재계의 다른 그룹들과 비교해 CFO에게 유난히 높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 두산 김민철 사장을 제외하고도 두산에너빌리티 박상현 CFO(사장), 두산밥캣 조덕제 CFO(부사장) 오리콤 김성대 CFO(경영지원본부장), 두산테스나 김윤건 부사장이 CEO와 함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임기도 상당히 긴 편에 속한다. 김성대 오리콤 본부장은 2017년, 김민철 두산 사장은 2018년부터 CFO직을 유지하고 있다. 자리이동이 있었던 박상현 사장 역시 두산밥캣 CFO(대표이사)에서 2020년 7월 두산에너빌리티로 옮긴 케이스다. 당시 후속 인사로 조덕제 부사장이 승진해 두산밥캣 CFO에 올랐다.

다만 두산퓨얼셀과 두산테스나는 이런 법칙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두산퓨얼셀은 CEO인 정형락 사장과 COO 제후석 부사장이 각자대표로 있다. 과거 두산 퓨얼셀BG의 CFO, 두산퓨얼셀 경영관리본부장을 맡았던 제 부사장이 재무책임자 역할도 하는 구조다. 이밖에 2021년 두산에서 퓨얼셀로 이동한 박주언 상무가 제 부사장의 후임으로 경영관리본부장을 담당하고 있다.

또 지난해 인수된 두산테스나는 각자대표 김윤건 부사장이 CFO 롤을 하고 있는데 임원 승진 후 재무보다는 전략과 사업 쪽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2010년 두산에서 재무관리를 맡았으나 2013년 이후론 두산 산업차량BG, 면세GB, 경영전략 담당, 유통BU장 등을 거쳤다. 두산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하는 김도원 사장이 함께 각자대표로 있다. 두산테스나가 인수 초기라는 점을 감안한 인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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