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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네이버의 회계 마법…상각비 손대니 이익 '쑥'

③서버 등 내용연수 연장해 인프라비용 절감, 영업익 '깜짝 실적'

원충희 기자  2023-12-04 08:16:11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네이버는 올해 '회계의 마법' 덕을 톡톡히 봤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와 중앙처리장치(CPU)의 내용연수를 늘리면서 감가상각비 등이 대폭 이연됐다. 올해 회계처리 변경을 통해 1분기에만 절감한 비용이 225억원 정도다.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같은 비현금성 지출의 반영을 조금만 손대니 영업이익도 깜짝 실적을 냈다. 이는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비슷한 추세다.

◇내용연수 1년 늘리니…1분기에 225억 상각비 이연효과

네이버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조833억원으로 전년 동기(9682억원)대비 11.9% 늘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수혜가 끝나면서 네이버의 실적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깜짝 실적의 비결은 지난 1분기 성과에서 찾을 수 있다. 올 3월 말 영업이익은 330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018억원)보다 늘었지만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는 같은 기간 4276억원에서 3305억원으로 줄었다. EBITDA는 세전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 비현금성지출을 더한 현금성 영업이익이다. 즉 상각비에서 변동이 있다는 뜻이다.


네이버 측은 "올해부터 서버 등 주요 장비의 상각기간을 기존 4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며 "국내외 업체들도 서버와 CPU 등을 기존 4년에서 5~6년으로 상각기간을 늘리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회사의 평균 장비 사용기간이 5.4년 이상인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각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무형자산의 가치가 마모되는 것을 장부에 반영하는 항목이다. 자동차를 구매한 뒤 계속 타고 다니면 중고차가 돼 신차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실제 현금지출이 일어나지는 않으나 재무제표에서 비용으로 처리된다.

상각은 장비의 사용기간을 정한 내용연수에 따라 균등 차감하는 형태다. 100만원짜리 물건의 내용연수가 5년이라고 가정할 경우 매해 20만원 상각되는 방식이다. 내용연수가 늘어나면 해마다 상각비로 처리되는 금액이 줄어든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와 두뇌 역할을 하는 CPU 등 주요 장비의 내용연수 연장을 통해 지난 1분기에만 영업이익의 6.8%에 해당하는 225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데이터센터 구축한 글로벌 빅테크 간 보편화된 현상

네이버의 이 같은 회계처리 변경은 글로벌 빅테크들 사이에서 보편화된 현상이다. 이들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데이터센터와 서버 구축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이후 내용연수 연장 조치를 취했다. 작년부터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비롯해 아마존, 메타(옛 페이스북), MS, 오라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서버 장비 등의 내용연수를 늘리는 작업을 단행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MS가 내용연수를 기존 5년에서 6년으로 연장했고 메타는 4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특히 아마존과 알파벳, MS는 2021년부터 두 번에 걸쳐 내용연수를 연장했다. 테크 리서치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빅테크들의 서버 내용연수는 지난해 5.2년에서 올해 5.6년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빅테크기업은 클라우드와 AI 등으로 서버 구축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런 내용연수 연장에 이익이 좌우된다. 알파벳도 이런 변화 덕분에 올해 감가상각비가 34억달러(4조4982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네이버 역시 데이터센터 '각 세종' 완공, 신규 AI 장비 투자와 데이터센터 상면비(장비가 차지하는 공간 사용료) 증가 등에도 인프라 비용이 올 3분기 말 4319억원으로 전년 동기(4263억원)보다 1.3% 늘어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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