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국내 패션 중심 이커머스 플랫폼인 크림이 네이버로부터 13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네이버는 크림의 최대주주인 스노우의 모기업으로 현재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했다. 크림은 최근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신규 제품 투자 등으로 현금이 필요해진 상황이었다.
크림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네이버로부터 1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출자자이자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네이버가 크림 보통주 3만8681주를 취득하는 조건이다. 출자는 올해 하반기 중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네이버가 크림에 출자한 총 자금은 1800억원 규모가 됐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네이버만 참여하며 스노우나 알토스, 미래에셋 같은 다른 재무적투자자(FI)는 출자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 완료 시 네이버 보유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4.83%에서 15.44%로 기존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예정이다.
유상증자에서 적용한 크림 주식의 1주당 가치는 약 336만원으로 이를 통해 추산할 수 있는 기업가치는 1조1657억원 수준이다. 2024년 초 미래에셋캐피탈의 크림 전환사채(CB) 매입 과정에서 매겨졌던 1조2000억원 수준 밸류에이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크림에서 최근 진행 중인 신사업 강화와 시장 공략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진행됐다. 크림은 당초 고객간거래(C2C) 플랫폼으로 출발하며 한정판 거래에 집중해왔지만 최근에는 각종 패션 브랜드를 유치하고 자체브랜드(PB) 상품 개발에도 나서며 B2C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지난달 초 첫 PB인 '아크릴'을 선보였으며 크림 도산점에서 이를 공개한 바 있다. 크림은 첫 PB 론칭에서 일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다나카 요와 협업했으며 상하의와 아우터부터 모자와 가방, 양말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아울러 다음 달에는 FW 메인 컬렉션 공개를 통해 아크릴 브랜드 운영에도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크림 관계자는 "크림이 한정판 거래 등으로 수식어가 붙어있지만 최근에는 C2C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며 "이전부터 B2C 사업도 해왔고 이를 통해 누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PB 시장에도 진출하게 됨에 따라 별도 자금이 필요해진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PB 사업은 필연적으로 초기비용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크림처럼 직접 자체 패션브랜드를 론칭하고 다양한 의류를 선보이려면 디자인 실험과 다수 시제품 제작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현금 유출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글로벌 전략 등도 수행 중인 크림 입장에선 보유 현금 수준이 풍부하지 않았던 상태였다.
지난해 말 기준 크림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규모는 404억원 수준이다. 210억원의 단기차입금이나 각종 리스부채 등으로 인한 이자비용, 지난해를 제외하고 거의 매년 누적됐던 결손금 규모 등을 고려하면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현금은 많지 않았던 상태였다.
크림이 네이버 대상 유상증자를 선택했던 이유는 최근 중복상장 금지 등으로 인해 FI발 조달이 어려워진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가 힘들어지면서 FI들이 추가 출자하기엔 부담이 있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네이버의 직접 출자를 제외한 다른 대규모 조달 방법은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