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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전환하는 두산에너빌, 왜 'SMR'일까

④모듈 생산방식 소형 원자로…'2050 탄소중립' 목표 위한 게임 체인저

고진영 기자  2023-07-12 08:01:18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두산중공업은 변화를 거부한 듯 보인다. 에너지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인데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고집하고 있다."

약 3년 전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위기에 빠졌을 때 미국 에너지경제 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이사가 했던 이야기다. 시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오판이 공적자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두산그룹은 약 20년 전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정체성 자체를 대전환했다. 그만큼 역동적이고 유연한 특징을 자부해왔는데 경직성을 지적받은 것은 허투루 흘려넘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고민의 결과는 어땠을까. 2022년 초 채권단 관리를 벗어난 두산에너빌리티는 같은 해 5월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가스터빈,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차세대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5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미 2005년부터 풍력발전 연구개발(R&D)을 시작하긴 했으나 신사업에 부쩍 힘을 싣는 기조가 뚜렷했다. 특히 SMR의 경우 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작이 가능한 기업이다.

SMR은 300Mwe(메가와트) 이하의 작은 원자로를 말한다. 애초 원전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대형화 추세에 있었으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뒤론 트렌트가 바뀌었다. 안전규제가 강화되고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전원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SMR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 이름처럼 SMR은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둔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생산방식을 띤다. 조선이나 항공제조업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검증된 방법이다. 3년 안에 지을 수 있기 때문에 민간자본 투입이 가능하며, 프로젝트 리스크와 자본조달비용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발전단가 하락으로도 이어진다.

SMR 개발의 역사는 이미 20년도 넘었지만 돌연 주목도가 높아진 것은 탄소중립 실현과 관련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0)를 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원자력 없이 이루긴 힘든 목표다. 풍력, 태양광 등 수급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만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전부 감당할 수 없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SMR은 재생에너지를 탄력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증기 바이패스, 연료봉 제어 방식의 부하추종(Load Following) 운전을 통해 가동 원자로 모듈수를 조절하기 때문에 유연한 출력 조절이 가능해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전 세계 SMR시장이 2035년 630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아직 SMR이 상용화된 곳은 없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70여종의 SMR이 개발 중이다. SMR이란 개념은 정립됐어도 기술표준이 없는 만큼 분산투자 관점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생존 레이스다. 소수의 항공모델이 전체 시장을 차지하고 있듯, 살아남아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SMR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대형원전이 규모의 경제로 경제성을 확보한다면 SMR은 대량생산을 통해 경제성을 얻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2019년부터 지분투자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투자사들과 1억4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뉴스케일은 전 세계 70여개 SMR 모델 중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취득한 곳이다. SMR 상용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의 SMR 제작성 검토 및 시제품 제작을 맡아왔으며 올해 5월에는 뉴스케일의 SMR 초도호기 프로젝트에 납품할 소재 제작에 들어가기도 했다.

제작되는 소재는 미국 유타주 발전사업자 UAMPS의 CFPP(Carbon Free Power Project) 발전소에 사용된다. 미국 아이다호주에 건설되는 이 발전소는 호기당 77MW의 원자로 모듈을 6대 설치해 총 462MW의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며 올해 말 원자로 제작에 들어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6000억원 규모의 SMR 수주를 시작으로 2032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조2400억원 규모의 SMR 주기기를 수주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SMR 파운드리(Foundty)가 본격적으로 추진돼 대량 생산을 시작하면 수주규모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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