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기업집단 톺아보기

네이버의 차기 성장동력 '스노우'

⑥적자 행진에도 밸류 고성장, 크림·제페토 등 유망 스타트업 중간지주사

원충희 기자  2023-12-07 09:31:46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는 카메라 앱 서비스로 유명하지만 사업 실적 비중이 크거나 수익기여도가 높은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중요도가 큰 계열사로 꼽히는데 신사업을 잉태하는 컴퍼니빌더이자 그룹 내 스타트업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스노우의 자회사들인 크림, 케이크, 네이버제트 등은 사업의 장래성을 내세워 자본시장에서 좋은 밸류를 인정받아 투자유치에 여러 차례 성공했다. 상장(IPO) 유력 후보로도 꼽히고 있다. 외부 투자유치와 IPO에 소극적인 네이버 그룹 내에서 독특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곳이다.

◇돈은 못버는데 투자로 현금 유출

스노우는 네이버 자회사 가운데 재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회사는 아니다. 2016년 8월 설립된 이후로 흑자를 낸 적이 없고 계속 적자상태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스노우의 지난해 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35억원 순유출로 전년(53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0년(-902억원)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으나 2016년 분사 후 6년째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투자활동으로 현금은 꾸준히 나갔다. 지난해 581억원, 2021년에는 856억원이 순유출됐다. 투자현금흐름 중에서 지난 2년간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투자 취득에 752억원을 지출했다. 자회사인 크림, 케이크, 네이버제트 등이 외부 투자유치로 지분율이 희석됨에 따라 스노우 역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넣어줘야 했다.


자체 현금창출력이 취약한 스노우는 필요한 실탄을 모회사나 계열사에서 조달했다. 네이버로부터 그간 7차례 걸쳐 총 5900억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수혈 받았다. 또 2021년 550억원을 네이버파이낸셜 등으로부터 단기 차입해 300억원을 갚았으며 작년에는 200억원을 추가로 빌려 499억원을 상환했다.

다만 성장성은 높게 인정받아 유증을 할 때마다 기업가치가 상승했다. 첫 유증인 2018년 2월에는 밸류가 5278억원으로 책정됐는데 지난 4월 때는 1조3000억원으로 넘으면서 유니콘 반열에 들었다. 스노우는 네이버와 관계사인 라인, 라인플러스가 각각 82.9%, 6.6%, 10.4%씩 갖고 있어 사실상 네이버의 완전자회사나 다름없다.

스노우가 자체 수익성을 보여주지 못함에도 밸류가 계속 상승하는 것은 아시아 시장을 석권한 카메라앱 사업의 위상과 더불어 자회사들의 가치가 반영된 덕분이다. MZ세대를 대상으로 인기인 리셀 플랫폼 크림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 외국어 동영상 교육 앱 케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FI 투자 받고 IPO 도전, 네이버와 다른 행보

재무적으로는 네이버에 의존하고 있으나 스노우의 자회사들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밸류는 빠른 속도로 늘었다. 외부 투자유치에 소극적인 네이버의 기존 행보와 달리 스노우 자회사들은 벤처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에 투자를 열어놓고 장래성을 인정받았다.

스노우는 2020년 5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서비스를 물적 분할해 네이버제트를 신설했으며 그 해 10월 같은 방법으로 케이크를 분사시켰다. 2021년 1월에도 물적분할을 통해 크림을 설립했다. 2020년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스니커즈 등 한정판 거래 플랫폼으로 제품의 정·가품 여부, 하자와 퀄리티 등을 검수해 판매자와 구매자 간 중개업을 한다. 현재는 국내 리셀마켓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크림은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총 2206억원(1차 1700억원, 2차 506억원) 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는데 알토스벤처스, 네이버, 미래에셋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밸류는 9200억원으로 추산, 거의 1조원에 근접해 유니콘 반열을 앞두고 있다. 2021년 1월 스노우로부터 물적 분할을 통해 분사한 뒤 유치한 자금만 3400억원이 넘는다.


네이버제트의 경우 2021년 말 223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2, 하이브, 네이버웹툰,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컨설팅이 1조2000억원의 밸류로 참여했다. 네이버제트는 이미 1조원 가치를 넘어 유니콘 등극이 이뤄진 상태다. 케이크는 지난해 하이브의 자회사 하이브에듀와 합병된 이후 밸류가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6월에는 JP모건 출신 김영기 IB부문 대표를 네이버제트와 크림의 CFO로 영입했다. 네이버제트와 크림의 IPO를 염두에 둔 행보로 여겨지고 있다. 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IPO가 가장 적합한 수단인 만큼 네이버 안팎에선 국내와 해외 등 여러 방안을 폭 넓게 두고 시황을 가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